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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3/27 16:13:56수정됨
Name   알료사
Subject   월간 스타여캠 4월호 (홍터뷰A/S)
홍터뷰를 진행하기 며칠 전에 질문지를 먼저 받았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가

생각보다 너무 넓은 시험범위(?)에 아 이거 만만히 보다가는 대참사나겠다 싶어서 나름 빡쎄게 답안지를 미리 작성하고

혼자 캠 켜고 예행연습을 해봤어요.

않이 말하는게 이렇게 어렵다니.. !  한 3분만 넘어가도 목이 아프고 발음 꼬이고 국어책 말투에 시선처리 안되고..

아.. 나 숏된거같다..  이거 리얼 남자 주현영 각이다..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무를까..


하지만.. 난 관종이잖아.. 어그로를 끌어야 해.. 여기서 물러서면 안돼..

기아트윈스님께 자문을 구했습니다. 홍터뷰 다음 주자가 되었는데 생각보다 빡쎈거 같아서 긴장된다고..

기아트윈스님은 답안지는 작성하되 너무 읽는 티 나면 부자연스러우니 키워드만 적어놓고 혀꼴리는대로 풀어나가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좋은 방안이라 생각되어 그런 마인드로 준비를 했습니다.


하필 인터뷰 당일에 일이 바빠서 귀가가 늦어졌습니다. 토비님께 양해를 구했지만 2시간 지각을 한데다 허겁지겁 줌 접속 시간에 간신히 맞춰서 씻고 캠세팅하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하고 출발하니까 머릿속이 하얘진 겁니다ㅋㅋㅋ

키워드고 뭐고 내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횡설수설 어버버 우와 알고는 있었지만 나 진짜 개 찐따새기였구나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말그대로 혼비백산의 두어시간 속에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에 화신님께서 질문 주시더라구요. 혹시 빠뜨리고 이야기 못하신거 있으신가요. 그때서야 끝났다는 안도감에 정신이 좀 들어서 준비했던 답안지를 살펴보니 아이고 이걸 말 못했네 할만한 것들이 몇개 있더라구요. 하지만 차마 여기서 더 숏될수는 없다는 공포감으로 이만 마무리하는게 좋겠다며 도망쳐 나왔습니다.. ㅋㅋ


하.. 엄청난 짓을 저질러버렸구나.. 이 쪽팔림을 어떻게 수습하지.. 초조한 가운데 드디어 영상이 올라왔고 민망해서 재생버튼 누르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느즈막한 시간에 겨우 봤는데..


오오..? 이걸 이렇게? 여전히 찐따같긴 하지만 그래도 어케어케 사람 말하는것처럼 나오긴 했네? 이거시 편집의 힘인가.. ㄷㄷㄷ 굉장하구나.. 편집이라는 거..  갓토비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스타여캠 관련 질문에서 키포인트는 최근 있었던 재미있는 이슈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참 대답하기 난처한게..  저한테는 그날그날의 모든 사소한 헤프닝들이 전부 다 재밌거든요. 하지만 그건 제가 씹덕이라 그런거고 모르는 사람들한테 그걸 재밌다고 늘어놔봤자 갑분싸될게 뻔하고..

해서 마지막까지 그 질문에 대한 답안은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즉흥적으로 풀어나가길 바라면서 인터뷰에 들어갔죠.. 그리고 막상 내 혀가 끄집어낸 본심은 저의 가장 근원적인 컴플렉스였고.. - 나새기는 결국 음흉한 물소 사심충이라는 - 이걸 먼저 밝히지 않으면 아무 얘기도 못할거라고 혀가 판단했나 봅니다ㅋㅋ

인터뷰가 끝나고 토비님께서 스타여캠 쪽으로 더 다양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씀주셨고 저도 긴장이 풀어지고 보니 어쩐지 제일 중요한걸 빠뜨린것 같다는 기분에 A/S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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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꽤 흘렀네요. 12월 중순 즈음 <남순>이라는 보라(보이는 라디오)BJ가 뒤늦게 대학놀이 유행에 막차 탑승을 하면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대학놀이 유행 초기, 김성대/김윤환 중심의 캄성여대, 전상욱의 미다스, 신상문의 우끼끼즈..  등등 전프로 위주의 스승제자 컨텐츠로 시작했지만

감스트, 철구, 기뉴다 같은 인방계 거물(?)들이 본격적으로 바톤을 이어받아 판을 키우면서 이것은 간판만 대학이지 과거의 기업형 프로구단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초창기 대학놀이에서처럼 생 초보들을 우쭈쭈 달래가며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초등교육?을 마친 BJ들을 오디션을 거쳐 선발하고 대학대전 성적에 따라 더 대우를 해주기도 하고 방출/트레이드 하기도 하고..


