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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2/24 11:36:49수정됨
Name   *alchemist*
Subject   코로나19 무서워요... 흑;
안녕하세요

탐라에는 간단히 남긴 적이 있었지만 코로나19 감염되었다가 다행히 잘 낫고 스브적 돌아온 *alchemist*입니다.
이래저래 주변에 감염되었던 이야기를 하다보니 강렬한 경험이기도 하고 스스로 정리를 좀 해보기도 해야겠다 싶어 글을 적어봅니다.

그닥 재미없는 이야기인데다 적다보니 더럽게 기네요...;;
그래도 용서해주세요.. ㅎㅎ;;


[발단]
시작은 일반적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주말을 보내고 난 일요일 저녁밤. 가족은 '본인이 몸이 뭔가 좀 이상하니 PCR 검사를 해보겠다.'라고 하였고 '밀접접촉자로 판단되니 검사를 해보는게 어떻냐.'라는 이야기를 하여 혹시나 싶어 저도 검사를 해보았습니다. 제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주위에 퍼뜨리면 민폐니까요. 검사 날짜는 11월 9일(월요일).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PCR 검사를 하고 하루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당시 저는 음성이 나왔으나 전화온 가족이 본인이 확진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확진자의 밀접접촉자가 되니 자가격리 10일을 해야했지요. 담당보건소에서 자가격리 대상이라고 연락이 와서 11월 10일부터 (정식)자가격리를 시작하였습니다.

가족은 생활치료센터에 갔다가 열이 좀 올라서 일반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가족은 거기서 더 진행되지는 않고 열, 인후통, 미각/후각 상실의 증상을 보였고 회복 후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가족이 센터-병원 다녀오는 동안 자가격리 중이던 저에게 발생하였습니다.


[전개]
자가격리가 끝나가던 11월 15일(월). 저에게 최초 연락왔던 지역 보건소에서는 자가격리 해제 이틀 전 검사를 받으라고 지시를 했고 저는 시키는 대로 11월 15일(월)에 PCR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다행히도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고 저는 17일(수)에 해제가 완료되니 그 이후 일상생활 복귀하면 되겠다 생각을 했지요. 17일(수) 12시에 자가격리는 해제되었지만 재택근무중이었고 그 상황에서 다시 회사가는 것도 웃기니 자가격리를 지속하였습니다.

자가격리 마지막 날을 기념(?)하여 이것저것 하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몸에 약간 열이 나면서 목이 살짝 따끔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체온을 재어보니 37도 정도 나오더라구요. 1도 이상 오르는 거 아니면 크게 문제는 안되다 보니 별 생각없이 넘겼습니다. 저는 겨울에 집안에 썰렁한 공기가 오래 머물러 있으면 살짝씩 감기기운이 왔다가곤 했었기에 평상시처럼 생기는 그런 증상인줄 알고 '몸살이나 감기인가?' 하는 생각에 방 따뜻하게 해서 푹 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11월 18일(목) 아침. 평상시처럼 출근을 했습니다.

약간 몸이 으슬으슬하기에 옷을 따뜻하게 입고 출근했습니다. 회사 분들에게 고생했다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몸이 으슬으슬하고 열이 나다보니 업무에 집중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몸살이나 감기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부터 '혹시...?' 싶은 생각이 있어서 회사 오고 나선 마스크를 좀 더 철저하게 쓰고 있었습니다. 물도 안 마시고 그러고 있었지요...

점심 시간이 되서 팀원들과 식사를 하고 와서 쉬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상태가 좀 별로입니다. 아침부터 열과 오한 뿐 아니라 목도 따끔거리고 목소리가 이미 쉬어 있었거든요. 두통도 살짝 있구요. 팀원들도 상태 안 좋으면 들어가서 쉬라고 해서 점심시간동안 상태를 체크해보니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았습니다. 몸이 앉아있기도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조퇴를 했습니다.

