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09 03:19:27
Name   커피최고
Subject   넘쳐나는 "가짜"들
작년에 제 머릿속을 송두리째 바꿔놓으신 분이 한 분 계십니다. 우연찮게 접하게 된 그 분의 수업 1년은 제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축구계에서, 그것도 필드 내에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가 되기 위해 독일행을 준비하던 저는 필드 밖에서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나름 그 일환으로서, 개혁적인 축구계 인사들과 연이 닿아 조만간 축구 웹진을 공식적으로 오픈할 예정입니다만, (웹 사이트 작업이 참 힘들더군요. 계속 늦춰졌지만 이제 정말 곧입니다.) 졸업을 하고 나니 그걸 준비하는 와중에도 시간이 좀 남더군요. 그래서 앞서 언급한 분의 다른 수업을 청강하는 중입니다.

그 첫 시간에 간단하게 언급하셨던 미국의 LLM 과정. 본래는 미국의 법률가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하는 재교육 석사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90년대부터는 성격이 확 바뀌어, 외국인 유학 커리큘럼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이수 과정이 고작 1년에 불과하다는 점이죠. 1년 동안 뭘 배우겠습니까. 까놓고 말해서 "증"을 팔아먹는 거죠. 그렇게 이 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곧바로 귀국길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자국과의 연락책같은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리저리 구르게 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모국으로 돌아온 그들은 놀랍게도 "글로벌 엘리트" 로 변모합니다.

뭐 저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더 깊게 논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매우 유사한 케이스가 제가 조금이나마 발을 걸치고 있는 특정 영역에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증"이라도 갖추고 있으면 다행이죠, 그냥 잠깐 살다가 오기만해도 그 판을 꿰뚫고 있다네요 허허

그들의 직업 윤리를 비판해야겠지만, 그와 함께 제기되어야 할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설치게 판을 깔아주는 이들의 존재입니다. 인터넷 사회의 활성화와 함께 더더욱 증식하고 있는 무수한 "가짜"들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최신 담론의 일각만을 접했을 뿐이면서 그것을 온전히 이해했다는 듯이 가짜 담론을 생성해냅니다. 그 내용물은 자기 망상의 결정체이죠.

최근 2년 동안 급속도로 확산된 한 개념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한 전문가가 말같지도 않은 용어로 특정한 메커니즘을 이야기하곤 했었죠. 2년 전, 이와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 매우 촉망받는 스페인 인재가 글을 썼었고, 같은 장소에서 공부를 하던 지인이 해당 개념을 저에게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만을 모아서 간략한 글을 올렸고, 이후  많이 퍼졌더군요.

문제는 너도나도 전문가 행세를 하며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첨가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개념은 왜곡되는 것이죠. 더 무서운 건 그런 가짜의 확산은 그들로 하여금 권위를 갖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가장 비판하는 이들은 바로 작금의 이러한 행태들을 먹이삼아 살아가는 존재들인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저에게 큰 충격을 선사하신 그 선생님께서 이야기해주신 일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자크 데리다의 수업을 직접 들으셨는데, 정작 데리다는 세계의 10대 재앙 중 하나로 포스트 모더니즘의 횡행을 꼽으셨다네요.

이 에피소드는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직접 닿아보지 않은 담론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담론이 될 수 없습니다. 나름 웹진의 편집자로서, 그 깊이는 다소 부족할지언정 자신의 현재를 분명히 인식함과 동시에 직접 담론과 맞닿아계신 분들을 필진으로 모셨습니다. 독일에서, 영국에서, 일본에서, 미국에서, 브라질에서, 그리고 스페인에서....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것에는 진실되고 싶습니다.

----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다보니 야심한 밤에....ㅋㅋ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09 6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9 + kogang2001 24/04/19 149 3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 kogang2001 24/04/19 166 5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3 kaestro 24/04/19 373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31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 닭장군 24/04/16 1096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22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39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55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77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69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86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476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58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20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01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25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58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598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4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5 8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420 0
    14586 음악VIRGINIA (퍼렐 윌리엄스) 신보 카라멜마끼아또 24/04/08 270 2
    14585 오프모임4월 9일 선릉역에 족발 드시러 가실분. 29 비오는압구정 24/04/08 793 4
    14583 정치총선 결과 맞추기 한번 해볼까요? 52 괄하이드 24/04/07 144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