'스타여캠 부흥 쿨타임'의 큰 주기가 몇번 있었습니다. 대강 제가 티타임에 흥분해서 이게 뭐야 씹덕아 싶은 썰들을 마구 풀어놓았던 시기들이 다 그 주기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ㅋㅋ

보통 제가 신나서 날뛰고 나면 몇개월 내에 그 세대는 저물어 망하고 제가 시무룩해지고 입꾹닫하고 있다가 새로운 세대가 떠오르고 다시 제가 깝치고.. 이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스타여캠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정말 '명멸'의 연속이었죠..

그런데 이번 대학놀이라는 횃불 아래 그동안 명멸했던 모든 세대의 스타여캠들이 총출동 수준으로 컴백해서 거의 바닷가의 모래알과도 같은 인재풀이 제공되었고 그동안은 머릿수 불어나면 나누어줄 파이 줄어든다고 엄살떨던 스타판이 이제 사람이 넘쳐나는데도 신생 대학에 빈 자리가 너무 많아서 기존 스타여캠들을 세대별로 다 소화하고도 다른 카테고리의 여캠들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씹덕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이거 이렇게까지 흥해도 되는거냐 이렇게 한번에 다 불살라버리고 망해버리는거 아니냐 완급조절좀 필요한거 아니냐 불안해할 정도로 과몰입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


메이저 보라BJ <남순>이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다가 전태규를 총장으로 스타대학 NSU를 창립합니다.

대학놀이라는게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소꿉장난 같고 스타대학이라는 호칭도 우습고 그런데 나름 이 판에서는 엄근진하게 이사장 직함 총장 직함 교수 학생회장 감투를 씌워주고 권위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돈'이 얽히기 때문입니다.. 아아.. 돈.. 그 위대한 이름..



보통 각 대학의 이사장으로 불리는 BJ들은 대개 대학의 창립자이면서, 그 대학에 딸린 식구(학생)들을 전부 먹여살릴 수 있는 <다수의 큰손>들과 식구들의 시청자를 채워줄 수 있는 유동 화력을 보유한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총장 자리는 과거 프로게이머 현역물을 먹은, 이 세계의 살아있는 총체적 역사이면서 학생들이 믿고 따를수 있는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게 되고, 교수는 방송 체급은 좀 떨어지지만 교육 전담에 최적화된 전프로/아마고수들이, 학생회장은 기존 스타여캠 제자들 가운데 카리스마 있고 모범을 보일수 있는, 혹은 인기가 많아서 상징적 의미가 될 수 있는 BJ들이 맡게 되지요.


남순이 그때까지 인방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대학놀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던건 그 자신이 너무 게임, 특히 스타 같은 마이너한 분야에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생각했고 또 대다수의 스타판/보라판 시청자들도 같은 민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준수한 외모를 무기로 역시 잘 빠진 외모의 보라여캠들을 게스트로 초빙, 토크 방송을 빙자한 선정적 컨텐츠를 진행해 큰 성공을 거둔 그가

잠깐 유행좀 탄다고 구닥다리 틀딱게임 대학을 운영한다고? 이쪽 씹덕들 민심을 인방계 인싸인 당신이 다스릴 수 있을까?

게다가 이미 너무 많은 메이저 대학들이 설립되어 학생 인재풀들을 싹쓸이해가는 바람에 누구를 데리고 학교를 차릴 것인가의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었읍니다.

그때까지 대학에 소속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BJ들은 다린,보라,우힝이 같은 끼 없고 착실하기만 한 범생이 고인물들밖에 없었습니다. 인방판에서 끼가 없다는것과 품행이 단정하다는것은 너무 치명적인 약점이었거든요. 망가져야 화제가 되고 인기를 얻고 시청자들은 BJ의 광대짓에 돈을 뿌리는 족속들이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스타여캠 특성상 신입생들에 가까울수록 포커스가 맞춰지기 때문에 고인물이라는것 역시 감점요소였습니다.


