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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19 04:39:22
Name   하니n세이버
Subject   새해 첫날을 경찰서에서
2009년 1월 1일
나와 그 당시 여자친구는 제야의 종 타종식을 보기 위해 종각으로 갔다
33번 종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쥐OO를 구속하라!”
우리도 인파에 떠밀려 행진 대열에 어쩔 수 없이 꼽사리끼게 되었다

광역버스를 타야했기에 우리는 큰길을 빠져나와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에도 고양이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때 의경들이 들이닥쳤다
그대로 우리를 포함한 골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연행되었다

경찰서에 도착했다
연행된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파카, 츄리닝 바지, 삼선 슬리퍼, 떡진 머리
누가 보기에도 방금 집에서 나온 것 같은 아저씨였다

다들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지만 그 아저씨만 앉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며 불안해했다
보다 못해 “아저씨.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했지만 아저씨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따뜻한 경찰서에서 여자친구는 내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고,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큰 소리가 들렸다
“집에 보내줘! 집에 보내줘! 날 왜 잡아 왔어! 집에 보내줘!”
아저씨가 책상 위로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찰들은 당황해서 “일단 진정하시고 내려오세요.”라며 어르고 달랬지만 아저씨는 경찰들이 하는 모든 말에 “집에 보내줘!”라고 답할 뿐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아저씨는 파카 지퍼를 내리고 파카를 열어젖혔다
열려진 파카 사이로 보이는 아저씨의 상체는 알몸이었다
살이 얼어 벌개진 상태였다
“집에 보내줘!”

억지로 경찰들이 아저씨를 책상에서 내려오게 했지만 아저씨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집에 보내줘!”

경찰들은 제발 감기 걸리니까 파카 지퍼라도 올려달라고 말했지만 아저씨는 듣지 않고 소리만 질렀다
“집에 보내줘!”

겨우 아저씨를 진정시켜 파카 지퍼도 올리고 더 이상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경찰들은 죄송하다며 아저씨에게 커피를 타다 바쳤고 덕분에 연행된 모든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또 다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이 열리더니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오셨다
“OO이 아빠?”
“당신 왔어?”
아저씨의 아내되는 분이 오셨다

“당신 자다가 왜 밖에 나가서 경찰서에나 잡혀 오고 그래?”
“아... 자다가 더워서 바람 쐬려고 했지...”
“거짓말 하네! 담배 사려고 나갔지? 담배 끊었다며? 아이고 인간아!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갑자기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대판 싸우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주머니는 바닥에 앉아 통곡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경찰들은 아주머니를 달래기 위해 아주머니 곁으로 갔다
“아주머니 진정하세요.”
“진정 같은 소리하네! 왜 멀쩡한 사람을 잡아오고 XX은 XX이냐! 너네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냐!”
아주머니는 경찰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던 아저씨도 소리를 질렀다
“집에 보내줘!”
경찰서는 또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잠시 후 연행된 사람들은 모두 신원조회나 조서 작성도 없이 풀려났다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내 팔뚝을 때렸다
“담배 끊는다며? 아이고 인간아!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나는 황급히 담배를 끄고 소리쳤다
"집에 보내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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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여친은 넘나 무서븐 것 ㅠㅠ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1-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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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보내줘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집에 보내줘 ㅋㅋㅋㅋㅋ
  • 나도 집에 보내줘!!! 크크크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좋은추억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 세계 제일 유머로 추천합니다.
  • 세계제일 유머 추천
  • 나도 집으로 보내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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