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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1/16 01:19:49 |
Name | 저퀴 |
Subject | 폴아웃 4 리뷰 |
요즘 폴아웃 4가 엄청난 속도로 한국어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완성할 때까지 참기 힘들어서 그냥 플레이했네요. 물론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영어가 능숙한 편은 아닌데도 언어유희나 문화적인 부분을 빼면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후로 언급할 부분이긴 한데, 이건 게임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자꾸만 간소화된 부분도 있긴 하고요. 4의 배경은 3에서 이어지고, 3와 마찬가지로 미 동부가 배경입니다. 이번에는 보스턴인데, 그래서 야구장을 이용해서 만든 도시가 나오기까지 하죠. 오픈 월드 장르에서 중요시되는 맵의 크기는 3나 뉴 베가스에 비해서 엄청나게 커지진 않았습니다만, 대신 실내 맵의 완성도나 밀도는 후속작답게 가장 좋습니다. 크래프팅 시스템과 하우징 시스템은 발매 전부터 강조된 4의 추가점인데요. 비슷하게는 베데스다의 전작에도 도입된 적이 있지만, 완성도는 4가 훨씬 좋습니다. 두 시스템의 도입으로 플레이어가 진짜 생존하기 위해서 모든 물자를 모아야 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장점만 있진 않습니다. 깊이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크래프팅 시스템만 하더라도 다양한 부품의 조합이라고 하기에는 이름만 다른 부품이 상당히 많고, 이걸 도입한답시고 전반적인 아이템 종류가 3와 비슷하고, 뉴 베가스에 비해서 한없이 적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컴뱃 아머는 3 때만 해도 게임을 꽤 진행해야 보이는 고급 장비였는데, 4에서는 레벨 좀 올리다 보면 바로 등장할 정도로 장비의 수가 적습니다.(물론 크래프팅과 하우징의 비중이 늘어서 상대적으로 레벨이 훨씬 빠르게 올라갔단 점도 있긴 합니다.) 하우징 시스템도 AI인 정착민들과 모여서 마을을 만들 수 있습니다만, 멍청한 AI는 하우징으로 꾸며진 마을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릅니다. 즉 플레이어가 자기 만족으로나 쓰는 꾸미기에 불과합니다. 거기다가 재료를 운반하기 귀찮아서 육성에 있어서도 관련 퍽을 찍어줘야 해서 육성에도 영향을 끼치고요. 무엇보다 생각 외로 구조물의 수가 적어서 어떻게 꾸며도 생긴 게 비슷한 것도 조금 불만이었네요. 또 문제되는 부분은 전혀 발전하지 않은 부분에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이 단 하나도 없는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특히 사이드 퀘스트의 완성도는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오히려 전작인 폴아웃 3나 스카이림보다 떨어져 보입니다. 아예 탐험과 하우징에 효율적으로 동기 부여를 넣기 위해서 의미 없는 반복 퀘스트까지 넣어놨습니다. 또한 튜토리얼을 전담하는 듯한 미니트맨 퀘스트는 하우징 튜토리얼의 연속이고요. 여기에, 같이 모험을 떠나는 동료들 상당수가 매력이 없습니다. 독특한 위치에 있는 몇몇 동료만 흥미가 있고, 나머지는 신경 쓸 이유조차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빨리 만나는 동료 중 하나인 파이퍼는 클리셰 덩어리일 뿐,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낙제 수준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플레이어의 이름을 직접 불려주는 로봇 코즈워스나 귀여운 개를 동료로 데리고 다니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대화 시스템도 엉망입니다. 전작들까진 플레이어의 능력에 따라서 협박, 흥정 등의 수많은 선택지가 나오도록 만들어졌는데, 이번 작에서는 그런 숨겨진 선택지가 있지만, 전반적인 대화 선택지를 확 줄여버려서 온라인 게임 수준의 상호 작용이 나와버렸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동물이나 로봇을 뺀 모든 동료와 연애가 가능한데, 그 연애 시스템이 그냥 대화문만 몇번 고르면 끝납니다. 이번 작 주인공이 사랑하던 아내와 아이를 잃었다는 설정 아니었던가요? 유치할 정도로 단순하더군요. 그래도 탐험에 있어서는 섬세하게 잘 만들어진 장소들이 많아서 즐겨운 경험이었습니다만, 동료를 데리고 다닌다고 가정했을 때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간이 좁아서 총격전 중심의 폴아웃에서는 꽤 진행이 불편합니다. 거기다가 이번 작에선 수류탄이나 화염병이 매우 위협적이라서 죽지 않게 된 동료를 그냥 돌격시키고 후방에서 싸우는 양상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아주 조금만 실내 맵이 커지기만 해도 훨씬 좋을 것 같더군요. 다만 이것도 새로운 배경에서 새로운 적은 별로 보이지 않고, 아이템처럼 이름만 바꿔서 수만 늘린 경우가 꽤 많이 보인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뉴 베가스를 매우 좋아했던 편인 걸 감안해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뉴 베가스보다 정성 없는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인터페이스가 엉망입니다. 키보드&마우스 기준으로 키 배치는 심각하게 문제가 있고, 진행 중에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불편한 부분이 많습니다. 차라리 3부터 변하지 않은 핍보이가 가장 편리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여기에 PC판을 기준으로 최적화도 문제가 있는데, 광원을 너무 과하게 써서 그런지 몰라도, 실외보다 실내에서 프레임 드랍이 좀 심했습니다. 이후로 패치가 필요해보이더군요. 또 버그는 말할 필요도 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심각하게 진행을 막는 버그도 경험했고요. 이젠 실망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매번 똑같네요. 폴아웃 4는 3보단 뉴 베가스를 재미있게 즐긴 입장에서 매우 아쉽습니다. 분명히 나아진 부분은 게임을 풍요롭게 만듭니다만, 제가 열거한 단점은 개인적으로 참기 힘든 부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하고 싶은 게임은 멸망한 세상으로 떠나는 모험담이지, 베데스다판 마인크래프트가 아니거든요. 이 게임의 장르는 RPG고, 더 매력적인 서사와 배경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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