한가지 틈새는 있었습니다. 대학놀이가 과열되면서 점차 교육 컨텐츠보다는 당장의 승부에 집착하는 분위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다린 보라 우힝이 같은 실력파들이 빛날 가능성이 있었고 또 과몰입한 시청자들의 난동을 견뎌내기에도 지금까지 온갖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그녀들의 고인물다운 멘탈 또한 재평가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 모든 고민들에 대한 판단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등떠밀리다시피 해서 남순은 대학설립을 강행합니다. 이성은,변현제,김민철 등 그래도 네임드 전프로들을 교수진에 영입하고 부족한 어그로스탯(?)을 보완해줄 남덕선이라는 사고뭉치와 한때 라이징스타였던 또빈이까지, 정말 밥솥바닥 누릉지 긁어모으듯 어렵게 구색은 갖춰서 출발했습니다.


사고는 첫 CK (당일 팀리그)직후 터졌습니다. 대학이 설립되자마자 학생 막내이자 얼굴마담인 또비니가 전태규총장에게 CK열어달라고 졸랐는데 전태규는 우리 시작한지 얼마 안됐으니 실력좀 끌어올려서 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고 또빈이는 크게 안열어도 되니까 소소하게 게임할수 있게만 자리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태규가 큰손형님들께 우리 학생들 게임좀 하고 싶답니다 라고 말하니 큰손형님들 가오가 있지 대학설립이후 첫 CK인데 소소하게는 무슨 마구마구 펀딩을 걸어주시는 바람에 판이 커졌습니다. 그렇게 열린 다른 대학과의 CK에서 결과는 0:4 떡패에 경기 내용도 안좋았구요. 사실 경기 내용은 여캠 저티어 특성상 안좋을수밖에 없고 교수진들이 눈높이 낮춰서 평가해야 하는건데 큰손형님들께 안목이 없어진 전태규총장이 과하게 뚜껑이 열리고 말았습니다. 학생들을 집합시켜서 이래서 내가 실전은 좀 나중에 하자고 그랬냐느니 경기에 진 학생들 실수들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넌 왜 게임을 그따구로 하냐느니 쿠사리를 주고 있는 와중에 최고참 다린이 뒤늦게 도착합니다. 분위기 안좋은데 지각을 한거죠. 다린이 선수로 출전한건 아니었어서 직접적 책임은 없었기 때문에 전태규는 다린에게 애들 교육좀 똑바로 시키라는 식으로 총대를 넘기려는 순간 다린이 급발진합니다.


"여기 군대예요?"


짦막한 여섯 음절의 말. 대. 꾸.

- 게임좀 졌다고 이게 이렇게까지 군기잡고 꼰대질할 일이냐 -

이 반문 하나가 그때까지 화제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NSU를 순식간에 펨코스갤과 와고의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 자리잡게 만듭니다. 군대를 가지 않는 여자의 입에서 <군대>라는 단어를 들먹이면서 남성조직의 병폐를 지적했다 - 이것은 군 비하인 동시에 스타판 대선배 전태규를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 이 하극상을 좌시하고 넘어가면 교수들의 가르침이 다른 학생들에게 먹혀들수가 없다. 불만이 있으면 친분이 없는것도 아니겠다 사적인 자리에서 조용히 대화할것이지 새파란 스린이들 모아놓은 자리에서 총장 권위를 뭣같이 여기는 태도를 보이면 대학 기강이 서겠냐 -

등등..  이런 류의 떡밥이 터졌을 때 남초커뮤니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성토가 쏟아져 나왔고 그 화살의 방향이 다린에게 집중되었습니다. 불에 기름을 붓듯 다린은 말실수였다고 수습해도 모자랄 판에 더더욱 날선 목소리로 전태규의 미숙한 리더십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대학이 초장부터 산산조각나겠다는 걱정에 다른 교수진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눈치보면서 제발 다린이 멈춰주길 바랐지만 다린은 끝까지 냉랭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채팅창에서 심상찮은 기류를 감지하고 뒤늦게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와 함께 방송을 종료해 버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해 보일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다린 한명 ㅅㅂㄹ으로 만들고 묻어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아무리 펨코스갤이 좋망겜 커뮤여도 아무튼 펨코 아니겠습니까. 현시점 남초커뮤 최대화력이고 안그래도 와고에서 스타여캠 빠돌이들 역겨운 스윗남이라고 싫어하고 있는 마당에 모처럼 두 커뮤가 힘을 합쳐 여BJ한명 조져버릴 수 있는 찬스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라유동 머글들의 눈으로 캐치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보라BJ 세력들이 스타여캠들을 재료삼아 크게 벌려놓은 노다지판인데,  

그 재료에서 다린을 제명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스타여캠의 척추이자 아킬레스건은 테란입니다.