가는길에 계속 열이 더 나면서 열 때문에 어질어질 하더라구요. 간단히 해열제 같은 약을 사서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서 바로 누웠습니다. 보관하던 온수매트를 꺼내 이불을 따뜻하게 데워서 오후에 바로 뻗어서 잤습니다. 심상찮더군요. 열과 오한이 동시에 나고 목이 아픕니다.(코로나 목 아픈 거는 일반 목감기랑 부위가 다릅니다. 일반 목감기는 목 위쪽... 그러니까 울대 위쪽인데 코로나는 몸통쪽에 가까운 곳이 아프고 뭔가 쪼이는 느낌이 납니다) 가족에게 연락을 하니 '코로나 같은데?' 이야기를 하였고 '자가진단키트로라도 검사를 해봐라'고 권유를 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보니 왠열 -_-; 양성이 뜨더라구요. 흠. 저는 그래도 PCR 전에는 음성으로 나올지 모른다 그랬지만 가족은 자가진단키트도 양성은 잘 잡으니 빨리 검사 받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음날인 11월 19일(금) 서초성모병원에 예약검사를 했지요.

저는 PCR 검사 양성 뜨기전에는 그래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최후의 최후까지 확정되지 않는 이상 미리 걱정안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ㅎㅎ. 안 그러면 스스로 힘들어요...) 서초성모병원은 예약해서 진료비 내고 검사를 받으면 당일에 결과가 나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차로 이동하는데 열나고 어질어질하고 멍하고 죽겠더라구요. 그래도 조심히 운전해서 다녀왔습니다. 모든 힘을 다 쏟아부었던거 같아요 ㅋㅋ 다녀오고 나서 집에서 점심먹고 또 뻗었죠. 나중에 전화가 와서는 '양성'이고 거주지 보건소에 전화가 갈거라고 하더라구요

아침에 검사 다녀온 이후부터는 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숨가쁜 증상은 다행히 없었지만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피로감, 기침, 가래 다 있었거든요 -_-; (나중엔 여기에 미각/후각 상실도 추가됩니다) 이때부터는 회사에 알리고 눕방을 시작했습니다. ㅎㅎ 앉아있을 힘 따위 없었거든요. 열을 재보면 대충 37.5도 이상입니다. 좀 떨어지면 그 수준이고 보통은 38도 수준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해열제도 당연히 먹었습니다.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둘다 먹었는데 살짝 떨어지고 맙니다. 열 안떨어지면 약먹기 전에 샤워를 해보라는 전 감염자의 충고를 듣고 샤워를 하니 좀 낫더군요.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나면 온 몸에서 땀이 나면서 열이 쫙 빠집니다. 그러면 37도 언저리에서 열이 나고 두통 살짝 있으면서 한 두시간 정도는 좀 힘이 나거든요. 물론 유통기한(?) 지나면 얄짤없이 또 누워야 합니다. 잠만 잤습니다. 아프면 뭐 보고 이러면서 쉬고 이러는 건 꿈도 못 꿨습니다. 평소에 저는 프로젝터를 보유하고 있어서 가끔 천장에 프로젝터를 쏴서 누워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집에서 대기하는 동안 그런식으로 영상본게 두시간? 정도 였던거 같네요. 샤워해서 억지로 열 빼고 좀 살아났다 싶을 때 겨우 시간 보내려고 봤습니다. 그 시간 외엔 겔겔겔... 유튭이나 오디오 클립 틀어놓고 소리만 겨우 듣고 있었지요.

아마 11월 20일(토)인지 전날인 19일인지 아무튼 보건소에서 병상이 없어서 좀 대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아파서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ㅎㅎ) 증상을 물어보는데 이때부터는 미각/후각 상실도 있었습니다. 증상을 물어보실 때 코로나 나오는 증상 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때는 이미 목소리가 엄청 쉬어 있어서 전화를 받으면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겨우 받던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도 제 목소리 들으면 엄청 놀랬습니다. 진짜 제가 생각해도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거든요 -_-; 가족이 배민으로 밥시켜주고 해서 가져다주고 하는거 겨우 먹고 기운차려서 잠자고 그랬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동안 근육통이 심하게 왔는데 웃긴게 전날에는 허리 위쪽으로 온 뼈마디가 쑤시더니 다음날은 허리 아래쪽으로 온 뼈마디가 쑤시는 식이더라구요 -_-; 아무튼 온 몸의 관절들의 아픔을 다 훑어줬습니다(...) 열, 오한은 기본 패시브고 슬슬 음식에서 맛도 안나고 냄새도 안납니다.. ㅎㅎ;; 기침, 가래는 계속 하고 있구요.. 뭐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가족은 보건소 전화를 저에게 알려달라고 해서는 계속 전화해서 요청하고 그랬나 봅니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더 격정이 되었겠지요. 다만 병상이 없어서 배정을 바로 해줄 수 없기는 했습니다만 다행히 저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ㅠㅠ 11월 21(일) 병원 배정을 받았습니다. 저는 서울에 사는데 병상이 없다보니 강릉의료원으로 받았지요. 그래도 배정 받은 게 어디입니까 ㅠㅠ 저는 앰뷸런스를 타고(...) 강릉 의료원으로 갔습니다.


