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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9/07 10:57:46
Name   콩자반콩자반
File #1   10833497643049550166_84494c70d465bd51168773ffb40888f0.jpg (198.8 KB), Download : 15
Subject   (스포)수명을 팔았다. 1년당, 1만엔에.








3일간의 행복.


최근 본 책중 제일 재밌게 봤습니다.
요반년간 책을 한권도 안읽었지만요...


책의 캐치프레이즈 문구처럼
수명을 1년당, 1만엔에 주인공 쿠노스키가 자신의 인생 30년을 팔아버리고 여명 3개월동안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수명을 판다.
이게 이야기에서 정말 굉장히 흔한 소재중에 하나인데
이렇게 노골적이니 더 독특했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란
말을 듣곤 하는 인간의 생명이 실제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주인공 쿠노스키가 초등학교 4학년 도덕시간에 젊은 여교사가 한 질문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됩니다.
거기서 반친구 중 한명이 말한 '평균 셀러리맨이 평생동안 버는 금액인 2억엔~3억엔이라고 책에 적혀있는 걸 봤습니다. 보통사람은 그정도겠죠."
을 듣고 주인공 쿠노스키는 저 놈이 3억엔이라면 자신은 30억엔정도의 가치가 있겠지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하다 생각하고 주위를 깔보는듯한 언행을 해 반에서 겉도는 학생이었습니다.
그의 유일한 친구인 히메노 또한 주인공과 닮은꼴로 같은 이유로 붕뜬 아이였고요.

그리고 10년 후, 주인공은 극히 평범한 대학에, 평범한 대학생이 됩니다.
돈 문제로 아르바이트에 치여살던 도중, 자신이 즐기는 취미, 독서와 음악, 책과 cd를 생활비 문제로 고서점에 팔기로 결정합니다.
거기서 만난 고서점의 주인 노인이 수명,시간,건강을 팔아서 돈을 얻을 수 있다는 곳을 듣게 되고
노인이 말한 장소까지 가서 자신의 수명의 가치가 1년당 1만엔이라는 걸 듣고 절망하여 3개월만을 남기고 자신의 수명 30년을 30만엔, 한화 300만원정도에 팔아버립니다.


내용설명은 여기까지..
더 잘알고 싶으시면 나무위키 켜라...




이 소설에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의 심정묘사같습니다.
평범하게 겉도는 사람의 평범한 심정의 교과서 로 어디 실고싶네요 ㅎㅎ ㅜㅜ


자신은 특별하고 남들보다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자의식과잉을 유년기 내내 가지고 있고
극히 평범한 어른이 되고나서도 그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점이나

그런 생각이 언행에 드러나 주위와의 관계는 붕떠버리고 초등학교 친구 히메노와의 추억과 약속을 양분삼아 살아가고,
어렸을 적의 자신은 분명 똑똑한 아이였을텐데 나이를 먹어감에따라 그 총명함이 희석되고 기억력은 점점 안좋아져서 좋았던 학교성적도 부진해지고
어렸을 적 자신과 닮은꼴이었던 히메노와의 경쟁의식으로 모든 것에 더 노력하고 성과를 낼수있었다는 점이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딱히 독서나 음악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할일이 없고 살기위해서 의지하며 사는 점이나

후에 수명을 팔고나서 외로움에 여태까지 소홀히 여겨왔던 인간관계 중에 그래도 남은 몇명과 연락을 취해보지만
자신한테 호의를 보이고 대시를 하던 여후배한테 문자를 보내니 '연락자부재'  즉 자신은 이미 그 여후배한테 아무런 가치가 없는 타인이라는 걸 깨닫고
남을 외로움을 풀기위한 도구로 정도밖에 생각하지않은 주인공한테의 여후배의 비아냥이 인상깊었네요.

또 고등학교 친구를 같은 이유로 오랜만에 만나서 재밌게 이야기하던도중 자신이 유일하게 열심히 해왔던 '그림'을 그만뒀다는 주인공의 말에 '그거 참 다행이다' 라는 친구의 말에 크게 상처를 입는 점이나

자신의 첫사랑 히메노가 이른 나이에 출산하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선배와 결혼하고 이혼해 주인공은 잊은채 살아간다거나