테란은 극단적으로 중도포기가 많은 종족입니다.

10명이 시작하면 그중에 8~9명이 3개월 이내에 그만두거나 종족변경을 하고, 그런 극악한 중도포기율을 감안해서 더더욱 많은 신입생들을 온갖 감언이설로 속여서(?) 테란으로 시작하도록 유도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부족하고 또 부족한 유저풀이 테란인 거십니다. 저를 본격적으로 스타여캠에 탐닉하게 만든 계기인 <돌맹이 티어>도 그 기원은 싹이 마른 테린이들을 육성하기 위해 탄생한거였고 돌맹이의 직속선배격인 <아메바 티어>에서 만년 꼴찌였던 천부적 노재능 우힝이가 본인은 아무도 추월하지 못했음에도 본인 위에 있던 유저들이 모두 테란을 접어버리는 바람에 꾸역꾸역 밀려올라가 테란랭킹 5위에 오르는 전설이 써지는 것이 스타여캠 테란입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전국 여성테란 다섯 손가락에 들어간다는 거십니다..

이영호 테란만 구경하던 보라유동 머글들이 이런 심각성을 파악할리 없었고 때마침 전상욱이 미다스에서 붕어빵 굽듯이 테린이들을 공급해주고 있었던지라 더더욱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을 뿐이었던거죠. 그렇게 총력을 기울여 물량보충을 한다고 하는데도 현시점 여캠elo보드에 등록된 인원이 저그 78명 프로토스 98명 테란 57명입니다..  여기서 대학대전 시즌1  6티어 이하 테란 승율 24승 43패 0.358 / 시즌2 승율 2승 19패 0.095% 입니다..

스타판에 테란이 부족하면 뭐가 문제일까요? 없으면 없는대로 꾸려나가면 되는거 아닐까요?

테란 없어지면 프프크래프트or저저크래프트or저그밥플토크래프트 되는데 아무리 개노답중증씹덕이라도 이거 못봅니다.. ㅋㅋ 스타판 바로 붕괴예요.. 온게임넷 망하면서 이미 붕괴되었만 붕괴속 붕괴가 가능하게 만드는 키가 테란의 부재인 겁니다.. ㅋ

스타여캠의 역사는 곧 어떻게 테란을 존속시키느냐의 싸움이었고

우리는 지옥에서 살아남았다는 자부심과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테란여캠 카르텔의 꼭대기가 서지수고 부대장이자 실세가 바로 다린입니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지만 그 피보다 진한게 테란여캠들이 흘려온 눈물이다..  여태까지 그 테린이들 눈물 닦아주면서 이끌어온 다린을 묻겠다고.. ? ㅋㅋㅋ 어디 해보시지..  

해봐, 할 수 있잖아? 너희들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죠질수 있었던 펨붕이들이잖아? ㅋㅋㅋㅋ 좋망겜 여BJ 한명 묻어도 세상 아무도 몰라, 너희들 맘대로 할 수 있어. 어디 해봐ㅋ

대학놀이로 민속놀이가 흥하는걸 기꺼워하면서도 보라유동 시청자들의 행패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저는 내심 이참에 대학판이 망하고 스타여캠들이 토끼공듀들의 '재료'가 되지 말고 예전의 그들만의 리그로 돌아가는게 차라리 낫겠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습니다.


다린이 눈앞에 있으면 따귀라도 때릴 것처럼 화가 치밀어 있던 전태규는 다린이 방송종료를 하고 떠난 이후 깊은 수심에 잠겼습니다.. 펨붕이들은 그 어두운 표정을 순도 100%의 분노라고 해석했겠지만 저의 눈에는 그의 고충이 보였습니다. CK가 끝난게 저녁 10시쯤이었는데 다음날 날이 밝도록 펨코와 와고는 다린은 우리의 적 다린을 쥬깁시다 비난의 화력을 내뿜고 있었고 이제 칼자루는 다음날 사태를 보고받을 이사장 남순의 손에 쥐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남순은 일단 다시보기를 재생해 본인의 눈으로 직접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채팅창에는 '다린 퇴학'이라는 채팅이 빛의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죠. 남순은 시청을 마치고 전태규와 다린을 불러 각각의 입장을 순서대로 조용히 들었습니다. 입장차이는 변함이 없었으나 태도는 양측 모두 누그러져 있었습니다. 특히 다린은 어쨌든 공개석상에서 선배 예우를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고 남순에게도 장문의 사과카톡을 보내 놓은 상태였습니다. 남순은 체감상 꽤 길게 느껴지는 침묵시간을 가졌고 입가에 옅은 웃음이 서렸습니다. 시청자들은 긴장하면서도 드디어 다린을 처단한다는 쾌감에 빠져드는듯 했습니다.


