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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마음을 움직인 2시간'이라고 예전부터 돌아다니던 짤방이 있어요. http://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50350920
이준석 씨가 박을 처음 만났을 때 무려 자기한테 두 시간을 내어준 것에 감동받았다는. 그는 박이 교육 이슈 논쟁에서 자기한테 밀리지 않는 것에 놀랐다고 했죠. 요즘은 이준석이 얼마나 사람 볼 줄을 모르는가를 증명하는 조롱거리로 사용되는 거 같아요.

근데 이게 이준석 씨만 그런 거 같진 않아요. 전통적인 남성들은 '자기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이 똑똑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남자는 말하고 여자는 듣는 모델인 거죠. 남자가 말하는 동안 여자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만 가끔 끄덕거려 줘도 남자는 그녀가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고 혼자서 결정해버리곤 해요. 데스데모나의 열정적으로 경청하는 태도에 넘어갔던 오델로가 그랬고, <친화력>에서 말 한 마디 없는 오틸리에의 '지성'에 감탄했던 에두아르트가 그랬어요. 기생을 '해어화'라고 부르고 그 이름을 칭찬으로 여겼던 옛 사람들도 그랬고.

박근혜는 말이 적기로 유명한 정치인이었죠. 약품과 시술로 피부의 이미지를 관리하듯 침묵으로 정신의 이미지를 관리했죠. 이준석 씨와의 대화에서 어느 쪽이 얼마나 말을 많이 했을까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아요. 한국의 나이든 어른들이 박의 이미지에 만족했던 데에는 '다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해어화의 신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말할 수 없는 것은 텅 비어 있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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