[위기, 절정]
의료원가니 같은 날(11월 21일, 일) 입원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같은 환자인데 저보다 상태들이 좋으시더라구요. 핸드폰도 보시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도착한 순간부터 또 열이 올라오면서 뻗었습니다 -_-; 가져간 물품만 겨우 정리하고 뻗어 있었지요. 밥, 약 먹으면 바로 잠들었습니다 -_-; 진찰 오시면 그 때 겨우 일어나서 몇마디 반응하고 그랬습니다. 그 동안 열, 오한, 기침, 가래, 인후통, 근육통, 두통 다 계속 있었구요... ㅎㅎ

의료원 간 첫날이었던...거 같아요. 열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어서 집에서 했던것처럼 샤워를 했습니다. 땀이 나면서 열이 좀 빠지더라구요. 겨우 좀 정신차려서 가끔 샤워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의료진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샤워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제 생각에는 약이나 주사 이런걸로 증상이 완화되는지 확인을 못하니=완치를 알 방법이 없게 되니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그러고나서는 열을 뺄 방법이 없으니 약만 먹고 그랬는데 약으로는 증상이 살짝 완화되는 게 전부였습니다. 병원 가고 나서는 집에서보다 심해져서 38도가 패시브가 되더라구요 -_-; 37도 되면 '이거 다 나은거 아냐?'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38도면 슬슬 몸이 힘들기 시작하고 39도면 그냥 뭐... 축 늘어져 있었도. 같이 입원하신 분들도 '쟤는 왜 밥 먹고 잠만 자나'이랬을지도 모르죠.

열이 너무 안 빠지다 보니 해열주사도 몇방 맞았습니다. 해열주사도 안 듣더라구요. 그러면서 이틀째였나? 의료진에서 '렉키로나주' 치료를 이야기를 했습니다. 종이를 주면서 읽어보고 이야기를 해달라는데 제가 그거 읽을 정신이 없지요 -_-; 아파죽겠구만 밥 먹고 잠이나 자야지 그런거 읽고 판단할 체력조차 없었죠. 그래서 그날은 그냥 보내고 다음날 아침(11월 23일, 화) 가족에게 상의를 했습니다. 다행히 가족이 아는 의사분이 있어서 렉키로나주 이야기를 해보니 부작용은 일반적인 거고 애매하기는 해도 치료 받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의료진에게 말을 했지요. 치료 받겠다고.

참. 깜빡했는데 렉키로나주 이야기가 나올 때 저는 이미 팔에 링거를 맞고 있었습니다(...) 입원 첫째날인지 둘째날부터 상태가 안 좋으니 수액을 주시더라구요 -_-; 그래서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엄청 불편... 그러다 보니 당연히 샤워는 못하고 있었지요 -_-;;

렉키로나주 치료 이야기를 하고 기다리는데 의료진 이야기가 나옵니다. '산소포화도가 일정수치 이상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나온다. 치료시기 놓쳤다' 겁이 덜컥 나더라구요 -_-; '세상에나... 지금 해열 주사도 소용없는데 저 치료 못하면 나는 어떻게 낫지?' 싶더라구요. 그러고는 지금부터 상태 보고 큰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 흐미야. '더 큰 병원 간다고 방법은 있나?' 싶었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저는 스스로 판단하기 너무 어려운 상태였고 그런건 의료진이 더 잘아시니 판단에 맡길 뿐이죠. 이튿날 저녁에는 약 먹고 해열주사 맞아도 열이 안내립니다. 이때는 거의 38도가 패시브였던 거 같아요. 심할 때는 40도를 본것 같기도 합니다... 40도 보고나서는 '나 죽는거야? ㅠ'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40도라니... 흔히 40도가 되면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잖아요 ㅠㅠ 그래서 '나 회복되고 나서도 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는건가 ㅠㅠ 바보되는건가 ㅠㅠ' 싶어 겁나더라구요.. ㅎㅎ;; (요새 바보짓하거나 말이 버벅되면 이거 땜에 그런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어흑 ㅠㅠ)

