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1/11 22:40:16
Name   moira
Subject   [15금] 고대 그리스 남성의 이상적인 모양
1. '그리스 조각상의 페니스는 왜 그렇게 조그마한가'라는 짧은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http://qz.com/689617/why-do-greek-statues-have-such-small-penises/





고전적인 나체 조각상을 바라볼 때 그 섬세하게 조각된 페니스에 슬그머니 눈이 가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성기'는 아주 학구적인 주제처럼 들리진 않지만 미술사가들의 관심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던 주제도 아니었지요. 어쨌든 조각가들은 페니스를 조각할 때 여타의 신체 부위를 조각할 때와 똑같이 심혈을 기울였고, 이 비교적 조그만 페니스에는 잘 발전된 이데올로기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작은 페니스는 우두머리 수컷(alpha-male)들에게 인기 있는 사이즈였던 걸로 보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작고 발기하지 않은 페니스를 절제와 결부시켜 생각했습니다. 절제는 그리스인들이 이상적인 남성성으로 간주했던 핵심적인 미덕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버드와 컬럼비아, NYU에서 강의했으며 게이 역사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고전학 교수 앤드류 리어(Andrew Lear)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편으론 이상적인 남성(영웅, 신, 나체 운동선수 등)들의 작고 발기하지 않은 페니스, 그리고 한편으론 사티로스(술주정뱅이이며 육욕이 강한 신화 속의 염소인간)나 기타 이상적이지 않은 남성들의 과도하게 크고 발기한 페니스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늙고 쇠약한 남성들의 페니스는 흔히 커다랗게 묘사됩니다."

리어 교수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문학에도 이와 유사한 관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에서는 '창백한 안색' '좁은 가슴팍' '음탕함'과 함께 '큰 페니스'가 체력단련을 게을리하는 불명예스러운 아테네 젊은이들의 특징으로 언급되지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오직 욕정과 성적 충동에 지배받는 그로테스크하고 어리석은 남성들만이 큰 페니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술사 블로거 엘렌 오드슨(Ellen Oredsson)에 따르면 당대의 조각은 균형과 이상주의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이상적인 그리스 남성은 합리적이고 지적이며 권위적인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성관계를 가질 수 있었겠지만 그건 그의 성기 크기와는 무관하며, 작은 페니스 덕분에 그는 차분하게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스몰 사이즈였던 '이상적인' 페니스의 크기가 어떻게 하여 오늘날 라지 사이즈가 되었는가에 관해서 몇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리어의 주장에 따르면 포르노의 탄생이라든가 여성들이 흔히 당하는 몸매 평가를 남성에게도 적용하려는 이데올로기적 압력이 그 뒤에 있습니다.

하지만 리어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고대 그리스건 현대 사회건 페니스의 이상적 크기에 대한 관념들은 현실과는 철저하게 동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통념과는 달리 큰 페니스가 성적 만족도를 높인다는 확실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물론 작은 페니스가 절제와 이성의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지요.

"그리스 남성들은 늘 체육관에서 서로 나체를 보고 지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존경할 만한 절제 있는 남성이라고 다 작은 페니스를 가진 것도 아니고, 무절제하고 비겁한 주정뱅이라고 꼭 큰 페니스를 가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요."

고대 그리스 이후 수천 년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페니스의 크기라는 문제에서 우리는 단순히 근거 없는 이론 하나를 또다른 근거 없는 이론으로 교체했을 뿐인 것입니다.



2. 도자기 회화의 예를 봅니다.





동성애 역사 연구의 고전으로 간주되는 케네스 도버(Kenneth Dover)의 <그리스 동성애>(1978)에는 당대의 이상적인 페니스의 모습이 '작고, 가늘고, 포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성인이 되지 않은 남자아이의 페니스 모양이 그렇지요. 크기도 작고 음모도 없어야 합니다.

그들은 신체의 모든 부분을 숨기지 않고 골고루 밝은 조명 아래 노출시켜 심미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편안하게 이들의 심미관을 관찰할 수 있어요. BC 5세기경에 만들어진 위 그리스 항아리에 묘사된 것은 헤라클레스의 일화입니다. 이집트왕 부시리스가 헤라클레스를 인간 제물로 바치려다 역공을 당하는 장면인데요. 잘생긴 동향인 영웅 헤라클레스(왼쪽)와 추한 외국인 노인 부시리스(오른쪽 아래)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지요.

자세히 보면 부시리스는 다소간 통통하고 둥글둥글하며 주름진 페니스를, 헤라클레스는 날렵하게 잘 빠진 작은 페니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시리스가 잘 보이지 않으면 주변의 부하들을 보세요.) 부시리스의 페니스는 할례를 받아 귀두가 포피 밖으로 돌출된 모양이고 헤라클레스는 포경을 하지 않은 상태지요. 중요한 것은 귀두의 모양과 비율입니다. 점점 좁아지다가 마지막 끝 부분은 깔끔하게 모여 닫힌 길쭉한 귀두야말로 아름다운 페니스의 상징인데, 이 귀두 이후 점점 가늘어지는 부분을 아크로포스티온(acroposthion, 포피첨단)이라고 부릅니다.




위에 묘사된 것은 트로이아 전쟁에서 팔에 부상을 입은 파트로클로스(왼쪽)와 응급처치를 해주고 있는 아킬레우스(오른쪽)의 모습입니다. 이상적인 페니스의 모습을 좀더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아킬레우스는 무릎을 꿇은 채 사랑하는 친구의 상처를 근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고 파트로클로스는 방패 위에 앉아 긴장한 다리를 벌리고 찡그린 얼굴을 보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죠. 우아하게 늘어져 있는 파트로클로스의 길쭉한 페니스는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잘 보면 무릎을 꿇고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킬레우스의 페니스도  굳이 그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통설은 파트로클로스가 손위 연장자라는 것입니다. 이 항아리 그림에서도 그 통설이 반영되어, 파트로클로스의 얼굴에는 가뭇가뭇 콧수염과 턱수염이 나 있는데 아킬레우스의 얼굴은 구레나룻을 제외하면 깨끗하지요.



3. 이런 걸 왜 썼는가

모릅니다. 업적도 안 되는데 아...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1-23 09:15)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3
  • 언제나 성 이야기는 흥미롭지요 추천
  • Ph.d subject ..페니스 전문가..
  • 흠..내가 고대그리스남자들의 꼬추 얘기를 왜 읽고 있는거지? 재밌으니까 추천.
  • 거시기한 내용을 잘 거시기하셨군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19 골든햄스 24/02/27 1384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300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874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945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265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123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060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452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084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745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 24/01/31 942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460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6109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5636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201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2619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3243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1212 21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1249 24
1351 기타안녕! 6살! 안녕? 7살!! 6 쉬군 24/01/01 1547 29
1350 일상/생각아보카도 토스트 개발한 쉐프의 죽음 10 Soporatif 23/12/31 1452 19
1349 문화/예술커버 댄스 촬영 단계와 제가 커버 댄스를 찍는 이유. 6 메존일각 23/12/25 1194 15
1348 기타만화)오직 만화만이 할 수 있는 것. 아트 슈피겔만의 <쥐> 1 joel 23/12/24 1194 12
1347 일상/생각빙산 같은 슬픔 10 골든햄스 23/12/17 1356 36
1346 기타스몰웨딩 하고싶은 티백들에게-2 4 흑마법사 23/12/16 1058 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