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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6/17 18:21:16
Name   Picard
Subject   산업현장은 AI에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걸까.
중견기업 중년회사원 아재입니다. 티타임에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뉴게에 올려서 다시 올립니다. (....)

1. 본론. '사람은 반드시 실수를 한다.'
공장에 다시 오니 이제는 Factory Automation 라는 말을 안쓰고 스마트 팩토리(S/F) 라는 말을 씁니다.
우리 공장도 스마트 팩토리로 점프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미나도 가보고, 업체들 제안서도 받아보고 하는데 업체들의 반응은 '어? 이정도면 중견기업으로서는 거의 스마트 팩토리라고 부를만 한데요?' 라는 겁니다. 아니면 정말 중장기 효과 보고 수십~수백억 쏟아 붇던지...

화물연대 파업글에 '화물차 기사들 얼마뒤면 다 AI로 대체될걸? 고박? 그게 뭐 대단한 스킬이라고..' 라는 내용의 글을 보았는데.. 화물연대 파업중에 저희 제품을 안 다뤄보던 비조합원 기사가 와서 저희 짐을 싣고 나가다가 고대로 와장창 쏟았습니다. 회사 주차장에 주차 되어 있던 독일차 범퍼랑 딱 12cm 차이로 독일차가 깔려서 망가지는걸 피했네요. 그 차주님이 부랴부랴 나와서 내 차 어디 기스난데 없나 꼼꼼히 살펴보시더군요.

사람이 자꾸 실수 하는 부분에 AI와 머신비전으로 대체하면 실수를 방지하지 않을까? 하고 검토하고 제안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포장 밴드의 폭이 3mm, 4,.5mm, 5mm, 6,mm 등으로 다양한데, 이걸 자로 재서 설비에 세팅을 해주는 작업이 있습니다. 이걸 틀리게 입력하면 라인이 설 수 있습니다. 숙련된 작업자는 자로 안재고 눈으로만 쓱 봐도 3mm. 와 4.5mm 를 구분합니다. (그러다 가끔 틀리면 라인 스톱... ) 이게 왜 다 다르냐면 공급업체마다 달라서 그렇습니다. 싼거 사다 쓰니까 여러 업체것을 쓰는 것이고요.
머신비젼 업체에 문의하니 밴드 폭마다 색을 다르게 하면 안되냐고 합니다. 그게 가능하면 그걸 먼저 해서 사람이 색만 보고 구분가게 했겠지...  말이라고...
밴드색과 배경색이 비슷한 경우가 있어서 실제 테스트를 해봤는데 AI가 잘 구분을 봇합니다. 머신러닝으로 3주를 돌리고 라벨링을 해도 안됩니다. 3mm 와 6mm 는 구분하는데  4.5와 5mm 때문에 안됩니다. 그래서 포기..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지게차))6대를 12억 들여서 특정 구간에 센서 공사를 하고 도입했습니다.
사람이 하면 10분에 대충 2박스 정도 옮기는데 AGV 는 1박스 옮깁니다. 사람이 운전하는게 속도가 2배 납니다.
거기다가 AGV를 돌리려면 그 구간에 사람이 안다니는걸 전제로 합니다. 물론 센서가 있어서 다 피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치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산팀장이 야, 그거 쓰지마! 하고 사람이 직접 운전하고 다닙니다. ㅋㅋㅋ
지금 이거 투자 잘못했다고 감사팀 출동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하긴 뭐 12억이 옆집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그런데, 다른 회사들은 잘 쓴다는데 왜 우리만 느린걸까... (중간에 누가 해먹은걸까..)

실제로 수년전에 이런 센서가 없는 레일형 무인운반차가 다니는, 사람이 들어가면 안되는 자동창고에 사람이 들어갔다가 치여서 정말 크게 다친적이 있습니다.
요즘 보면 자동차가 스마트 크루즈로 알아서 운전하고 사람 튀어나오면 자동 브레이크도 잡아서 다 되는줄 알았는데 산업현장은 아직 먼 얘기입니다. 영화 '로건'에 나오는 것 처럼 무인트럭이 요란한 경광등 소리를 내면서 '알아서 피해! 난 무조건 직진이다!' 이게 산업현장에서는 현실입니다.

유명대학교 교수가 대표로 있는 스타트업이나, 나름 대기업과의 레퍼런스가 있는 기업들을 만나봐도 이 사람들은 영화나 TV에 나오는 '그럴듯해 보이는 기술'은 가지고 있는데 그걸 산업현장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감이 없습니다. 그냥 자기네는 AI 나 머신러닝 로직만 납품하고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고 시스템을 꾸미는건 저희가 해달래요. 아오....  하긴 뭐 최첨단의 선봉에 계신 분들이 기름때 묻혀가며 지방 공장에서 일하시겠습니까..


얼마전에 회사에서 안전사고가 났습니다. 사람이 하는 작업인데 위험해서 로봇으로 대체한 작업이 있는데, 사람보다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보조를 해줘야 하는데(.....), 사람이 들어가면 경광등이 울리고 로봇이 멈추게 되어 있었습니다. 로봇에는 눈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매번 로봇이 멈추면 일을 어떻게 합니까?!' 라면서 펜스의 문이 열리는걸 감지하는 센서를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들어갔다가 사고가... (....)  공장장이 노발대발 합니다. 사람은 규정을 반드시 어기는데, 대체 이 센서를 누가 꺼달라고 한거냐고...

아마 로봇청소기에 들어가는 센서와 AI가 산업현장에서 돌아가는 AI 보다 좋을 것 같습니다.
로봇청소기나 자동차의 오토파일럿은 한번 만들면 수백만대씩 찍어낼 수 있지만, 산업현장은 거의 맞춤형으로 매 작업, 포지션마다 커스터마이징 하거나 새로 튜닝해야 하니 더 관심들이 없나 봅니다.


P.S) 공장와서 제일 처음 검토한게 안전보호구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잡아서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인공지능 CCTV 였습니다. 그런데 노조에서 반대해서 보류했습니다. 직원들을 감시하는데 쓰일 수 있다고요... 어떤건 생각보다 기술이 별로고, 어쩐건 사람이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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