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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27 17:51:46
Name   알료사
Subject   나의 남혐
오늘 나의 여자가 어떤 귀부인이라면, 내일은 거리의 여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 이 여자든 저 여자든 나는 한 옴큼씩 돈을 뿌리고 음악과 집시들을 동원해 거나하게 한판을 벌이면서 즐겁게 해주는 거야. 나는 언제나 뒷골목이, 광장 뒤의 어둡고 인적 드문 뒷골목이 좋더라. 그곳에는 모험이 있고 뜻밖의 사건이 있고 진흙 속에 묻힌 천연석이 있어. 동생아, 내 말은 일종의 알레고리 같은 거야. 우리 소도시에는 물질적인 의미에서의 뒷골목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뒷골목들이 있다는 거지. 네가 나와 같은 놈이라면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할 텐데. 나는 방탕을 사랑하고 방탕의 치욕과 잔인함마저도 사랑했어. 그런데도 내가 벌레가 아니란 말이냐! 한번은 예전의 도시에서 소풍을 갔었는데, 겨울의 어둠이 깔린 썰매 위에서 나는 내 옆에 앉은 어느 처녀에게 입맞춤을 했지. 그녀가 허락한 이유는 내일이면 내가 자기한테 청혼을 할 줄 알았던 거야. 가엾은 것. 하지만 나는 다섯 달 동안 그녀에게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어. 무도회에서 춤을 출 때면 홀의 구석진 곳에서 나를 좇는 그녀의 두 눈이 잔잔한 격노의 불꽃으로 이글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이런 장난도 그저 내가 내 안에서 키우고 있는 벌레의 정욕을 즐겁게 해 줄 뿐이었어. 어, 너 얼굴을 붉히는데? 눈도 반짝였어! 이런 지저분한 얘기는 이제 너한테 그만 하마. 이 모든 것은 약과에 불과해서 서론 격이랄까. 잔혹한 벌레가 이미 자라났고 영혼 속까지 퍼지긴 했지만. 하느님, 사랑스러운 그녀들을 건강하게 살게 해 주시옵소서. 어쨌거나 이젠 됐다. 설마 내가 이런 걸레 같은 얘기를 하려고 너를 여기로 불렀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천만에, 나는 너에게 좀 더 흥미진진한 걸 이야기해 주마. 하지만 내가 네 앞에서 수치스러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쁜 기색마저 보인다고 놀라지는 말아라.


내가 얼굴을 붉혔다고 형이 그런 말을 하는 거구나. 내가 얼굴을 붉힌 건 형이 겪은 일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나 자신도 형과 똑같기 때문이야.


네가? 어라? 이건 좀 심한데.


다들 똑같은 계단에 서 있는 거야. 다만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고 형은 저 위쪽, 어디 열세 번째쯤 있을 뿐이지. 내 관점에서는 이 모든 것이 완전히 동일한 성질의 것이야. 아래쪽 계단에 발을 내디딘 사람은 어떻든간에 위쪽 계단까지 올라가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 아예 발을 내딛질 말아야겠네?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 내딛지 말아야지.


그럼 너는, 너는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없을 거 같아.


아무 말 말아라, 알료사, 얘야,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나는 네 손에 입을 맞추고 싶구나. 이렇게, 너무 감동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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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호색한 장남 드미트리가 자신의 여성편력을 막내동생 알료사에게 이야기하며 자기 마음속 <벌레>에 대해 고백할 때, 알료사가 나도 형과 다르지 않다고 밝히는 장면입니다. 동네에서 <꼬마 성자>로 통하는 수도원생 알료사가요 (저 아님. 닉변해야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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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초 커뮤니티 연예인 게시판에 김고은 글이 올라왔었어요.

군대에서 김고은이 이쁘다 아니다로 논쟁이 있었답니다.

글쓴이는 김고은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자신이 병장이어서 이쁘다는 후임들을 모두 <진압 >했답니다.

그런데 전역 후에 도깨비를 보고서는 김고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고은 예쁘다, 하는 내용이었어요.


김고은의 외모에 대해서 많은 댓글이 달렸죠.

그중에 가장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댓글이 있었는데..


영화 은교를 보면서 자위(훨신 저열한 표현이었지만 순화)한 적 있는 사람들은 김고은 까지 말라는 거였어요.


한편으로는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광경이 그다지 충격적일 것도 없이 남초집단에서 흔하게 목격되어 왔다는게 상기되면서 새삼스레 내 동족들에 대해 악감정이 들었어요.


남중남고를 다니면서 사춘기 남자들의 뒤틀린 욕구가 그들의 이성관을 얼마나 왜곡시키는지 너무도 생생하게 지켜봐 왔고, 심지어는 제 자신이 바로 그 장본인일 때도 있었으니 최소한 성에 관련해서는 자기혐오와 동족혐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죠.