다음날(11월  23일, 화) 되니 큰 병원 보낸다고 합니다. 그 전에 해열주사를 한단계 더 올려서 준다고 하더라구요. 그 주사 맞으니 뜨거운 물에 샤워한 것처럼 땀이 엄청 나면서 침대 시트를 다 적시고(진짜로 종이 시트가 쫄딱 다 젖었습니다;;) 열이 빠지더라구요. 그 때부터 좀 살만했습니다. 37도 되면 다 나은 거냐는 착각을 할 정도로 상태가 메롱이었거든요. 상태 좀 좋아지고 나니 짐 챙기고 방호복 입혀서 큰병원으로 갔습니다. 근처에 있는 제일 큰 병원 강릉 아산병원이었습니다. 휠체어 타고 앰뷸런스에 싣고 병원 가서 앰뷸런스에서 내리니 의료진이 나오셔서 휠체어 태워주십니다. 민망하고 미안하더라구요. 그래도 의료진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좀 희망적이었습니다. '오늘 온 분 중에서 의식 있고 상태 제일 좋으시다' 라구요. 그렇게 저는 중환자실(...) 구경을 하게 됩니다.

처음 입원한 곳은 일인실이었습니다. 가니까 얼른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합니다. 근데 의료진 다 여성분인데 어디 가서 갈아입게 하는 것도 아니고 침대에서 바로 갈아입으라고.. ㅠㅠ 저는 부끄러워서 부탁드려서 잠시 좀 돌아있어달라고 했죠. ㅠㅠ 그리고 전 병원에서 왼쪽 팔에 매달아놓은 링거용 주사(?)는 그대로 단채 갔지요. 그걸 제거하고 새로 달아주셨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피검사를 자주 해야 하니 동맥에 피채취용 주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좀 아플 수 있고 잘 안될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세상에 세상에 ㅠㅠ 왼팔 오른팔 각각 3번을 찔렀습니다(...) 그런데 왜 흉터는 6개가 난거지...? 주사 뺀다고 3번을 각각 더 찔렀나...? 아무튼 제가 어디가서 혈관 못 잡아서 고생한 적은 없는데 동맥은 깊은 곳에 있다보니 좀 어렵다고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아프고 이렇게까지 안될줄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ㅠㅠ 거기다 아침에 해열주사 맞고 상태가 좋아져서 간 터라 더 아픕니다 ㅠㅠㅠㅠ 멍한상태로 갔었으면... 더 화났으려나? 아무튼 동맥은 실패하고 제가 하도 아프다 보니 그냥 피검사 할때마다 찌르면 안되냐고 말할 정도가 됩니다..(근데 피검사할때마다 찌르면 진짜 더 문제였을 겁니다. 하루에 대강 4번 이상은 뽑아갔던 거 같아요...)  지금도 양 손목에 흉터가 남아있고 그 덕에 아직도 손목쪽이 뻐근합니다... 아파요.. 흑흑; 다행히 동맥 주사(?)는 다음날 아침에 다른분이 오셔서 해주셔서 한번에 성공합니다.(어흑 ㅠㅠ)