사실 주인공의 1년 수명의 가치는 1만엔이 아니라 1엔, 즉 30년 수명의 가치는 30만엔이 아니라 30엔이었고, 감시원 미야기가 자신의 돈으로 주인공이 남은 시간을 잘보내게 하기위해서 적선한 금액이었다
(근데 이건 너무 현시창스러워서 리얼리티하지않네요. 애초에 아무리 절망해도 낯선 사람이 님 30년 수명의 가치는 30만엔입니다. 삐빅- 하면 정색하고 나가거나 할텐데말이죠. 팔지는 않겠죠, 아무리 마법스러운 힘을 쓰는 사람이라도요. 그런데 또 이 수명,시간,건강을 매매하는 업체(?)도 진짜 최저임금 안주는 악덕사장보다 더 한 놈들이네요. 미야기 어머니 빚 상속포기 할 기회도 안주고 딸한테 빚을 받을려는거나, 수명의 가치 매기는 방법도 지극히 주관적이네요. [사회에 대한 공헌도나 앞으로의 행복] 에 중점을 두는 거 같은데 이것도 함정인게 그렇게 앞이 짱짱한 사람이 수명,시간,건강을 안팔겠죠. 자신의 가치가 높게 나온다면 그 가치가 높게 나온 당사자는 "아 앞으로 이대로 살면 이렇게 높은 가치의 삶을 살겠구나" 하고 조금만 생각해도 알수있고 팔기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인내하겠죠. 이대로만 살면 높은 가치의 삶을 살수있다는 확언을 받게된거니 더 편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수있으니깐요.
작중 나온 주인공한테 권유하는 고서점 노인도 비싼값을 못받은걸로 생각되는데 이거 완전 인생에 절망한, 불쌍한 사람들만을 노리고 장사하는 전문 사기업체네요.)



이야기 초반은 정말 리얼리티하고 음울해서 좋았습니다.
이런 인생 정말 많지않습니까?

제가 이 책을 좋다는 소식만 많이 듣고
리뷰는 아예 안보고 읽어서 여러가지 생각하며 읽었는데
보이밋걸 소설 이었네요.

처음에는 워낙 현시창이라 긴가민가했는데 뭐 라노벨. 캐릭터 소설이 다 그렇죠(.........)
찾아보니 이거 2ch 웹소설이 원작이라지만요.


뭐 이런 보이밋걸 소설 쟁점중 하나가 '주인공 히로인의 사랑에 빠지게되는 계기' 라 생각하긴하는데
이건 또 어떻게 보면 심히 오타쿠적이고 사랑을 애니나 소녀만화 로 공부한 사고방식 중 하나라 생각되네요.
잘생기고 예쁘고하면 별 이유없어도 알아서들 사랑에 빠지니깐요.
네. 그렇습니다. 모두 잘생겨집시다 ㅜㅜ
뭐 주인공 얼굴묘사는 없었지만 뭐 고백도 몇번 받았는데 히메노 생각해서 다 거절했다고하니 꽤 생겼겠죠.



페이크 히로인이었던 히메노에 대한 주인공의 집착은 이해가 좀 가네요.
진히로인이었던 미야기가 주인공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정말로 애니나 오덕물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재인데
(남주는 별로 아무것도 안했지만 어느날 특별한 여자아이가 남주 근처에 굴러들어오고, 그 아이는
특별한 온나노코 라 주위에서 없는(이상한) 사람취급당하고 살아왔는데 최근 유일하게 상냥하게 대해준 남주한테 뭐 사랑에 빠진다)

솔직히 저는 이런 전개 불호입니다.
한 10년전에는 좋아했고
지금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로망으로 남아있긴한데 현실에 치여사니 시니컬하게 보게되네요.
"아니 그렇게 현실적인 거 좋아하면 이런거 정말 많은데 다못보겠네요?"
하고 정색하고 누가 물어오면 할말없네요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전개 싫어하게 된 이유가 일본 오덕물이 너무 노골적이게 이런 오타쿠들 니즈를 알고
"너희 이런거 좋아하지? 그래 그런거 엄청 넣었다. 옛다!" 하며 쓰레기들을 너무 내서 그런것도 있네요.

뭐 이 소설은 그래도 나은편입니다.
주인공이 막 유유부단 완전 수동형 찌질이도 아니고 나름 생각하고 행동해서요.

아무튼 보이밋걸 소설의 핵심이
'서로가 서로에 대한 구원' 이라 생각합니다만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로도 완성도가 좋은 거 같습니다.

약간 x따스럽지만 엄근진빨고 태클을 걸자면
1.주인공 수명이 다했으면 수명을 시간을 내서 사면 되는거 아닙니까? 감시원 커플 짱짱?
2.미야기 감시원 생활 3년 남았는데 아무리 기분이라지만 3일 남기고 다판다니 낭비 쩌시네요. 주인공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다 로맨티스트...
3.그렇게 로맨티스트면 그건 왜 안하나? 그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이밋걸 말고 주제.

