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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26 14:11:48
Name   烏鳳
Subject   결선투표제 도입에 개헌이 필요한가
#0. 들어가는 말

홍차넷에 업적 시스템(?)이 있더군요. 그런데 로그인 해서 살펴보니, 티타임게시판에는 제가 글을 한 번도 안 썼더라구요.
어차피 연말이라 한가한 터에, 뭐라도 끄적여볼까 싶었는데요.
마침 뉴스게시판에 올라온 이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8&aid=0003795887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는 기사입니다.
기사를 읽어보고.. 그나마 우리 헌법에 한 때 좀 깨작거렸던 전적이 있어서.. 썰을 한 번 풀어볼까 합니다.



#1.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 선거에 관한 규정을 찾아보면, 우리 헌법 제67조입니다.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67조
[①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②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③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
④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⑤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즉,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헌법 제67조 제1항과 제2항, 제3항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제3항은 누군가처럼 단독출마할 때에나 적용되는 규정이니,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의미는 없겠고요.
대선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과 관련된 규정은 그 중에서도 특히 제2항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국회의원의 선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 제4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41조
①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②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
③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2. 절대다수대표제 vs 상대다수대표제

유효 투표자의 과반이상을 가져가야만 당선되는 것이 절대다수대표제입니다.
반대로,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으면, 그 표가 과반에 이르지 못해도 당선이 되는 것이 상대다수대표제이지요.

상대다수대표제의 장점이라면... 선거가 비교적 간소하고 빠르게 끝난다는 점이겠지요.

절대다수대표제의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점입니다.
누가 뭐래도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지지한 후보가 선출된 것이죠.
또한.. 소수정당의 후보가 [유의미한] 대권도전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후보가 둘 뿐인 선거라면, 자연스럽게 절대다수대표가 당선이 되겠습니다만..
후보가 셋 이상인 선거라면, 반드시 절대다수대표가 나온다고 장담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우리 헌법을 보면.. 상대다수대표제 또는 절대다수대표제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규정은 없습니다.
우리 헌법 제67조 제1항에서는 대통령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논리필연적으로 우리 대통령 선거가 상대다수대표제라고 볼 [헌법 문언상의 명시적인 근거]는 없지요.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제67조 제1항의 4대원칙만 준수된다는 전제라면 어떤 선거방법이든 상관 없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결선투표를 도입할 것인가 아니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논란입니다만...
헌법 제67조 제4항에 따라서, 법률로 정하면 된다.. 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이 입장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개헌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의 개정만으로도 결선투표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이지요.



#3. 헌법 제67조 제2항

그런데 위 기사에서 입법조사처는...
위의 내용과는 반대로 결선투표제의 도입에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는 헌법 제67조 제2항과 연계하여 나온 해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헌법 제67조 제2항을 보시면요.
제67조 ②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그냥 겉보기에는 평범한 규정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5천만명 이상, 총 유권자는 3천만명 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갑 후보도 1500만표, 을 후보도 1500만표가 나오는 아스트랄한 상황이 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아니면... 갑 후보 1천만표, 을 후보 1천만표, 병 후보도 1천만표를 득표할 확률은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헌법 제67조 제2항은 무의미할 수도 있겠으나...
앞서 말한.. 그 아스트랄한 상황이 만에 하나, 억에 하나라도 나올 수 있으니 만들어 둔 규정일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마 실제 헌법을 입법한 사람들도 그 '만에 하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 두었다고 추정합니다.

그런데 이게 왜 상대다수대표제의 헌법적 근거가 되느냐면요.
최고득표자가 4인인 경우를 가정해보지요.

A, B, C, D, E, F 여섯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그런데 투표 결과, A, B, C, D 후보는 모두 동일하게 유효 투표수의 20%씩 득표를 했구요.
E 후보는 15%를, F 후보는 5%만 득표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헌법 제67조 제2항에 따라 A, B, C, D후보는 국회 공개회의에서의 투표를 다시 거쳐야 합니다.
(* A부터 F 까지의 모든 후보가 국회에서 다시 표결을 해야 한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만...  일단 E와 F는 탈락한 걸로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바꾸어보겠습니다.

A, B, C, D, E, F 여섯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그런데 투표 결과, A 후보는 유효 투표수의 21%를,  B, C, D 후보는 모두 동일하게 유효 투표수의 20%씩 득표를 했구요.
E 후보는 15%를, F 후보는 4%만 득표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앞서의 상황과 다르게, A 후보자 단 한 명만이 최고득표자입니다.
이 경우엔, 제67조 제2항의 반대해석상 [국회에서 헌법 제67조 제2항의 국회투표를 거쳐서는 안 됩니다.] 최고득표자는 1인이니까요.

그러면, 21%를 득표한 A는 어떻게 되어야 할 까요?



#4. 헌법의 유추해석

이 제67조 제2항이 재미있는 것이...
국회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은 사람이 선출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국회투표는 국회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기만 하면, 한 명이라도 많은 국회의원의 표를 얻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겁니다.

앞서... A, B, C, D가 모두 20%를 득표한 상황을 다시 가정해보겠습니다.
국회의원 299명 중에 150명이 출석(과반수 출석)한 회의에서,
최고득표자 4인 중에서 A가 56명, B가 54명, C가 40명, D가 0명의 국회의원 표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죠.
그러면 A가 [다수표]를 얻었으므로 A가 대통령이 되어야 겠지요?

다시, A 후보만 21%를 득표한 상황으로 돌아와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회 투표는 없습니다. A가 단독으로 최고득표자이니까요.
그러면.. 헌법 제67조 제2항에서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선출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그러면 대선에서도 [다수표]를 얻은 A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유추해석일 겁니다.
결국, 상대다수(21%의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A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겠지요.


[어라? 그러면 우리 헌법상으로는, 상대다수대표제를 당연한 전제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겠군요.]



#5. 결론

헌법 제67조 제2항의 해석상,  기사에 나온 입법조사처의 해석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봅니다.
앞서 소개한, 국회의원의 선출을 규정한 우리 헌법 제41조에는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경우를 예비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대통령 선거를 규정한 우리 헌법 제67조에서만,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경우를 예비한 규정이 존재하지요.

그렇다면, 국회의원 선거에는 개헌하지 않고도 결선투표제도를 도입할 수 있겠지만요.
대통령 선거만큼은, 개헌을 하여야만 결선투표제도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 사족 1 : 공부를 손에서 놓은지 오래되어서... 세부적인 내용은 좀 틀릴 수 있겠고... 허점이 좀 있을 겁니다. 너그러이 해량하여 주시길 ;)
* 사족 2 : 저도 이제 탐라에 4개 올릴 수 있는 건가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1-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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