판결은 약간 엉뚱했습니다. 서로 잘못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스타 대학이니 스타로 결판을 낸다. 둘이서 스타로 맞짱 떠라. 진사람이 사과하고 떠나는거다.

전태규 입장에서는 너무 황당하고 억울할 수 있는 처사였습니다. 아마 전태규는 최대한 자신의 인내심과 배려심을 고취시켜 남순이 다린에게 과한 처벌을 내릴 경우 다린을 변호하고, 다린이 먼저 사과를 하면 너그럽게 아량을 베풀 요량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타로 붙으라니? 아 물론 내가 스타리그 준우승자 출신인데 당연히 이기기야 하겠지. 근데 그러면 다린한테 사과받는게 하극상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스타 대결 결과에 따른 사과가 되는건데 이게 맞는거야? 그리고 그럴일은 없겠지만 진짜 억만분의 하나 내가 지고 떠나면 내가 대학 총장인데 지금 대학 뿌실수도 있는 이런 판결 내리는게 맞아?

너무나도 복잡한 생각들이 그의 머리에 떠올랐겠지요.. 전태규는 남순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지면 총장이 없어지는건데.. 그럼 대학 해체하겠다는 의미입니까.


왜요? 질것 같으세요?


아니 그게..


일단 붙어 보세요. 사후 처리는 일단 결과를 봐야 하잖아요.


...


종족 뭘로 하실거예요. 핸디는 어느정도?


프로토스로 자연빵(노핸디) 하겠습니다..



전태규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졌습니다. 전프로가 여캠을 상대할 때는 보통 부종+일꾼1기 핸디캡을 주는게 관례인데 억만분의 1의 확률로라도 절대 져서는 안되었기에 굴욕적으로 주종 노핸디 게임을 강제당한 셈이었습니다.

여기서 남순이 한술 더 떠서 '노핸디 할거면 먼저 다린에게 허락 받으세요'라고 지시하고, 전태규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다린이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다린이 아량을 선수쳐서 베푼 꼴이 되어버렸어요.

경기 내용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전태규가 주종 노핸디도 모자라 생더블을 시전한거십니다.. ㅋㅋ 채팅창에서는 예의 그 분노들은 온데간데없고 "전태규 진짜 지기 싫은가보다ㅋㅋㅋㅋㅋ" 하는 웃음벨들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게임은 10분도 안되어 전태규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다린은 사과를 했고, 전태규는 다린의 잔류를 남순에게 부탁했습니다. 남순은 전태규의 선처를 치하했습니다. 이어서 다린 방송에 들어가 별풍선 20,000개(2백만원)를 쏘았습니다. 하루 전날 레종최에서 다린이 보혜의 올킬을 저지한 성과에 대한 포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순이 다린에게 건넨 한마디..

"앞으로도 종종 사고 쳐주세요ㅋ"

- 인방계에서 가장 치명적 약점인 품행단정 -

남순에게 다린의 군 비하 발언이란(그렇다고 치고) 그 치명적 약점에 대한 걱정을 한방에 무마시켜주는 동시에 대형 남초 커뮤니티의 어그로를 끌어 자신의 방송을 흥하게 한 호재였던 것입니다. 아까 남순의 미소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던 거였고 이제서야 남순의 지나치게 여유로우면서도 애매한 판결의 의도를 파악한 펨붕이들은 그 설계 스케일에 감탄하면서 찬사를 보냈습니다. 어쨌든 다린도 게임을 지게 만들면서 사과를 시켰고, 전태규나 남순이나 아무튼 겉보기에는 <마초식 남자의 배포>로 단순 감정적 처벌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복수를 완성시켰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전태규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이런저런 꼰대질로 여론이 좋지 못했고, 남순과의 3자대면에서 평소 학생들 고충을 적절히 보살피지 못했던 정황이 드러났던 것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테란카르텔에서 다린의 위상 같은 것들을 모든 머글들이 명확히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자신들의 재료가 상할수도 있다는 막연한 찝찝함도 있었기에 모두가 윈윈하는 그림이 나왔다는 것에 만족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너같은 곱상한 인싸가 우리 씹덕들 민심을 다스릴 수 있을까..  라고 의심했던 저를 포함한 사심충 물소들까지도 은근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남순의 대처였습니다.


