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5/11/05 18:02:05
Name   Azurespace
Subject   엥? 딥러닝 그거 바보 아니냐?

참고: http://arxiv.org/pdf/1312.6199v4.pdf


지금까지 사물 인식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방법론들은 모두 동일한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사물을 구성하는 특징을 추출해낸 다음,  "이러한 특징을 얼마만큼 지닌 물체가 있는데, 우리가 아는 물체 중에서 가장 가까운 물체는 뭐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딥 러닝이 등장하기 이전의 방법론들 또한 그랬고, 딥 러닝 또한 그렇습니다. 다만 딥 러닝은 이미지의 국소적인 특징을 추출하여 더 큰 특징을 조합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죠.


잘 만들어진 모델은 물체의 웬만한 특징들을 잘 추출해냅니다. 당연히 그러니까 인식 정확도가 높겠죠?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신경망을 거대하게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모두 추출해내어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0과 1 사이의 모든 수를 나열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행위가 될 것입니다. 어떤 feature set을 뽑아내도 거기에 속하지 않는 다른 feature를 만들어내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딥 러닝이 이미지로부터 추출해내는 feature는 고작해야 수백개 정도라고 봤을 때... 이미지에서 오직 딥 러닝 네트워크가 추출해내는 feature만을 제거하거나, 원하는 양만큼만 남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각의 이미지에서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을 내용적으로 다른(conceptually different) 그림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가운데 회색 배경의 그림은 왼쪽과 오른쪽 이미지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좌우측은 명백히 같은 대상에 대한 사진이죠. 그러나 딥 러닝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네트워크의 입장에서 오른쪽 이미지들은 모두 Struthio camelus, 즉 낙타로... 아니, 타조로 보입니다. 이처럼 네트워크에게 실제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도록 하는 이미지를 Adversarial Example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Wyoming 대학교의 한 AI 연구실에서는 위 연구결과를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이 연구실에서는 유전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과 같은 진화적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로봇에 지능을 부여하는 연구를 하던 곳인데요.


"이런거 우리 전문이잖아? 한번 Adversarial example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볼까?"


http://www.evolvingai.org/files/DNNsEasilyFooled_cvpr15.pdf


이 사람들의 원래 목적은 저 위에 나온 이미지처럼, 기존 이미지를 거의 고치지 않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적용한 다목적 진화 알고리즘을 진짜진짜 간략하게 설명하면.



  1. 갖고 있는 이미지들을 네트워크에 넣어본다

  2. 선택, 교차, 변이 등 유전 연산을 적용한다.

  3. 원하는 결과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다음 세대에 남긴다


정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뭐 GA 자체도 파고들면 여러가지로 복잡한 기법들이 많고, 논문에서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고요.


근데 이 알고리즘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습니다. 원본 그림과 별로 비슷하지 않은데, 그렇다고 네트워크의 예상 결과와도 들어맞지 않는 이미지들을 내놓은 거죠.



달리 말해서 실제 사물과 별로 닮지 않은 패턴이나 그림으로도 딥 러닝 네트워크를 속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네트워크라도 비슷한 방법을 통해서 속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요. 더불어서, 한 네트워크를 속이는 데 성공한 이미지는 다른 구조의 네트워크도 속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소개한 연구가 더 큰 파급효과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딥 네트워크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한편으로는 원래 이미지를 조작해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한 결과죠. 아무런 수정 없는 이미지들에 대해서만이라도 제대로 동작할 수 있다면, 딥 러닝을 별 문제없이 현실에 적용해도 괜찮습니다. 달리는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는 feature를 조작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보낼 테니까요.


그러나 실제 사물과 관계없는 어떤 문양이나 패턴을 이용해서 네트워크를 속일 수가 있다면, 이건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못된 짓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무인 자동차들이 상용화된 후에, 컴퓨터에게만 인간으로 보이는 어떤 패턴을 도색한 차량이 난폭운전을 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요?


심지어 어떤 구조의 네트워크가 사용되었는지 모른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우회해서 악용은 가능할 것입니다. 저에게도 몇 가지 가능한 방법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딥 러닝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위에서 말했다시피 기존 방법이라고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연구자들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11-16 21:22)
* 관리사유 :



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949 32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89 31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57 20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802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63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심해냉장고 24/10/20 1606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97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81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56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104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52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84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016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633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74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41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718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617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822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94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105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55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116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81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84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