후반에 미야기의 소원을 들어주기위해 아무한테도 안보이는 미야기와의 데이트로 팬터마임을 하는 주인공의 해괴한 모습으로 유명해지고 마을사람들의 주목,호감(사회에 대한 공헌도, 지명도)을 얻어서 수명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 여태 인간관계를 소홀히해서 가치가없던 사람이 처음으로 남을 위해 노력해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된다는 그런 뻔한 이야기,주제로 흘러갈줄알았는데 알고보니 페이크 히로인처럼 페이크 주제였네요....ㅋㅋㅋㅋ


대충 주인공은 평생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높은 가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에
그림을 그릴수록 자신의 그림에 보편성이 생기니 참을수없어하고 이 정도로는 히메노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없다.
하며 그림을 포기합니다만.
시간이 흘러 미야기와의 만남으로 미야기가 잠든 자신의 모습을 그린 걸 보고는 문득 다시 한번 그림을, 미야기의 자는 얼굴을 그립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큰 위화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요.
그 이후로 잠들기전 매일 그림을 그리던 자신의 어린시절 루틴을 떠올리고 자신의 남은 수명 1달동안 이 생활을 계속 했다면 후세에 뛰어난 거장으로 남게되서 자신의 수명의 가치가 무슨 짐바브웨 하이퍼 - 인플레이션 1000억 달러 지폐처럼 부풉니다;(아니 뭔 이런 개같은..........................)

그러니깐 평생 특별하게 살고 무언가 사회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보편성에 무기력을 느껴 포기하고 살았지만
특별해지기위해서 제일 중요한건 그 보편성까지 다다르기위한 결국 계속 이어지는 평범한 일상, 노오오오오력이라는 주제를 남깁니다.

이게 정말 뻔한 주제긴했지만
나름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순인게 그 보편성을 지겹게 이어나가야 그 특별함(성공)을 얻는 것인데
주인공은 그 한달을 보내지도않고 판매원한테 바로
"내 수명 얼마임??" "ㅇ어어? 너 그림 다시 그리는구나...헐 이대로 계속 그리면 죽어서 님 개성공함 ㅎㄷㄷ 가치가 무려 몇십억엔!!!" "헐 이건 팔아야돼!!!"

이거랑 뭐가 다른걸까요
보편성에서 특별함(성공)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기에 정말 힘들고 괴로운건데 말이죠.

그럴거면 수명 팔기 전에 미술,스포츠,공부 등 한 과목을 평생 열심히!!! 하겠다 다짐하고 그때마다 그 판매원한테 이야기를 해서 이러면 내 수명 가치는 얼마가 됨? 이거 하면 가치 높아짐? 이거 열심히 하는데 가격 오를려나?
간보는 거와 무슨 차이인지......  

뭐 전개의 흐름으로는 나쁘지는 않았는데
정색하고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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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해보자면 아무튼 괜찮은 캐릭터 소설, 서로에게 서로가 구원이 되는 보이밋걸 소설이었습니다.

소심한 성향의 사람들이 보면 납득갈만한 주인공의 심정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묘사,
무조건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남들이봐도 이상한든 아니든(그림,종이접기,마을에 있는 자동판매기 사진 찍기,풍경구경,자서전쓰기(이것때문에 이 책이 자서전처럼 써졌죠.))해보고 거기서 보편성을 나아가서는 특별해질수있다는 주제등

앞에도 썼지만
특히 주인공이 딱히 별로 좋아하지않는데도 기계적으로 독서와 음악을듣고 보는 삶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게 생각하는 점은 많이 공감됐습니다.
저도 옛날에는 가볍게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소설을 찾아읽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날 정말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반년넘게 소설도 안읽고 뇌를 별로 안써도 되는 영상이나 만화만 봤네요.
그런데 요번 예비군 갔다오고 쉬는 시간이 정말많았고 이 책을 가져가서 읽었는데 오랜만에 사회생각안하고 정말 재밌게 별 상념없이 읽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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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제 취향대로 미야기가 주인공한테 자신의 돈을 몰래 적선했던거나, 호의를 보이는 일이 없고 그대로 현시창스럽게 현시창스러운 교훈을 주는 것도 한번 보고싶네요. 누가 팬픽으로 이런거 안쓰나


찾아보니 작가 소설이 여러개이던데
다 이 소설처럼 어두우면서도 밝은 여운이 남는 책이네요. 한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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