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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사 17/08/23 20:10:37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바셀린 말고는 아무것도 입술에 바르지 않는다. 얼굴을 뽀얗게 만드는 일, 화사한 옷을 입거나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 일, 향수를 뿌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없다. 일이 끝나면 그녀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자취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뜨거운 물에 찬밥을 말아 먹고 잠들 것이다.


이제 그녀는 스물네살이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스럽기를 기대했다. 사과처럼 볼이 붉기를, 삶의 기쁨이 예쁘장한 볼우물에 고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빨리 늙기를 원했다. 빌어먹을 생명이 너무 길게 이어지지 않기를 원했다.


물걸래로 구석구석 방을 훔쳤다. 걸래를 빨아 널고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가만히 있으려니 허기가 느껴졌다. 어머니가 부쳐준 올배쌀을 공기에 담아와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먹는다는 것엔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한강 /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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