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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1/06 19:23:28
Name   SNUeng
Subject   자작 시 모음 (사랑 - 2)
[역치]

오늘이 이만큼 아프다면
내일은 그만큼 덜아프다
그런데 오늘도 미치도록 아픈것은
무뎌져 가는게 상처만큼 아픈걸까

[편식]

용광로에서 갓 꺼내어진
달구어진 젓가락과 숟가락
손이 녹아내릴 것 같지만
손은 식기를 꾹 부여잡는다

정체불명의 밥그릇 속
베일에 감추어진 밥의 정체
먹구름이 잔뜩 가리워져
먹기 너무나도 두려워진다

섭취하지 않으면 아사한다
애써 부정했던 자명한 사실
그럼에도 나는 손을 거역한다
입을 꾹 다물고 거부한다

케이크가 아니면 먹지 않아

[헛수고]

무디어진 칼도 깊숙한 상처를 낼 수 있다
갈지않은 먹도 또렷한 상처를 낼 수 있다
흐트러진 붓도 반듯한 상처를 낼 수 있다

구져진 봉투는 날카로운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어색한 편지는 벼리어진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없어진 하나는 애원하는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잡히지 않는 늪을 간절히 원한다
없어진 작은 것을 간절히 원한다
떠나온 공터 속을 간절히 원한다

소나무는 소나무에 깨어지고
다이아는 다이아에 깨어지고
깨어지지 않는대도 깨어지고

물어보면 헛수고
들어보면 헛수고
돌아보면 헛수고

별빛은 영원하지 않지만
도대체 그마저도 못가면
이제껏 우리들은 뭐였냐

[동격접속사]

이불을 개다 깨닫곤 합니다
마음속 아직 개우지 못했던
하나의 작은 이불이 있다는
여리고 아픈 사실을 말예요
이대로 가다 까먹어 버리자
조그만 소망 하나를 가져도
바람이 나를 흔들어 놓고는
슬퍼서 엉엉 울게만 합니다

언제쯤 그런 흔적이 사라져
애초에 어떤 여우도 방문치
않았던 맑고 깨끗한 사막이
되어야 하고 되고만 싶은데
여우는 작은 선인장 둥지를
습격해 알을 빼어가 놓고선
구워서 놈의 새끼를 먹이곤
더이상 볼일 없다며 갔었죠

알아서 해도 된다는 이야기
그런게 맞죠 그런건 알아요
그런데 차마 나가지 못하는
이상한 나의 초라한 조각은
가만히 멈춰 보고만 있네요
더이상 여우 따위는 사랑치
않겠다 라는 굳건한 다짐과
아련한 마음 한스푼 담고서

[빨강공포증 1]

혀의 돌기가
핏빛 석류로 알알이 되어 떨어졌다
입술 사이로 억지로 비집고 나왔다

알은 흘렀다
달콤한 향기가 폭포가 되어 떨어졌었고
목으로 손으로 발은 추워하며 스며든다

달궈진 구슬
그것들이 문제였다 그것들만 없었다면
온도는 상대적인 것이니 괜찮았을 터

온몸을 가둔
빨간 동그라미들을 덜어내보려고 노력하자
살인 현장에 그린 하얀 그림에선 차분해지자

도르륵 소리
당구공이 구멍안으로 들어갔고
칠판에는 분홍색 글씨가 적혔다

게임 끝

[빨강 공포증 2]

직사각형이 색종이인건 사실이다
네 개는 빨간색 여덟 개는 검은색
네 장과 네 장으로 네 개를 가둔다
네 장을 여덟 개 속에서 바라본다
숨막히게 닫혀있는 수족관 속에서
산소 발생기가 왈칵왈칵 내뿜는다

한 장은 봄이고 한 장은 여름
한 장은 가을 그리고 한 장은
여기서부터 끝나면 안되지만
지구는 멈춰 계절은 끝났고
태양은 멈춰 전등을 켜야만 했다

무디고 무딘 플라스틱 장난감 칼로
수압에 굼떠진 팔을 휘휘 휘둘러서
네 면을 잘게 잘랐고 잘랐고 잘랐다
원래의 곳을 돌아가고픈 소망이었지만
노력과는 상관없는 결과는 찢어뜨렸다

떨어진 곳은 장난감 공장
빨간색 기계가 빨간색 고철로 빨간색 곰인형을 만들었다
저 곰인형은 분명 내가 만든 착하고 아름다운 곰인형인데
왜 저 위에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는 곰인형은 차가운걸까
왜 빛을 반사해내기만 하는 차가운 금속이 되어버린걸까

[늘어지는 일기]

나는 어쩌면 네가 아니라고 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수백날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너는 언제나 내 심장 속에 꽂혀있는 작은 칼이었지만
나는 네가 철철 나오는 아픈 구멍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려하지 않았다

나는 무지렁이에 불과한 그냥 사람이라서
너는 그럴듯한 불길처럼 픽 꺼졌어야 했다
내가 타지않는 쓰레기라는 걸 믿게된 후
너는 마음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되었다

너의 말라빠진 잎사귀들은 흔적이 되어
무덤덤한 흙바닥 위에 걸터앉았지만
나는 절대 불이 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한때 푸르렀던 것들이 한낱 땔감이 되어
타오르는 걸 차마 볼 자신이 없다

[본심]

문제집 속의
좋다는 말을
싫다는 말로
바꾸어 본다

너의 책장에는
책이 그렇게도
넘쳐 흐르니까
너는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 생각한다

아예 책을 찢고만 싶지만
이미 너는 상관도 없으니
나는 무척 쓰리게 울었다
책이 나의 마음을 찢었다

쓰레기통속으로직행해버린
잘가안녕나의어린기억들아
다시는오지않을바보의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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