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4/28 18:14:53
Name   tannenbaum
Subject   무지개 깃발.
이 글은 저 한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이자 소회로서 평서문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먼저... 나같은 비겁한 성소수자는 기껏해야 얼굴도 감추고 그저 넷상에서 손가락만 날리는 게 전부인 사람이기에 전국민 앞에 당당히 얼굴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당신들의 용기와 소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이며 결단이기 때문이다. 무식하기에 래디컬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약자가 강자에게 소수가 다수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좀 더 강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기에 당신들의 행사장 난입이나 과격한 행동과 표현들을 존중한다. 과거 미국의 폭력노선도 하나의 흑인운동으로 인정받으며 전태일열사 박한열열사.... 더 넓게는 군화발과 백골단 앞에 화염병과 보도블럭을 들고 피흘렸던 수 많은 우리의 선배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안다. 더군다나 한국사회에서 스스로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당신들의 행동과 결단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당신들은 손가락을 잘 못 가르키고 있다.

유력대선주자이기에 어필을 하는 것... 인정한다. 난입이나 의사진행 방해도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후보를 물리적으로 밀치는 행동은 절대 인정받지 못하는 의사표현이다. 당연히 그래서도 안되고.... 그래 백번 양보해서 문재인후보 가슴을 밀치듯이 홍준표에게도 달려들어 머리카락이라도 쥐어 뜯었으면 과격한 외침이라도 그 진정성과 의도를 지지했을지도 모른다. 혹여, 홍준표를 쥐어 뜯다 유치장에 갖힌다면 변호사비용 댈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당신들의 손가락은 오로지 문재인만을 향해 있다. 들어줄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지 멍멍이한테 말해서 뭐하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보인다. 과연 그럴까..... 래디컬이든 뭐든 그 대상이 강자나 가해자일 경우 의의를 갖는 것이지 만만한 상대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시위도 의사표현도 아닌 그저 폭력일 뿐이다. 실수한 놈, 나쁜 놈, 쳐죽일 놈 중에 쳐죽일 놈은 외면하고 실수한 놈만 조지는 것 우습지 않은가?

당신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 의심스럽다.

당신들 스스로는 불합리와 차별에 대한 항거라고 생각할것이다. 그 방법으로 다소 과격한 표현을 한다고 생각하겠지.... 내일 마지막 촛불집회에 당신들이 모두발언을 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호소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유력대선후보에 대한 비판'이더라.... 당신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강하게 의심이 든다. 진정 성소수자전체의 권익을 위한것이지 당신들과 당신들 단체를 위한것인지... 문재인 후보의 시각이 만족스럽지 않을수도 있다. 아니 심상정을 제외하면 모든 후보의 시각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항의는 유력 대선후보가 아니라 동성애자들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하고 하늘의 뜻을 거역한 벌 받아야 한다는 홍준표를 향했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들의 진짜 목적을 위해서라면 한기총 앞에 찾아가 차별과 혐오를 멈추라 외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홍준표나 한기총 앞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났다면 최소한 당신들의 목적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요 며칠 인터넷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집중포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여기 홍차넷에는 없지만 핑계가 필요한 포비아들에게 너무나 좋은 이유를 만들어 주었으니까. 나도 이럴진데 그들에겐 얼마나 좋은 먹이감이겠는가?

참... 할 말 많다. 허나 내가 더 비겁한 사람이란 건 더 잘 알고 있다. 거리에 서서 외치는 당신들에 대한 비판과 스스로 무임승차하는 부채감이 교차한다. 어쩌면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옳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일 촛불집회에서 '유력대선주자에 대한 비판'을 하기로 한 당신들... 당신들이 흔드는 무지개 깃발을 보면서 더 많이 쏟아질 전체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는 불 보듯 뻔할 것이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상황에 또다시 놓이겠지....

확실한 건 당신들이 들고 있는 레인보우 깃발에서 난 빼주었으면 한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5-08 08:11)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83 정치/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2 cummings 24/04/04 5105 37
    1382 기타우리는 아이를 욕망할 수 있을까 22 하마소 24/04/03 1107 19
    1381 일상/생각육아의 어려움 8 풀잎 24/04/03 766 12
    1380 정치/사회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16 카르스 24/03/26 1650 8
    1379 일상/생각인지행동치료와 느린 자살 8 골든햄스 24/03/24 1357 8
    1378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1123 28
    1377 꿀팁/강좌그거 조금 해주는거 어렵나? 10 바이엘 24/03/20 1470 13
    1376 일상/생각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1321 19
    1375 창작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5 Jargon 24/03/06 1120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4/03/06 988 8
    1373 정치/사회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756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760 13
    1371 일상/생각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992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698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497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1054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173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436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4/02/06 1294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225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666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262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931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 24/01/31 1081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631 3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