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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2/05 11:19:17수정됨
Name   나루
Subject   벨기에 맥주 최강자전 후기
벨기에 맥주 최강자전에서 함께 한 맥주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과 평가를 공유하고자 올립니다.

이 감상에 대한 작성 시점은 맥주를 마신 다음날이라 기억과 감각이 제법 휘발되었지만, 기억을 가다듬고 문자화하는 것을 시도하여 얻는 것이 있고 그것을 나누고 싶어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알콜에 약하고 맥주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험이 짧아 알콜과 탄산이 주는 맛의 요소에 대한 데이터가 적어 동의하기 힘든 감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12월 3일의 저 이름을 가진 맥주를 나루란 사람이 마셨을 때 그 날은 저렇게 느꼈구나 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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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식음료 전반에 대해 인지하는 방법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처음에는 향미 정보, 향미 외 정보를 파악하기.
   - 향미 정보는 말 그대로 맛과 향에 대한 부분이고 향미 외 정보는 해당 식음료를 섭취했을 때의 몸에서의 반응입니다.
     향미 외 정보 인식은 개인차가 아주 크며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 양 측 다 포함합니다.
     부정적인 것의 예를 들자면 대표적으로 잘못 보관된 차 혹은 운송이나 보관 그리고 로스팅 중에서 곰팡이 독소가 발현된 커피를 마셨을 때 몸의 부정적인 반응을 들어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향미 외 정보는 여간해선 찾아 볼 수 없는 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것을 먹고 마시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점 등의 논란의 여지가 많으니 적지 않겠습니다.

2. 위에서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먹고 마시는 섭취의 과정동안 느껴지는 향미의 구조와 그 맥락에서의 향미를 평가하기.
   - 각 향미는 같은 이름을 가진 단맛, 신맛이라도 그것이 어떤 단맛, 신맛인가와 그 정도 그리고 향미가 인지되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식음료를 섭취하며 느끼는 향미의 구조와 맥락의 완성도측면에서 바라보면 단순히 여기에는 커피에 포도향이나 맥주에서 와인맛난다와 같은 평가를 넘어 식음료로서의 완성도와 정량적인 평가를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방법론으로 식음료에 대해 인식하고 접근하며 평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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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스 화이트 – 평가불가. 상미기한이 다다랐기 때문이지는 몰라도 마셨을 때 맛이 죽어 있다고 느낌. 이러한 무언가 모습을 보여주려하다 향미의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고 전반적인 향미의 흐릿함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지난 와인을 마셨을 때와 흡사했음.


세인트버나두스 위트 – 탄산의 구조감이 주는 매력적임은 분명히 있지만, 혀에 남기는 감각을 둔화시키고 불쾌한 씁쓸함과 떫음, 탄산을 받쳐주지 못하는 맛의 바디가 단점이라 인지되었습니다. 혀에 남기는 떫음은 갈매나무 열매가 들어간 허브 블랜딩에서 느꼈던 감각과 유사했습니다. 탄산이 느껴지는 입 안의 높이의 구조는 입천장에서 제법 폭신하고 두꺼운 한층, 혀 위에 길고 초반에는 탄산 알갱이가 즐거운 느낌을 주지만 시간의 길이가 가며 다소 해상도가 낮은 먹먹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게 평가받는 향신료 계열에서 오는 불쾌함은 없었고 이 맥주가 보여주는 나름의 긍정적인 향미라고 인지했습니다.


세종 듀퐁 – 지금은 정확한 인상이 기억나지 않지만, 특별히 불쾌한 구석없이 만족감을 주었음.


듀벨 – 시간이 지나선지 순서의 맥락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아있는 인상이 없고 그리 맛있다고 느끼지 못함. 생각해보니 무언가 툭 튀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마 알콜도수가 치고 나오는 것을 받춰주지 못하는 향미 때문이 아닐까 싶음. 개인적으로는 감점요소.


분홍코끼리 – 이 맥주를 한 입 마시고 향미에 집중하지 못하고 향미 외 요소에 집중함. 이 맥주는 이번 배치에서만 그러한 것인지는 몰라도 마시면 몸에 안 좋은, 마시면 안 되는 맥주라고 몸이 느낌. 뇌 전반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감각을 조금씩 마실 때마다 인지함.


시메이 레드(두벨) – 트리펠과 쿼드루펠 덕분에 기억이 안남. 미안…


트리펠 카르멜리엇, 세인트버나두스 압트12(쿼드루펠) – 이번에 경험한 벨기에 맥주 중에서 트리펠이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음. 둘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향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메기면 쿼드루펠이지만, 혀위에 텁텁함을 남기는 당밀을 연상시키는 잔당이 큰 마이너스 요소. 단맛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저 부분의 거칠함이 더 다듬어졌거나 혀에 길게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면 쿼드루펠을 가장 만족스럽다고 하였을 것이다. 특히 쿼드루펠이 주는 맛의 길이가 길어 매력적이었고 구조적으로 입에서 넘기는 후반부, 약간의 탄산을 타고 혀뿌리 부근에서 비강까지 올라오는 향미와 진행방식이 더 없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트리펠의 거칠지만 해상도 있는 결의 향미에 더 손이 자주 갈 것 같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플렌더스 레드 에일) – 맛의 구조적으로 굉장히 불쾌함. 신맛의 존재나 절대량의 문제가 아닌 마시면서 신맛이 입 후반부에서 집중되어 느껴지며 그것이 이 맥주의 탄산과 같이 혀뿌리 쪽에서 구조적으로 큰 강조점을 찍는 모습이 음료 단 하나만을 보았을 때, 음식과 함께하는 페어링 측면 그 어느 것에도 환영받지 못할 모습을 보여줌.


오드 브륀 – 희미한 인상. 이 병의 상태나 온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향미가 미약함.


괴즈 – 블랜딩 된 술이라 그런지 맛의 구조 자체는 잘 다듬어 짐. 처음에 올라오는 불쾌한 향을 야성미라 여길 사람도 있지만, 이것을 긍정적인 향이라고 동의할 수 없음. 전반적인 향미의 절대량이 떨어짐. 스파클링 와인과 두고 비교할 때, 곡물에서 오는 향미의 거침이 존재하나 향미의 해상도가 부정적이라고 할 만큼 떨어지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낮은 등급의 샴페인과 동시에 두고 비교해보며 마셔보고 싶은 계열의 맥주. 더 고급의 것을 고르면 향미가 더 채워져 있겠지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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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이번에 마신 맥주들을 위와 같이 평가했습니다. 미숙한 부분이 많아 이에 어느정도 동의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각자가 인식한 것들을 서로 나누고 저 사람은 왜 이것을 저렇게 인지했을지 서로 생각해보면 얻어가는 부분이 있을것 같아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마신 맥주 중 트라펠은 언젠가 지나가다 손 닿는 자리에 있다면 다시 구매해서 한병을 온전히 마시고 싶은 맥주였습니다. 세인트 버나두스 압트는 한 잔 정도는 즐겁게 마실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고보니 가장 인기 있엇던 듀체스 드 부르고뉴를 저는 혹평했네요.

이번 자리를 만들어 주신 [캡틴아메리카]님과 함께한 [다람쥐]님, [이희곤]님, [치킨마요]님, [다크초코]님, [Profit]님, [왼쪽의지배자]님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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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평론은 이렇게 하는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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