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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5/15 08:08:54
Name   Zel
Subject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추억
기사 댓글을 보다 예전 생각이 떠오릅니다. https://redtea.kr/?b=13&n=22491&c=73794
과거 피씨가 나약하지 않았나 회상해봤습니다.
순전히 기억에 의존한 일방적 서술이고 나무위키 등 확인을 안해 사실관계가 다소 다를 수 있고, 결정적으로 별 내용 없습니다 ㅋ 아재들은 다 아는 이야기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개념이 처음 들어왔을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게 이게 진짜 살아있는 생물학적 '바이러스' 인지  프로그램인지 구분을 못하는거였지요. 이름부터 '~웨어' 가 아니라 '바이러스' 였고.. 이게 주로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서 디스크-> 피씨 램 -> 디스크 로 전염되어서 더더욱 그랬던거 같습니다 (피씨 램에 상주해서 실제로 흔적이 안남기 때문에 디스크끼리 접촉했나 하는 사람 있을 정도로). 컴모르는 동기나 후배들에게 디스켓 만질때 장갑끼고 만져라, 디스크 만지고 손씻어라 안씼으면 무슨병 무슨병에 걸린다 라고 구라치면 순진하게 속아 넘어가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던 시절입니다. (이걸로 KFC에서 비스켓 시켜놓고 여대생이랑 미팅할때 썰 풀면 '오빠 ㅄ 같지만 멋있어' 같은 반응이 절로 나오던..)  첫 바이러스였던 (c) brain은 그냥 로고만 바뀌고 아무런 해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파키스탄 컴가게의 홍보목적였습니다.) 뭐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열심히 도스를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이거만 잡는 전용 백신이 따로 나왔던 거 같습니다. 이게 국산인지 외산인지는 잘 기억안나네요.

그러다 AT의 등장이후 하드드라이브가 기본적인 장비가 되면서 부터 컴퓨터 바이러스는 실제적인 위험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흔한건 특정 프로그램이 안돌아가는 거였고, 심하면 하드 포맷을 해야 하는 거였지요. 뭐 요즘같이 윈도우 환경이 아니어서 하드 포맷해도 도스까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메모리 설정이 빡신 당시 상황에서 autoexec. bat나 config.sys에서 emm386 이런거 잡던게 더 빡쳐서 얘네들 백업이 없으면 더 귀찮았습니다. 물론 백업 안되어 작업 데이터 날리는건 기본이지만.. 어쨌던 포맷만 하면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에선 그렇게 까지 무섭진 않았던거 같아요. 플로피 몇 박스 쌓아놓고 살던 시절이라 다들 백업은 이래저래 많이 했었고, 유틸이 없어도 당시 피씨 통신에는 유료프로그램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에 유틸 받아서 까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pctools, norton commander, 그리고 m 그 외 기타 필수 유틸도 다 있었죠. 문제는 모뎀으로 다운 받다 전화와서 끊기면 이어받기가 안되던 거.. 이건 나중에 z-modem 프로토콜 개선으로 해결되었던거 같긴 합니다. 다운 이어받기가 얼마나 신세계였는 지 요즘 꼬꼬마들은 잘 모를거에요 잇힝

13일의 금요일이니 예루살렘이니 시끄럽긴 했고 제 피씨에도 각종 불법 게임이 잔뜩 깔려있어서 종종 v2plus/v3 그리고 지금은 잊어버린 미국산 엄청 오래 걸리는 스캔프로그램 등 백신 프로그램 돌리면 바이러스가 나왔지만 나와도 뭐 그려러니 하고 그냥저냥 살았습니다. 그러다 된탕 걸렸던 바이러스가 있는데 아마 91년으로 기억나요. 그 이름도 포스 넘치는 '다크 어벤져' .. 아마 삼국지 2에 묻어왔던가 그런데 이걸로 하드 포맷하고 또 살아나고 해서 퇴치에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백업 디스켓에도 묻어서 답도 없어서 결국 동네 컴가게에 피씨 들고 갔었어요. 그래도 하드웨어는 망가뜨리지 않아서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이건 v3도 잘 못잡아서 다크 어벤져 전용 백신을 다시 만들고 변종 또 나오고 생 난리였어요. 아마 일반 pc유저에게 제대로 각인된 첫 바이러스 였습니다.

