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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삼공님 자폭장치글에 팟저님이 쓰신 댓글 보니까 생각났는데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어떤 행위자의 관점으로 볼 것인가...

한 친구가 있어요. 저보다 연령대가 좀 어려서 저와는 다른 세대적 배경에서 인터넷을 시작했던 친구. 인터넷을 시작한 시점은 거의 동일한데(90년대 말) 받아들이는 내용이나 관심사는 각자 달랐겠지요.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정치 관련 인터넷 게시판을 들락날락했는데 - 홍차넷에 청소년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처럼 - 자기가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게시물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그는 독특한 독해법을 갖게 되었어요. 본문을 읽지 않고 먼저 스크롤을 죽 내려서 댓글부터 읽어요. 댓글에서 사람들이 지적하거나 환영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대략 파악하고 나서 본문으로 다시 올라가 글을 읽어요. 그래도 대부분은 이해가 잘 안 되었대요. 그러면 다른 더 친절한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렸다가 읽고 나서 또 본문을 읽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빌려서, 읽지 못한 원텍스트에 대한 자기 관점을 세우는 일을 아주 오랫동안 하였다고.

저에게도 인터넷 커뮤니티는 일종의 느슨한 교육의 장 같은 곳이었어요. 홍차넷을 눈팅하는 - 하지만 글을 쓰지 않는 - 호기심 많은 10대 초반이나 중반의 유저들에게 이곳은 어떤 느낌일까... 보이지 않는 그대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그대들을 위해 우리는 텔레토비처럼 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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