아무튼 큰 병원 간날 부터는 침대에 붙박이로 꼼짝못하고 있었습니다. 밥, 잠, 용변까지 모두 침대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_-; 왜냐하면 양팔에 주렁주렁 주사들이 붙어 있어서 내려갈 수조차 없거든요 -_-; 아 그리고 전 병원에서 이틀째부터 차고 있던 호흡기.. 여기 와서는 좀 더 좋은 호흡기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찬 공기가 아니라 따뜻한 공기가 나오더라구요. 휘유. 그러면서 호흡도 한결 편해집니다. 아 맞다. 그러면서 삐삐삐- 소리가 나는... 흔히 메디컬 드라마에서 위급상황에 삑삑 거리는 그거 있잖아요. 그거도 몸에 부착합니다 -_-; 가슴과 몸에 붙이고 있으니 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기도 했습니다... 맥박, 산소포화도, 가슴 움직임 정도, 혈압이 자동으로 측정되면서 기준을 넘거나 미달되면 빽빽 됩니다 -_-; 덕분에 있다보면 한번씩 에러가 나도 삑삑거려서 절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아아 ㅠㅠ(그러고보니 저거도 의료원에서 하긴 했었네요....;) 첫날은 비몽사몽중에 잠을 잤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중환자실(...) 오다 보니 치료제도 업그레이드(?) 됩니다. 간 첫날부터 렘데시비르 치료를 받았습니다. 사실 중환자실 올 때부터는 열이 좀 덜 나기 시작해서 그나마 살만했습니다. 집에 있을 때, 의료원 있을때는 열에 들떠서 너무 힘들다보니 넷플릭스든 유튭이든 본 시간이 2시간이 안 될텐데 중환자실 오고나서부터는 오히려 첫날에는 해열주사 맞고 와서 열 안나고 둘째날부터는 37,38도 왔다갔다 하기만 하고 렘데시비르 맞고 약 먹고 이러다보니 열이 안나더라구요. 그러면서 살만했습니다. 이튿날에는 핸드폰도 좀 보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램데시비르는 5회 치료가 원칙이라고 해서 저는 11/23~28일 5일간 치료를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가 아무래도 저중에선 상태가 제일 좋다보니 다른 입원 환자분들을 위해 병실을 두 번 옮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르신 남, 녀 두분이 있으신 곳에 가게 되었고 다음번에 간 데에서는 저 혼자 있다가 남자 어르신 한분이 들어오셨습니다. 그 분들 보니 '중환자실이 맞긴 맞구나' 싶더라구요.

남, 녀 두분은 그래도 의식도 있으시고 식사도 스스로 하시고 말씀도 하시긴 하셨지만 식사 외에는 거의 잠만 주무셨어요. 그리고 저와 결정적 차이는 용변의 해결... 두분은 기저귀 및 요도 삽관으로 침대에서 진짜 한치도 안 움직이셨지만 저는 그래도 침대 난간 내려놓고 잠시 발 디디고 소변 보는 건 했었거든요(이것도 나중에는 못하게 하셔서... 침대에서 소변 해결했습니다 흐미) 용변은 다행히(...) 기저귀 안 찼습니다. 이상하게 욕구가 안 생기더라는... (뭐 쪽팔림 때문에 끝까지 버틴걸 수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마지막 한 분은 의식이 거의 없으신 상태로 왔었어요. 그래서 식사도 못하시고 튜브로 공급받으시는 거 같았고... 가래같은 거 가끔 제거해주는 관으로 제거를 하면 그때만 좀 반응 있으시고 그 외는 그냥 눈감고 누워 계시더라구요.. 좀 보기 힘들어서 커튼 가려달라고 요청을 했지요.

아무튼 램데시비르 5회 치료하는 동안 저는 다행히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밤에 잘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두시간은 앉아 있으면서 유튭보거나 하고 그 다음은 누워서 좀 쉬다가 점심 먹고. 그러고 두시간 앉아 있다 또 누워서 쉬고.. 저녁도 반복.. 대신 잠은 최대한 안 자려고 했습니다. 낮에 자면 밤에 잠을 못자서 괴로울까봐... 였는데 뭐 피곤하면 어쩔 수 없이 잤습니다. 그래도 잠만 자고 잇있던 최초보다는 훨 나아진거죠 뭐 허허. 어쨌거나 상태가 좋아진 덕에 의료진분들과 간단한 농담도 하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도 보고 그러고 지냈습니다. 다만 산소포화도 문제 때문에 호흡기는 계속 달고 있었고 침대에서는 중환자실이니 당연히 못 벗어나고 있었지요. 그 덕에 당연히 얼굴도 못 씻고 몸도 못 씻고 머리는 떡지고.. ㅠㅠ 완전꼬질꼬질이었지요.. 으흐흐;;; 완전 더럽다 ㅠㅠ