그러곤 또 넘어갔어요. 가끔 바이러스 위기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이 시기 이후엔 v3의 전성시기라 정말 웬만한건 다 막아줬습니다. 안철수씨가 인터뷰도 많이 했었는데.. 바이러스란게 박테리아와는 달리 그 자체로 생명이 아니고 숙주에 기생하는 형태이죠. 컴퓨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컴퓨터 바이러스가 숙주 프로그램에 묻어나면서 변형시키는 거였습니다. v2plus시절 경쟁하던 미국 프로그램들은 구체적 알고리즘은 모르겠지만 마치 부루트포스 시행하는거 처럼 처음부터 프로그램 다 찾아서 20메가 하드 하나 스캔해도 하루종일 걸려서 도저히 쓸만하지가 않았어요. (아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그러고 스캔 프로그램 따로 치료프로그램 따로 였어요. 반면 v2plus/v3는 바이러스의 특정 에피토프 (뭐 염기서열 같은걸로 퉁 칩시다)를 빠르게 검색해서 체감으로 1/100의 시간만으로 찾아주고 바로 지워주고, 더 좋은건 정말 결벽증에 가까운 업데이트 집착으로 항상 국내 환경을 가장 잘 반영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한국에 안들어 잡다한 바이러스는 디비에 포함을 안시켜서 프로그램이 가벼웠죠. 들어오면 바로바로 등록하고.. 안랩 이전 v3는 오히려 정말 명품이었어요. (그 집착을 대선기간에 확인하게 된 건 슬펐지만요..ㅠㅠ)

이후 컴퓨터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있던 직장엔 97년 부터 랜이 하나씩 들어오고..(이거 회사 정보부서가 없어서 저희는 전공의 몇명이 세운상가 가서 허브 사오고 랜선 설치하고 해서 직접 윈도우 95에 깔았습니다) 넷스케잎에 인터넷 한 두개 돌아가고 하던 시점입니다. 그러도 98년 부터 '스타' 가 들어오면서 웃기게도 직장내 랜설치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어느 연예인 비디오였죠. 여튼 그래서 ipx로 당직때 몰래몰래 스타하다가 어떻게 인터넷 연결되는 피씨 잡으면 충대 프리서버 같은데서 '여탕위에 옵저버' 이딴 방제 써놓고 콜 받던 시절입니다. 이러다 99년인가에 바로 그 CIH가 터졌어요. 일명 체르노빌 바이러스. 이 바이러스가 저희 직장에는 절반 이상 스타 립버전을 통해서 퍼졌습니다. v3에 스캔하면 항상 뜨긴 뜨는데 치료해도 안없어지고 (상당히 취약했습니다 여기에.. 하우리가 이거 때문에 떴던가 가물가물) 근데 뭐 치료 안해도 아무 문제 없길래 다들 그냥 썼는데 이거 터진날 저희 직장 피씨의 80%가 날라갔습니다. 병원 전산이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시기라 어째 어째 막았습니다만 요즘 같으면 초대형 사고였죠. 그 전 바이러스와는 달리 이놈은 보드의 씨모스램을 날려버려서 하드웨어 자체가 망가져서 포맷으로도 살릴 수 없었죠. 이 후 보드에는 듀얼 바이오스가 기본 채택이 되는 역사적인 바이러스였습니다.

그 당시 저희 병원에 인터넷에 물려있던 피씨가 20%도 안되었습니다. 반면 인트라넷엔 거의 다 물려 있었고 원인 조사를 해보니 이 스타 립버전이 깔려있던 피씨는 여지 없이 감염되었었죠. 요즘 같으면 아마 감사원까지 올라가서 징계를 받지 않을까 싶은데 그 땐 좋은(?) 시절이라 쉬쉬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이래서 아재들이 과거시절을 그리워 하는겁니다 ㅋ 알겠니 이 꼬꼬마들아.) 여튼 이 CIH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해서 컴퓨터 바이러스가 실제적인 하드웨어까지 고장나는 'Real threat' 임을 대중에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소소한 이벤트들이 있긴 했는데 다들 아실테고 사실 기억이 잘 안납니다. 이번 랜섬웨어도 그 연장선 같네요. 다들 보안 패치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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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겠니 이 꼬꼬마들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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