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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17/02/12 22:47:36
티타임으로 쓰려다가 티타임으로 쓸만한 길이의 글도 아니고, 굳이 티타임으로 갈 필요도 없을 거 같아 타임라인으로 글을 씁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좌빨입니다. 아니, 좌빨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요) 스무살 즈음 사회와 인간에 관심을 가졌고, 좀 더 나은 사회와 삶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집회도 나가보고, 책도 읽어보고... 그런 행동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고 있단 생각도 했었구요. 그런데 2008년에 제가 지지하던 당이 2%를 득표하지 못하면서 박살이 났고, 그걸 보면서 저는 엄청난 회의에 빠졌어요. 지금까지 내가 했던 건 뭘까 뭘 했던 걸까.. 이런 생각들. 슬프기도 했고.. 많이 아팠어요. 그 이후로 저는 의도적으로 좀 정치를, 그리고 내 친구들을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는 현실에 순응했죠.

그런 저를 비난하거나 욕하는 사람은 사실 없었어요. 오히려 니덕분에 맛있는 걸 먹는다는 친구도 있었고. 잘됐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 때 이후로부터 저는 항상 부채의식에 시달리고 있어요. 누구도 내가 잘못됐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내 스스로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나만 혼자 도망친게 아닌가 하는. 그런.

그래서 저는 지금도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면서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바라보는 게 너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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