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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17 04:03:35
Name   삼공파일
Subject   좋은 친구란
좋은 친구를 만나기는 참 어렵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조건인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일이 발생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모든 인간관계는 우연의 산물이고 개별적인 의지는 조금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지요.

만남 이후에는 사실 두 사람이 계속 만나기만 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보다 계속 만난다는 것이 중요하죠.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쉽게 할 수 있는 만큼 쉽게 하지 않을 수 있는 일입니다. 취미생활을 공유하거나 가르침을 얻기 위해, 털털한 성격 혹은 아름다운 외모에 이끌려서 한 번 더 만나게 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려면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쓰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서 관계를 끌고 가게 됩니다.

만남이 지속되려면 불편하지 않아야 해요. 영혼의 파장이 맞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파장이 깊고 느리기고 어떤 사람은 락음악처럼 빠르고 시끄럽게 떨립니다. 성격과는 다른 무언가에요. 흔히들 말하는 "네 앞에서 나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어"라는 이야기죠. 대체로 이 리듬은 나이가 들수록 고집스러워져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금방 구별하게 되지요.

가장 어려운 조건은 서로를 독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하는 것은 이해 받는 쪽의 능동적인 설명을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독해는 독해하는 쪽이 능동적으로 읽어내야 하죠. 책을 읽는 이유는 시험공부일 수도 있도 심심풀이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읽는 이유도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읽지 못한다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죠. 설령 친구가 되었다고 해도 친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니 떠올릴 수도 추억할 수도 없을 겁니다.

이 독해하는 능력만큼은 자기 자신이 길러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람을 깊게 독해할 수 있어야 더 좋은 사귐(친구의 동사 형태)을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밀려나오네요. 사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좋은 친구를 사귀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것보다는 스저 묵묵히 기다리면서 누구도 환영하지 않고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마 홍차넷 회원들에게 참 좋은 친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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