램데시비르 5회 치료를 마친 다음날, 저는 11월 29일(월) 퇴원 명령이 나왔습니다. 다만 집에 가라는 게 아니라 강릉의료원으로 가라.. 였지요 ㅎㅎ;  처음 온날부터 의료진이 '누워만 있기 때문에 근육 빠진다. 다리 조금씩 움직이는 식으로 운동을 해라' 고 하셨어서 저는 나름 그래도 조금씩 움직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해야 해서 옷 갈아 입고 침대에서 일어서는 순간 휘청하더라구요 -_-; 저는 단 5일에도 그렇게 되었는데 오래 중환자 계신 분들은 진짜... 힘드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앰뷸런스를 또 타고(...) 강릉의료원으로 가고 그 다음부터는 좀 편하게 지냈습니다. 첫 날에는 링겔 주사... 들어가는 그걸 꽂고 있어서 안되었지만 그거 뽑은 날 바로 샤워합니다. 흑흑 ㅠㅠ 얼마나 개운하던지... 였으면 좋겠지만 며칠동안 누워만 있다보니 이게 뭔가 많이 좀 생성되서 그런지 엄청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목욕 가면 좀 나았으려나! 하지만 나는 목욕을 할 수 없는 몸인걸! 샤워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어흑 ㅠㅠ

그렇게 단계적으로 회복을 해나갔고 마침내 산소호흡기도 뗀지 이틀...정도 지난 날 저는 최종 퇴원(12월 3일, 금)을 하게 됩니다. (같이 의료원 입원한 분들보다 이틀 후에 퇴원했습니다 ㅎㅎ; 그 이후에 입원하신 분은 두번째 입원일이 적혀 있는 저를 보고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퇴원했냐고 물어보셔서... 저는 중환자실 다녀왔다고 이야기를 했지요 ㅎㅎ -_-;;) 저는 상태가 꽤 좋아진 줄 착각하고 혼자 서울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걱정이된 가족이 강릉으로 와서 저를 서울까지 수송해주었습니다. 가는 동안 내내 잠만 잤습니다. 집에 와서 지내는 동안 제가 코로나는 회복되었지만 완전히 fully 컨디션이 회복된게 아니라는 걸, 끝이 아니라는 걸 곧 알게 됩니다.


[결말]
퇴원하고 와서 그 다음주 첫날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근 해서 하루는 다행히 잘 지냈는데 출근한 날 'PCR 검사 해도 지금은 양성 나온다'고 하니 (저를 멀리하셔민셔) 재택을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재택 근무 했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어차피 업무는 굴러가고 있었으니 제가 한 주 더 없는다고 문제될 건 없었지요. 다만 아프던 동안 전화 오는 건 모조리 '코로나 감염되어 치료 중입니다'로 자동 문자 보냈던 분들에게 전화해서 '회복은 되어 퇴원은 했고 재택중이다. 라고 설명은 했습니다.

재택 하는 동안 체력이 완전 바닥인 걸 많이 느꼈습니다. 아침에 밥 먹고 한 시간 일하면 두시간 누워있고 그 이후 점심 먹고 30분 통화하고 3시간 자고....; 이런 식이었거든요. 금요일에 회사 및 거래처 및 제가 스스로 안심하기 위해 PCR 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왔습니다. 그 이후 회사에 이야기하고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사실 정상은 아니지요. 컨디션이 아직 안 올라온게 느껴집니다. 뭐 조금만 해도 힘들고 머리가 쌩쌩하게 안 돌아가는 게 느껴져요.  기침, 가래는 아직 납니다. 말 많이 하면 더 심해지구요. 목 아래쪽도 약간 거슬립니다. 컨디션 떨어지면 약간 따끔거리기도 해요. 그 증상은 한달, 두달 갈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다행히 열 내리고 나서 미각/후각은 돌아왔습니다.

예전같은 컨디션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계속 잘 쉬고 밥 잘 먹고 무리 안해서 관리를 해야겠지요...

언젠가는 컨디션이 완전 회복되길 기대해봅니다. ㅎㅎ 아직 체력이 형편없어요.


