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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26 22:03:22
Name   삼공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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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혼자서" 혼자 놀기에서 "다같이" 혼자 놀기로


스노우캣을 아시나요?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웹툰 캐릭터인데, 집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 자신을 본따 만든 것이에요. 만화책 단행본을 보고 있는데 이 당시 혼자 놀기는 흔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혼자 장난감을 조립하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음악을 듣는 건 스노우캣 같은 괴짜 외톨이들만 하는 일이에요.

박근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이전 세대에서 혼자 놀기는 박근혜나 스노우캣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힘들어 하는 일부의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지금 세대에서 혼자 놀기는 가장 지배적인 생활 양식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혼자 놀아요.

그런데 이것이 과연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조건이 확장된 것일까, 그러니까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나고 더 많이 길러진 것일까하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지요. 물론 혼자 놀기에 대한 편견이 거둬지면 비율이 늘어날 것이고 혼자 놀기가 문화 상품이 된 지금에는 권장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같이 놀고 싶어도 혼자 놀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돼요. 쉬운 증거로, 혼자 놀고 싶어도 같이 놀 수 밖에 없을 때의 심리적 압박감은 소수만 갖고 있는 정신병리라는 편견을 사람들이 아직도 거둬 들이지 않았다는 점이 있지요.

결국 이렇게 사람들이 스노우캣이 아닌데도 혼자 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민해보면 생활 양식이 경제 지표에 지배 당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경제 지표가 우리의 생활 양식을 반영하고 나타내는 통계적 수치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 결정하는 숫자라는 의미에요. 경제학을 공부한 여친한테 이 얘기를 했는데 별로 안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지만 어쨌든 말이죠.

박해천이 쓴 [아파트 게임]이라는 책에서 제 생각을 이어나가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전 세대에게 아파트는 상호 작용하는 대상이었지만 지금 세대에게 아파트는 제반 조건이에요. 더 정확히 말하면 부모들에게 아파트 평수는 욕망의 목표이자 상징이었다면 자식들에게는 (아파트 평수 자체가 아니라) 아파트 평수를 늘려 나갈 수 있는 부모가 제반 조건이지요. 이전 세대에게 경제지표는 생활양식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통계 수치였어요. 경제성장률이 곧 커져가는 아파트 평수를 나타냈지요. 그러나 지금 세대들에게 경제 지표는 생활 양식을 나타내지 못해요. 지금 세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활동 반경을 나타낼 뿐이죠. 그 활동 반경은 결국 아파트 평수고 제약 조건이에요. 이러니 넓은 집이든 좁은 집이든 상관 없이, 아무리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도 혼자 놀 수 밖에 없지요.

스노우캣 작가님은 책도 많이 파시고 캐릭터 판권 수입도 많으실텐데 혼자 놀기 좋은 집 하나 장만하셨을까요? 궁금해지네요.

PS 예전에 보았던 스노우캣 만화책 단행본 중 하나에 김규항 씨가 짧은 글을 덧붙여 놓은 것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주 식겁했어요. 무슨 논지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스노우캣이랑 "연대"하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헐... 스노우캣은 연대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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