방송 흥행 지상주의.. 어그로 지상주의..  남녀갈등따위, 혐오따위는 그저 관종 만랩의 방송을 위한 도구일 뿐.. 그 감정싸움에 빠져 방송을 망칠수는 없다는 해결법..  


다린의 사과를 받은 전태규는 바로 군복으로 갈아입고 그날 자신의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군대 맞네ㅋㅋㅋ"라면서 전태규를 놀렸고 전태규는 순순히 놀림을 받으며 늘어가는 시청자 숫자를 만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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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후 NSU에서는 두번다시 '집합'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NSU는 미다스나 캄성여대를 제외한 다른 모든 기업형 대학 중에서는 가장 스윗하게 학생들을 지도했고, 오랜 무명의 설움을 견뎠던 <범생이들>은 인생역전의 기회가 오니 목숨을 걸고 노를 저었습니다. 머글들의 기대 이상으로 예상밖의 끼를 발산했습니다. 물론 당연히 어설펐지만, 맨날 날라리들의 날라리짓만 지겹게 보다가 갑자기 범생이들이 서투르게 날라리짓 흉내내는걸 보니 거기에서 느껴지는 어떤 신선함에 토끼공듀들은 즐거워했습니다. 하루는 남순이 다린에게 "좀 섹시하게 입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해서 다린이 어깨만 살짝 노출하는 의상을 수줍게 입고 나왔었는데, 토끼공듀들은 마치 연예게 톱스타의 누드를 본것마냥 흥분해 마지않았던 거십니다.. ㅋㅋ 대기업의 콩고물은 달콤했습니다. 아까 잠깐 언급했던 테란NO.5 우힝이의 경우 이전 월 평균 수입이 300만~500만정도였었는데 NSU입학 이후 월 1500만 이상으로 수직상승했읍니다. 테란은 존버다.. 존버는 승리한다..

https://www.fmkorea.com/4462699083

ㄴ대학대전에서 상위티어 오리를 잡아내고 NSU의 교가 '남순로겐'을 틀고 춤추는 우힝이..  춤을 못춰도 시청자들은 좋아합니다. 이겼으니까.

https://www.fmkorea.com/4449885957

ㄴ 대학대전에서 이제는 상대편 감독이 된 박재혁이 옛 제자 우힝이를 칭찬하는 장면




이후 3월 2일 사랑e BJ방송국 공지에 LASL시즌13 개최 공지가 올라옵니다.

1회 대회를 8명으로 진행했던 LASL,

이번 시즌은 8강부터 아프리카 주관으로 오프라인 진행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역대 최대의 69명의 신청자가 몰렸고, 이 숫자는 서지수,정소윤 등 기존 강자들이 개인 사업 일정과 부담감 등을 이유로 상당수 불참한 가운데 뉴비들 위주로 늘어난 인원이어서 의미가 컸습니다.


대학놀이가 너무 흥하는 바람의 각 대학의 학생들은 대학 스케줄과 LASL 스케줄을 가늠하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예전에는 LASL이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기능했으나 이제는 대학컨텐츠가 훨씬 큰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망설이는 학생들을 보고 펨코스갤과 와고에서는 비난여론이 일었고, 여기서 NSU의 남순이 또다시 킹단을 내립니다.

우리 NSU는 전원 대학컨텐츠 중지하고 LASL 참가한다. 지더라도 배우고 와라.

학생들은 방송 쉬면서 연습했습니다.

LASL의 최대 묘미인 예선 역배,

그 첫 역배가 NSU에서 터집니다. 6티어 하윰이 3티어 이뀨를 잡으면서 조1위로 상위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https://youtu.be/pMIRJIxTz9o?t=2974
ㄴ하윰 승리순간

https://www.fmkorea.com/4465209168
ㄴ 다른 방송중 하윰이 이기고 있다는 소식 전해들은 남순 반응

https://www.fmkorea.com/4465149349
ㄴ 경기후 하윰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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