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3/23 19:33:34
Name   Picard
Subject   슈퍼을이 또 나타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중년회사원 아재입니다.

회장이 SI 회사를 하나 차렸습니다. 대주주는 오너 일가이고, 그중 둘째가 지분이 제일 많답니다. 2대주주가 딸이고... 그래서 큰아들(우리 회사 (수석)부사장)이 많이 빡쳤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생긴 SI 회사가 뭐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거기다가 우리 회장처럼 직원들 돈 많이 주고, 복지 챙겨주면 나라 망하는 줄 아는 사람이니...  우수 인력을 빼오기도 힘들었겠죠.
그래서, 여기서 일을 따가면 PM 한사람 빼고 다 하청입니다.

그런데.. 제가 A테크랑 업무 진행 다 하고 가견적까지 받았는데 회장의 SI 회사... NOM社 의 부장이 나타납니다.
'아이고, P매니저.. 뭐 이리 힘들게 일해요. 우리한테 말만 하면 되는데..' 라면서 A테크랑 저 사이에 끼어듭니다.
그리고 갑자기 일의 스피드가 떨어지고..N사에서 받은 견적은 A사에서 받은 가견적의 20-30% 정도가 늘어나 있습니다.
통행료라고도 하고, 모자씌운다고도 하고, 대행료라고도 하고...
하여튼 일은 A테크가 다 하는데, 중간에 N사가 끼어서 통행료만 받아 챙기는거죠.
(항상 나타나는 시점은 업체와 담당자가 어느정도 그림 다 그려놓고 가견적 진행하기 전후입니다. 아무래도 구매팀에 스파이를 심어놓은 듯.)

그럼, PM은 잘해주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저희 공장에서 N사라고 하면 학을 띱니다.
공장은 24시간 365일 돌아가는데 야간이나 주말에 문제 생기면 N사의 PM은 연락이 잘 안됩니다.
A테크 팀장에게 연락하면 쭈삣쭈삣합니다. N사 PM에게 확인 받아야 한다고..
실질적으로 PM 역활은 제가 하고, 일은 A테크 직원들이 다 하고 N사 PM은 저희 밥이나 자리만 지키며 놀다가 급여 받아 갑니다. 아, 종종 서류작업도 해주긴 합니다. 그런데 잘 몰라서 거의 초안은 제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N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배당을 많이 하고 배당을 많이 해야 오너 일가 지갑이 두둑해지는데.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에 N사가 끼었다! 하면 공장장이나 이사가 쌍심지를 켭니다.
오늘도 N사는 견적을 부풀리고, 이사는 '이거 얼마 붙였어? 그거 다 깎아! 무조건 깎아!' 라고 사이에 끼어서 욕 먹고 있습니다. 일단 회장은 'N사도 경험을 쌓고 매출을 키워서 자생해야지. (그러니까 니들이 좀 도와라)' 라고 하지만, 명시적으로 몰아주라는 말은 안하죠. 밑에서 알아서 눈치 보는거지.
공장장은 '그 NOM들은 매출만 올리면 되지 왜 우리한테 빨대 꽂아서 이익까지 빨아 먹고 있어!' 라고 승질을 내면서 A테크랑 직계약하라고 하지만, '진짜요?' 하면 말을 흐립니다.
A테크도 돌아가는거 아니까, 직접 접근하면 '아이고, N사에서 직접 하지 말랬는데.. ' 라면서 갑자기 견적이나 제안 협의를 피합니다.

지금 프로젝트 결재 2건 상신 대기중인데, 이사가 'P매니저, 원래 얼마인데, N사가 끼어서 얼마가 더 나간다는걸 경영진이 알고는 계셔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까 별도로 사장님이랑 부사장(아들), 전무님들께 P매니저가 메일을 써.'

네? 뭐라고요? 이걸 부사장(회장아들)에게 메일로 직언하라고요? 할거면 직접 하지 왜 좌천 당한 나한테 그래..
그래서 부장에게 '이걸 써야 하나요?' 라고 물어보니 부장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어쩌냐.. 잘 써봐야지' 라고 합니다.

아.... 이거 어떻게 써야 회장 아들이 빡치지 않을까요?
곧 짤릴것 같습니다.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38 11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84 0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4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6 8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421 0
    14575 일상/생각육아의 어려움 8 풀잎 24/04/03 638 12
    14574 일상/생각재충전이란 무엇인가 5 kaestro 24/04/03 508 5
    14573 일상/생각아들놈이 핸드폰 액정을 깨먹었어요. 8 큐리스 24/04/02 735 1
    14572 일상/생각처음간 동네 크린토피아 1 큐리스 24/04/02 564 0
    14571 일상/생각감사의 글 44 소요 24/04/02 943 74
    14560 일상/생각2년차 사원입니다 9 공대왜간공대 24/03/25 1281 10
    14557 일상/생각인지행동치료와 느린 자살 8 골든햄스 24/03/24 1244 8
    14554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866 27
    14550 일상/생각와이프랑 덕담 중입니다. 3 큐리스 24/03/21 814 4
    14539 일상/생각22살. 정신병 수급자 고졸. 9 경주촌박이 24/03/15 1328 1
    14537 일상/생각건망증,그리고 와이프 1 큐리스 24/03/15 686 1
    14535 일상/생각사람 안변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부부생활을 통해 조금은 변합니다~~ 5 큐리스 24/03/14 913 1
    14532 일상/생각groot 님 저격 4 nm막장 24/03/14 900 10
    14531 일상/생각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914 17
    14530 일상/생각그래도 하는 흉내라도 내는 직원들이 이뻐보이네요. 3 큐리스 24/03/13 933 0
    14526 일상/생각아들과의 대화 즐거우면서도 씁쓸합니다. 6 큐리스 24/03/12 876 3
    14516 일상/생각빼빼로데이의 슬픈 추억 1 큐리스 24/03/08 472 4
    14510 일상/생각서울에서 선호하는 동네는 어딘지요? 29 바방구 24/03/06 1186 0
    14507 일상/생각판도라같은 여자를 만나야 합니다. 11 큐리스 24/03/06 1113 9
    14503 일상/생각아이가 이성에 눈을 뜨려고 하는것 같아요~~ 4 큐리스 24/03/05 87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