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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십 년 전의 출판계랑 비교해보면 일반 교양서 번역 품질은 정말로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엔 분야를 막론하고 잘 된 번역서가 하나 나오면 소문이 쫙- 돌았어요. 그 책 번역 좋다고. 이제는 품질이 어느 정도 평준화돼서 그런지 웬만큼 번역이 잘 빠져도 그렇게 소문 내 주는 사람이 별로 없죠. 한때 무자비한 칼날같았던 번역비평 블로그들도 주인장들이 출판계의 이해관계와 얽히고 섥히면서 입을 닫아 가더군요.

메리 비어드라는 영국의 할머니 고전학자가 쓴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 SPQR>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아주 잘 썼어요. 언론에서도 많이 조명되었고 출판평론가들도 극찬 일색. 그런데 번역이 그닥 안 좋아요. 이 할머니가 쓴 다른 저서 <폼페이> 번역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굳이 잡은 책인데 비교가 많이 되네요. 폼페이를 출간한 출판사에서 비어드 할머니 시리즈를 낼 생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낼 거면 거기다 양보해 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최상의 재료를 선점해 가지고 제대로 맛을 못 낸 요리가 나왔는데, 평론가들은 재료만 가지고 극찬하는 형국.

가끔 보면 독자들 가운데 '원서보다 왜 번역서가 더 비싸냐'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번역서가 당근 더 비싸지요... 투입되는 공력이 있는데. 그 공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도서정가제든 뭐든 정책의
의미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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