메갈들의 남혐을 보고 있으면 귀엽습니다. 그들은 남자의 막장됨을 겉에서만 관찰,경험하고 혐오하는 거지만 저는 남자인 자신과 남자인 동족들을 거의 전지적 시점에서 속속들이 들여다보면서 절망하고 포기하게 된거거든요.





국민학교(...)고학년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하게 될 즈음까지 동성 친구들한테 추행을 많이 당했어요.


뽀뽀한다던가 만진다든가 뭐 기타 등등..


그 친구들이 동성애자여서 그랬던게 아니예요. 걔네들은 여자한테 그러고 싶었을거고, 여자한테는 못그러니까 저는 그 대용이었겠죠. 제가 여자같아서가 아니라, 그냥 만만하고 건드려도 반항 못할거 같으니까.


웃긴건 제가 그들을 이해했다는 거예요. 당하는 입장의 불쾌감은 있었지만, 그래, 니들이 오죽하면 그러겠냐, 졸라 하고 싶겠지. 졸라 만지고 싶겠지. [나도 그런데. 내가 너희들보다 강했으면 내가 너희들을 추행했을수도 있었을 텐데] 4학년 이전의 너희들은 나를 때리고 심부름시키고 탈것의 용도로 장난감의 용도로 사용했지만 지금의 너희들 손길에는 그래도 애정 비슷한 무언가가 있구나. 그래, 예전에 비하면 이건 애정이지. 이정도면 감사하지.


주체가 안되는 그들(저)의 성욕이 불쌍할 뿐이었죠. 주변에 이성은 없고 음란물을 보면서 욕구를 풀고 망상을 키워 가고.. 지워도 지워도 무한히 생성되는 화장실의 낙서들.. <나는 우리 학교 여선생 인기순위를 화장실 낙서에서의 비중을 보고 알 수 있다>던 어떤 남선생의 말에 폭소가 터지던 교실, 거기서 너무나 견고하게 형성되었던 공범의식..  여선생이 가르치던 교과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성적인 내용이 나오면 그걸 물고늘어져서 질문을 해대고 어떻게든 화제를 그쪽으로 끌어나가려 하고 그게 의도대로 잘 안되면 자기들끼리 여선생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쑤군대고 낄낄거리고.. 세상의 모든 떡밥을 기승전섹스로 전개시킬 수 있는 그들의 엄청난 능력..


니들은 쓰레기야.. 그리고 나도 니들과 다르지 않아.. 정녕 이 교실 안에 있는 50명의 학생들, 아니 600여 마리의 전교 짐승들 중에 저 광란의 음담패설 파티에서 깨끗할 수 있는 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 단 1인이라도..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겠다고 했을 때 아브라함은 그곳에는 소수의 의로운 사람도 있으니 만약 그 숫자가 50명이 된다면 그들을 생각해서 용서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하느님의 관대한 답변 - 응, 그래 용서해 줄께.


하지만 아브라함은 쫄리죠..  아무래도 50명 안될거 같으니까요.. 혹시 5명 부족해도 봐주실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관대한 하느님) 응, 괜춘.


아.. 아무래도 자신이 없습니다.  40명으로, 30명으로, 계속해서 줄여서 되묻기를 10명까지 내려갑니다.


하느님) 응, 괜춘 (없어 이 호구야ㅋㅋ)





이런 자기혐오를 어느정도 완화시켜 준건 20대도 중반에 가까워져서야 뜻밖의 계기로 만날 수 있었던 몇몇 이성들이었어요. 엄마와 여선생님을 제외한 <여자>라는 존재가 상상속 유니콘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유니콘이 아닌 인간 여자>에게도 내가 그토록 혐오했던 욕구가 있었다는 사실, 나의 동족처럼 노골적이고 폭력적으로 표출되진 않지만 그들도 나 못지않게 비슷한 욕구를 참아내기 힘든 시기가 있으며,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상대를 만나면 꽤나 솔직하게 그것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사실. 지긋지긋하게 나에게서 떼어버리고만 싶었던 이 혹 같은 욕망의 나눔이 간혹은 언어에 필적하는 교감수단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는 사실..



그래, 우리 다 비슷비슷 하구나. 아직도 나는 은교 보고 자위하는 남자들이 ㅄ같긴 하지만 아마도 하느님이 갈빗대를 하나 떼어가면서 참을성도 같이 가져가셨나부지 뭐. 하느님 신발눔.









하 옆동네 저글링누나처럼 달달한 얘기 하고 싶은데 이게 뭔 궁상이냐.. 왜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흘겨.. 여긴 홍차넷이야.. 소돔이 홍차넷이었으면 하느님은 300명으로 딜 했을거야.. 아브라함은 속으로 올 개꿀 했을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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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돔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벗어납시다 그 갈이 아무리 외로워도요
  • 아으 동족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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