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9/20 03:40:35
Name   커피최고
Subject   쿨재즈 - Concierto, 내 인생의 첫 음반

[재생 ㄱㄱ!!]

네, 너무나도 유명한 명반입니다.

외가가 육군집안이라 어릴 적부터 미군 스멜이 나는 것들을 접하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재즈를 동요보다도 먼저 접했더라죠. 그 중에서도 짐 홀의 [Concierto]는 각별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음반"이라는 형식을 인식하고 감상한 첫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하필 쿨재즈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음반을 꺼내들었을 줄이야....



앨범 자켓부터 쿨내가 진동하는 이 음반의 제목, Concierto는 스페인어로 음악회, 협주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앨범 제작을 주도한 쿨재즈의 대표적인 기타리스트 짐 홀과 천상의 트럼펫으로 유명한 쳇 베이커를 필두로,  폴 데즈먼드, 론 카터, 스티브 겟, 롤랜드 한나 같은 거장들이 함께 하였기에 이보다 적절한 앨범명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음반을 시작으로, 여러 재즈 음반들을 접해왔지만 쿨재즈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을 즐겨 듣게 되더라고요. 아마 좀 정돈된 느낌이 들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재즈하면 즉흥적인 연주가 먼저 생각날텐데, 이건 결국 비밥이 제시한 "작은 틀 속의 자유"라는 연주 모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쿨재즈는 좀 다릅니다. 블랙뮤직에 심취한 "좋은 교육받은" 백인들이 재즈에 클래시컬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미하면서 탄생한 장르거든요.(물론 재즈 그 자체, 마일즈 데이비스로부터 근거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인지 여타 재즈보다 "조직적인 짜임새"가 느껴지죠. 다만, jam 연주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특유의 야수성이 전무하여 심심하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차갑고 가라앉는 느낌이죠. 그래서 COOL 재즈입니다 ㅋㅋ  전 차도남이라 극호입니다만 ^^

아무튼 [Concierto]의 잔잔한 사운드는 어린 저에게 적잖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면서 Big L이 제 귓구멍에 날카로운 라임과 플로우를 때려박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힙합의 길에 들어서면서 재즈와는 거리를 두게 되죠. 한 때의 방황을 지나서 재즈의 품으로 되돌아오게 된 시기는 재수생의 신분을 벗어나 처음으로 알바를 하게 될 때였습니다. 그 곳은 코엑스의 음반점이었고, 거기서 다시금 [Concierto]를 만나게 됩니다. 이 시퍼런 물체는 제 생애 첫 월급으로 구매한 첫 물건이 되겠습니다.... 무려 직원할인 30퍼센트 파워...ㅋㅋ 여러모로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될만한 작품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ps-



이 글을 쓰게 된 경위, 내일 단골카페 사장님한테 이렇게 음반드리러 가거든요. 트랙리스트 개혁에 힘쓰고 있습니다 ㅋㅋ



1
  • 좋은 음악추천에는 추천으로 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29 6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5 + 자몽에이슬 24/04/24 210 9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4 + kaestro 24/04/24 903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567 8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599 13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273 6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19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06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13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1 joel 24/04/20 1185 30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1504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660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116 1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5 kogang2001 24/04/19 374 8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350 10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53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811 12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242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76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90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101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111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89 1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1042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589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