[결론]
홍차클러 여러분!
코로나 안 걸리게 조심하세요 ㅠㅠ


특히 저처럼 고도 비만에 당뇨, 고혈압, 혈당이 이상이 생기기 전의 경계에 계신분들은 특히 더 조심하세요 ㅠㅠ (증상 있으시면 더 조심하셔야 하구요)
아산병원에서 제가 경계선에 있어서 다른 환자들 대비 힘들어 했고 아팠다... 라고 가족에게 설명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젊어서 그나마 잘 회복한거라고 하더라구요 ㅠㅠㅠ

그래서 저는 퇴원하고 아파서 4kg쯤 빠졌고(1kg은 다시 올라왔지만.. ㅋㅋ;) 이참에 그걸 유지하기 위해 + 식성이 좀 많이 바뀌긴 해서 생야채 생과일을 우걱우걱 먹고 있습니다. 먹는 양은 조~~~금 줄긴 했습니다. 줄어든 대신 야채를 우걱우걱 많이 먹고 있어요. 그러면 좀 버틸만 하더라구요. 원래는 야채만 먹어야 할테지만 그건 너무 힘드니 드레싱은 그냥 걱정안하고 먹고 있습니다. 그 덕에 체중은 아직 유지중입니다. 상태 더 좋아지면 운동을 더 하면서(이틀전에 간만에 예전 걷던 코스로 걷고 왔는데 아직 다는 못 걷겠더라구요 ㅠㅠ. 반쯤 걷고는 들어왔는데 그날 꿀잠 잤습니다 ㅋㅋㅋㅋ) 야채가 맛있어요. 양상추에 닭가슴살,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해서 한끼 배부르게 먹곤 합니다.

아무튼 식사를 하루에 한 두끼는 가볍게 혹은 야채로 왕창 먹고 있습니다. 시범삼아 그냥 일반 식사를 하루 정도 해봤는데 바로 생야채가 땡기더라구요.. 그래서 고기와 함께 많은 양의 야채를 처묵처묵 했습니다... 여기에 운동 얹고 해서 최소한... 조금은 더 빼자. 그 생각을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된 김에 이 식성도 그대로 유지를 하고 싶구요...


사실 아직도 약간씩 컨디션이 안 좋아집니다. 원래도 땀이 많았는데 요새는 뭐 먹기만 해도 땀이나고 그러더라구요... 목이 따금거리기도 하고 기침이 계속 나기도 합니다. 좀 힘들면 바로 피곤해집니다. 잠을 못자면 이전보다 더 힘들구요. 이게 한두달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 + PCR 음성 떠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긴 합니다만, 사실 이러다 또 걸리면 어쩌지? 또는 나 걸렸는데 모르고 있는거 아냐? 하고 걱정이 되곤 합니다. 사람 많은 카페나 식당 보면 겁부터 나구요(그래서 회사에서 팀원들과 식사는 아예 따로 합니다... ㄷㄷㄷ; 같이 가도 자리는 서로 멀찍이.. ㅎㅎ;)
제가 백신을 안 맞아서 더 아팠던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백신 맞고 나서 걸려도 얼마만큼 아픈지는... 제가 경험을 안해봐서 모르고 ㅎㅎ; 경험자분들의 이야기로는 심하지는 않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합니다만 백신이 또 부작용 이야기도 있고해서... 아무튼 안 걸리는 게 최고고 개인이 조심하는게 베스트입니다.

저는 백신 미접종자입니다만.. 일단은 현재 항체가 생성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완치자라서... ㅎ;) 코로나 완치자는 백신을 최소 3개월 이후 맞을 수 있다고 하니.. 그 때까지 건강해져서 맞아볼 계획입니다 다만 저는 램데시비르 치료제를 맞은터라... 3개월인지 6개월인지는 추가로 확인을 해보긴 해야합니다 ㅎㅎ;

정리 차원에서 적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 다 적게 되었네요. 주절주절 떠드는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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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고생많으셨어요. ㅠㅠ
  • 고생 많으셨습니다!
  • 나아서 다행이에요 ㅠㅠㅠㅠㅠ
  •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빨리 마저 회복되시길!
  •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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