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2/23 23:55:10
Name   lonely INTJ
File #1   147388901_3651508758304388_7989729644690272113_o.jpg (172.4 KB), Download : 27
File #2   148482981_3651508784971052_8986593888640203803_o.png (852.9 KB), Download : 22
Subject   소울(2020)과 니체 (약스포)




[먼저 영화의 메세지를 간략하게 나타내기 위해, 월트 디즈니 사 측에서 제작한 SNS 홍보이미지와 문구를 인용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소울 소개)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나게 되었을까? 지구에 오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 있다면?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

지난 2021년 2월 1일 롯데시네마에서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Soul)'을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그보다 조금 더 전이었다.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것을 계속해서 미뤘다.
그 이유로는 당연히 창궐한 전염병과 그로 인한 영화관 이용제한도 있었다.하지만 내겐 그보다 더 한 이유가 있었다.

영화라 함은,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약 2시간동안 강제로 시청해야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떠한 영화를 보든 관객은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거부감을 지니게 된다고 생각한다.특히나 그 메세지가
'인생'에 관한 것이라면 조금은 꼰대스러운... 내지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 뻔하지 않은가.
나는 작년 이 맘때쯤부터 시작된 우울증과 인생을 살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핑계로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살아왔기에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거북스러웠다.

그러다 어느날, 잠시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다.내 마음에 봄이 찾아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아마도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가 생겼을 때인 것 같다.그 날도 그랬다.그래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그렇게 소울을 봤다.

소울을 보고 나니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세지는 명확했다.
["인생의 목적은 없다. 살아가는 그 순간을 긍정하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말 같았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니체"였다.

근대 문명의 본질과 위기를 사유하고자 할 때,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을 생각할 수 있다.
근대 문명의 본질을 '계몽주의'로 보는 것과 근대 문명의 본질을 '극단적인 니힐리즘'의 지배로 보는 것.
전자는 맑스와 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사회제도의 개선과 변혁을 통해 사회적 부정의와 부자유를 극복하고자 함이다.
후자는 근대를 지배하는 것은 [공허한 무]로. 근대는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하는 것이다.

니체는 후자의 대표주자로서,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통해 '가치상실의 시대'를 함축했다.
그는 계몽주의가 내세운 사회적 변혁. 그리스도가 내세운 초월적 존재. 서양의 형이상학자들이 내세운 '이성'의 가치와 
같은 초감성적인 이념이나 가치가 사실은 우리가 삶의 변화무상함을 견디기 위해 지어낸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의미하게 변하며 존재하는 생성의 세계만이 유일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주창했다.

그가 말하기를 니힐리즘이란 최고의 가치들이 무가치하게 된다는 것. 즉 "왜?"라는 것에 대한 답이 결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있어 심리적 상태로서 허무주의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우리가 모든 것에서 하나의 '의미'를 찾았으나
그 의미가 그것들 안에 존재하지 않으며, 의미를 추구했던 자가 급기야 이를 향한 용기를 상실했을 때이다.
이는 어떠한 목표를 향한 과정 자체를 통하여 도달되어야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 그것이 틀렸음으로 증명되었을때 발생한다.

영화 속 주인공 "조"도 밴드에 들어가 재즈를 하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뤘으나 결국 그 안에는 답이 없었다.
길 잃은 영혼 "22"도 목적을 찾아 떠났으나,도달되어야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패한 가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두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니체는 초감성적인 가치들이 무가치하게 된 것이 니힐리즘의 원인이 아니라, 초감성적인 가치들의 설정 그 자체가 이미 니힐리즘의 원인이었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가치의 설정을 통해 이 허무함은 극복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특히나 이러한 허무감이 극대화 되는 경우는 바로 '영원회귀'였다. 생이 아무런 목표없이 자신을 동일한 형태로
반복하는 것 뿐이라는 사상.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이를 긍정할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들 또한, 이를 긍정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불꽃"을 찾을 수 있었고, 인생을 살 이유를 찾을 수 있었으며
그 깨달음이 인생의 전부라는 것을 알게되자, 인생을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 소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이미 19세기 철학자에 의해 밝혀진 인생의 정의에 대해 아직도 몰라요?"
라고 하는 것만 같다. 니체의 이야기를 우화처럼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 같았다.어찌보면 감독의 생각은 없이 그저 성서를 집필하듯
니체의 생각을 받아적은 것만 같았다.그렇지만 잠시 내가 잊고 있었던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다시 찾게 해주었다.
삶의 허무주의를 인정하고, 긍정하며 이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중요성. 그것을 유념토록 하였다.

인생이란 망망대해를 항해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내가 "바다"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긍정하는 것이다.그리고 마저 항해하는 것이다.

Special Thanks to <니체와 하이데거, 박찬국>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437 영화영화 A.I.(2001) 15 기아트윈스 24/02/06 806 21
    14354 영화인어공주의 이쁨 문제 41 매뉴물있뉴 23/12/22 1702 2
    14312 영화[노스포] 서울의 봄 관람 후기 7 전율적인조무래기 23/12/06 888 1
    14227 영화[스포O]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극장에 걸린 자서전 또는 은퇴선언문 당근매니아 23/10/26 1562 2
    14121 영화콘크리트 유토피아 - 각자에게는 각자의 하느님이 6 골든햄스 23/08/27 1427 12
    14100 영화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부제: 중산층 문화와 공동체의 잠재적 위험성) 5 카르스 23/08/11 1604 5
    14027 영화[스포유] 2016년도작 "이 세상의 한 구석에" 1 겨울삼각형 23/07/10 892 0
    14015 영화상반기 극장관람 영화 한줄 감상평 3 소다맛체리 23/07/03 1247 2
    13996 영화스파이더맨 평론 모음입니다 4 다함께세차차 23/06/22 1266 0
    13973 영화스파이더맨 2 ost "CALLING" 다함께세차차 23/06/09 1078 0
    13924 영화[블랙 스완] - 위플래시의 발레 버전일줄 알았더니... 2 덕후나이트 23/05/30 1221 0
    13919 영화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기술적으로 훌륭하나, 감정적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또다시. 3 당근매니아 23/05/28 1503 4
    13776 영화오스만 제국의 꿈 2 감상 우연한봄 23/04/22 1515 0
    13725 영화[약스포] 존윅 4 4 A7658 23/04/07 1288 0
    13635 영화스즈메의 문단속 - 장르물의 방법론(스포O) 4 당근매니아 23/03/12 1430 2
    13600 영화[스포] 앤트맨3 : MCU의 황혼 7 당근매니아 23/02/25 1606 3
    13468 영화슬램덩크 시대를 살아온 아재의 후기[노스포] 21700 23/01/08 1693 3
    13467 영화더 퍼스트 슬램덩크 조금 아쉽게 본 감상 (슬램덩크, H2, 러프 스포유) 13 Profit 23/01/08 2076 2
    13425 영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모든 내용 다 다룸) 4 활활태워라 22/12/24 1815 2
    13303 영화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리뷰 (스포 있음) 4 Cascade 22/11/09 1683 1
    13289 영화(다수의 스포)넷플릭스 2022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보고 4 Karacall 22/10/31 2333 3
    13260 영화영화 자산어보의 파랑새 장면을 보고 3 돼지가우물에빠진날 22/10/22 1908 1
    13200 영화(약스포) 공조2 : 전작보단 훨씬 나아진 영화 2 A7658 22/10/03 1564 0
    13186 영화잘나가던 헐리웃 여배우들 최근모습 14 동쓰72 22/09/28 2534 0
    13172 영화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을 이제야 봤네요. 3 큐리스 22/09/22 228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