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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1/06 19:07:58
Name   SNUeng
Subject   자작 시 모음 (삶 - 2)
[낭떠러지 바깥]

이땅에서 기회를 쥔다는 것은
아찔하도록 무서운 일

실수하면 실망할거야
실수하면 실패할거야
실수하면 떨어질거야
실수하면 죽어버릴거야

면도날을 기는 애벌레가
1령에서 생을 마감한다

[공산품]

장인정신은 죽었다
효율과 속도가
미덕이 되어버린
미친 세상에서

공장에서 뽑혀나오는
같은 모양의 공산품들
틀에 틀린 불량품들

완벽이란 것이
언제부터 무결을 의미했나
밋밋한 평면을 원한다니
미친 소리이다

[진흙]

진흙은 더럽지 않다
우리의 인식은 더러
더러운 것들을 그저
피하고 싶어만 한다
편견을 비우고 그래
더럽지 않다고 생각
해봐도 역시나 아냐
진흙은 더러워 맞아

어쩔 수가 없는건가
나는 그저 너희들을
조금 알고 싶었는데
이제 더는 갈수없어
이런 내가 부끄럽다
너희 곁에 머무르는
돼지 들을 싫어해서
어쩔 수가 없었단다

[이쑤시개의 아이러니]

이쑤시개로 이를 거칠게 쑤신다
나오는 것은 음식이 아닌 나의 잇몸

그럼에도 나이드신 분들은
식사후에 이쑤시개를 꼭꼭 사용하신다
나오는 결과물들을 보아하니
그분들의 이쑤시개는 뭔가 특별해보인다
잔여물들이 쏟아져내리는 더러운 장면

하루 세끼의 세월만큼
잇몸에는 음식들이 수없이 드나들었을거다
무뎌지고 무감각해진 잇몸은
마침내 미련을 버리는 법을 터득했나보다
조금의 노력에도 훌훌 털어버리는
지쳐버린 잇몸과 이빨

[교차로 전시회장]

손 안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더랬지
목구멍 깊숙한 곳에 총구를 들이밀자
내 심장은 크게 두근거렸더랬어
방아쇠를 당긴 순간 뒤통수는 날아갔고

다른 사람이 된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나는 나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지
그럴수록 비참해지는 날카로운 삼각형
서늘하도록 뾰족한 가시가 되어 날 찔렀지

쓰레기통에 붉은 고깃덩어리들을
쏟아내 내다버리곤 벤치에 앉을거야
피들이 뚝뚝 흐르는 나의 분신들
모두가 나일것이고 나는 모두일것인데

피와 눈물이 강을 이뤄 흐르다
망령들의 껍데기들을 만나면
다시 살아나 나를 괴롭히러 올거야
무서우면 도망갈테지만 무섭지 않아

생략과 제거의 네온사인 간판이
유난히도 유려한 빛을 반짝이는
아름다운 여름밤

[가장 적절한 답을 고르시오]

다음을 듣고 가장 적절한 답을 고르시오
조건에 맞는 가장 적절한 답을 고르시오

폭탄을 해체하고 있지만
세상을 해체하고 싶었다

가장 적절한 답은
손에 쥐어있지 않고
발에 쥐어있다 한다

흙으로 더럽혀진 발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모두들 같은 곳으로 걷는다

파괴되어버린 신전으로 가
광적인 우상숭배를 시작한다
엎드려 미친듯이 절을 한다

조각상에 팔은 없지만
조각상엔 발은 있었다
가장 적절한 답이다

미쳐버린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들을
미쳐버린 사람이라 한다

[부재중눈물]

슬플 때 내 곁엔
짭쪼름한 강이 흐른다
그 강을 찾아가고파
고독의 차를 마셔본다

언제부턴가 찻잎이
다 떨어져버렸다
아쉽지만 아쉽지 않다
내 아쉬움은 차 때문일까

차를 마시지 않아도
차를 마신것 같았다

찻잎으로 내 눈앞을 가려본다
찻잎이 앞가림을 잘한다

[오아시스, 나의 바다 1]

모래알이 물을 집어삼키며 부서진다

너흰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돼

[오아시스, 나의 바다 2]

모래 바다를 항해하는

해적이 들려준 이야기

바다와 바다의 싸움 이야기

"
지나가던 도마뱀이 물에 빠져 죽었다
태양은 더욱 더 뜨거워질 것이다
고집은 그만 부리고 사라져라
"

"
선인장이 말라 비틀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나
푸르른 나무가 올 날은 기대 못하나
고집은 그만 부리고 사라져라
"

태양을 탓하리

어리석은 존재들


[오아시스, 나의 바다 3]

모래알이 물을 집어삼키며 부서진다
너희들은 여기 존재해서는 안될존재
사라질까 살짝 불안해하는 마음들을
머릿속에 가득 우겨넣고선 나아간다

들어가면 더욱 희미해지는 갈색호수
그렇다면 내가 보았던것은 신기루고
사라졌던 모든 허수아비는 현실인가
두렵기만 했던 가짜마음이 무너진다

역설적인 것이 언제나처럼 다가온다
사라지려 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사막이란 모두 헛것뿐이라 깨닫는지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만큼 쉬웠구나

오아시스 속의 나의바다가 흘러넘쳐
작열하는 태양 따위마저도 식히고는
온세상에 콸콸 쏟아지더니

모든것을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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