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2/09 22:08:12
Name   swear
Subject   문득 보고 싶은 친구 녀석
어떤 노래를 듣다 보면 너무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깊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헤어지고 이별 노래를 들으면 그런 상황이 자주 생기고 나 또한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 중 내가 들었던 아니 보았던 이라고 해야 하나 가장 기억에 깊게 남은 노래는 이 노래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상당히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런 성격 탓에 친구라곤 거의 없었는데 먼저 나에게 다가와준 친구 녀석이 있었다.

겉보기에도 상당히 활발해보이는 그 녀석은 운동도 잘하고 사교성도 좋아 다른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런 녀석이었는데
왜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친하게 지내자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먼저 다가온 친구를 밀어낼 정도의 괴팍한 성격은 아니었던지라 그 친구와 나는 금방 친하게 되었고, 원래부터 그 친구와
친한 또 한 명의 친구와 서로 삼총사라고 부르며 매일매일을 같이 붙어다녔다.

서로의 집에도 가고 산에도 강가에도 가고 오락실도 가고 모든 곳에 모든 시간에 그 친구들과 나는 함께였다.

같이 하는 시간이 즐거울수록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갔고 초등학교 들어와서 맞는 3번째 여름방학에 난 난생 처음으로 방학이
일찍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 되면 늘 그렇듯이 시골 외할머니 댁에도 가고 친척집에도 가고 학원도 가고 하다보면 친구들과 만나서 놀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난 외할머니의 댁에 가야했고 거의 이주 정도 있다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약한 감기 기운을 가진체로..

내가 집으로 돌아오고 하루가 지났을때 친구들은 우리집에 놀러와 같이 강가에 놀러가자고 말했고 나를 대신해서 엄마가 내가 아파서
같이 못가겠다고 친구들에게 말했고 친구들은 그럼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날 오후 늦게 동네에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고 한숨 자고 일어나서 몸이 거의 다 나아가던 나는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근처의
강가로 향했다.

그 곳엔 여러 명의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강에 들어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강가에서 수근대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귀에 들리는 낯익은 이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엄청난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나는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엄마 아빠를 졸랐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 멍하니 다시 누워 있었던 거 같다.



그 후 어떻게 방학이 지나갔나 모르겠다.
개학을 하고 학교를 다시 가니 그 친구의 자리엔 국화꽃이 놓여 있었고 난 아무런 말없이 그 위에 꽃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의 친구와 나는 2학기 내내 한 마디 대화도 하지 않았고 우린 그렇게 멀어져갔다.



10년..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나는 다시 그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너무 늦게 찾아왔지만 이렇게라도 친구에게 사죄를 하고 싶었다.

그 날 같이 놀러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겁이 나서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해버린게 미안하다고,
마지막 가는 장례식에도 믿고 싶지 않아서 거길 가면 영영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두 눈으로 본다는게 너무 무서워서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내가 만약 그 곳에 같이 있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너와 나의 운명이 바껴서 너가 살아있진 않을까 그게 너무 미안하다고,
이렇게 10년만에 나타나서 고작 이런 변명이나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한데 네가 너무 보고 싶은 날이 많았다고 근데 이제야 찾아온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그렇게 10년만의 사죄를.. 변명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애니매이션을 보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나왔나 그런 생각이 든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91 일상/생각군대 친구 이야기 2 化神 20/02/15 4721 12
    10283 일상/생각소개팅 14 Crimson 20/02/13 4479 2
    10282 일상/생각갤럭시 폴드 구매 후 망가졌습니다. 16 copin 20/02/12 5143 1
    10278 일상/생각다른 세계의 내가 준 깨달음 2 사이시옷 20/02/10 4473 10
    10276 일상/생각문득 보고 싶은 친구 녀석 3 swear 20/02/09 4439 6
    10267 일상/생각아들놈이 대학병원에서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59 아나키 20/02/06 6231 134
    10266 일상/생각사회주의 대 반사회주의 8 necessary evil 20/02/06 4585 28
    10264 일상/생각잃어버린 ■■를 찾아서...! 13 카야 20/02/05 5191 7
    10260 일상/생각처음 느낀 늙음 3 행복한사람 20/02/03 4587 19
    10259 일상/생각40대 이후의 삶에 대해. 15 nothing 20/02/03 5475 2
    10255 일상/생각동기 영양제를 뺏어먹고 있는데. 3 홍차보이 20/02/02 4741 3
    10250 일상/생각씁쓸함과 다짐 4 셀레네 20/02/01 5425 4
    10238 일상/생각아 정말 퇴사는 어려운거구나!! 24 그럼에도불구하고 20/01/29 5635 46
    10237 일상/생각엄마 덴마크가 나 놀렸어요 ㅜㅠ 67 구밀복검 20/01/29 17077 115
    10235 일상/생각[단상] 인격자의 길은 멀다. 6 세인트 20/01/29 5609 9
    10233 일상/생각죽음이란 쉬운 길을 앞에 두고 나는 혐오스런 마츠코처럼 걸을 수 있을까? 2 necessary evil 20/01/29 4709 5
    10226 일상/생각딸 자랑할 겁니다. 5 집에가고파요 20/01/26 5286 14
    10223 일상/생각중학생때 썼던 소논문을 지금 보니 너무 웃깁니다. 15 경제학도123 20/01/26 5124 1
    10220 일상/생각세무서 부가세 신고창구 이야기 2 Soul-G 20/01/25 4420 7
    10218 일상/생각멘탈이 탈탈 털린 개인카페 리모델링 후기 42 swear 20/01/23 5743 24
    10209 일상/생각거시적 시각이란 무엇인가 necessary evil 20/01/21 5657 8
    10208 일상/생각좋아하는 사람이 연인이 있대요 7 loremipsum 20/01/21 4312 0
    10205 일상/생각설 연휴, <우리술 대난투> 10 작고 둥근 좋은 날 20/01/20 5556 9
    10196 일상/생각선물 1 16 호라타래 20/01/18 4172 16
    10183 일상/생각라멘을 쫓는 모험 10 사조참치 20/01/15 5033 1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