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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10/10 15:29:58
Name   EisKaffee
Subject   오무아무아

"선생님, 오늘은 왜 밖에 나왔어요?"

아이들이 선생님을 둘러서 누군가는 시큰둥하게 누군가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며 물었다.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고요. 고구마를 먹어 볼까 합니다."

선생님은 주먹만한 고구마를 들어서 보여준다. 허리와 팔을 돌릴때마다 들리는 기계음이 매끄럽게 느껴진다.

"마지막 수업인데 갑자기 고구마는 뭘까요?"

"책에서 본거야 저거. 오래 전에는 저거 먹었대."

"와 신기해"

아이들이 떠들석하게 선생님 손의 고구마를 쳐다본다. 선생님은 옆에 준비해놓은 그릇과 수저를 나눠준다. 이미 마지막 수업이란 단어는 고구마에 묻혔다.

"한 번 씩 먹어 보도록 해요.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되구요."

아이들은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바로 떠서 입에 넣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했다.

"와! 선생님! 맛 있어요. 이거! 뜨겁고..우와"

"고구마가 이런 맛이구나"

선생님은 빙긋 웃으며 아이들에게 당연히 맛있다는듯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허리춤 옷깃을 살짝 여미고 털었다. 그리고는 다정다감한 표정에서 선생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웃으면서 고구마를 먹고 있다.

"저번 주까지 우리는 폴리네시아인과 남아메리카인들의 교류를 배웠는데 그 증거가 뭐라구요?"

그러자 아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고구마라 대답했다. 여전히 신나는 목소리, 수저는 입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맞아요. 고구마를 먹으니까 잘 기억나죠? 인류는 정확하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여기에서 여기로 교류를 했다고 하네요."

선생님은 태평양의 넓은 바다 들의 섬들을 동그라미 쳐서 남아메리카의 대륙으로 화살표를 그었다. 아이들은 지나가는 세번째 인공 태양의 밝은 빛에 얼굴을 살짝 찌뿌리긴 했지만, 입에 고구마를 넣으며 눈은 화살표를 따라가고 있었다.

"선생님, 그런데 이스터섬이랑? 고구마랑? 남아메리카랑 이야기는 왜 하시는거에요?

"좋은 질문이에요."

선생님은 입술을 내밀고 윙크를 하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어색하기 그지 없었지만 아이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한 두 번 하는 제스쳐도 아니고..

"지구를 기준으로 가장 먼 곳에 인류가 사는 곳은 어디라고 했나요?"

"9나팔 73성단 플.. 헤.. 까먹었다."

한 아이가 똘망하게 대답하다 말고 고구마를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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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나팔이 아니라 9나선팔 73성단 플헤가 아니라 플로헤타에요. 여기는 은하계를 납작하게 바라봤을 때 위쪽으로로 7만 광년 떨어진 곳이에요. 이렇게 먼 곳에 인류가 살고 있어요"

"우와 말도 안 돼. 저기까지 어떻게 간거죠?"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자, 그리고 은하계 하단의 반대쪽에는 우리 은하를 뭐가 통과한다고 했죠?"

"몰라요. 이름 길어서 몰라요"

"큰 마젤란 은하요. 이름 길지 않아요. 큰 마젤란 은하가 우리 은하를 통과해요. 그런데 큰 마젤란 은하는 아직 공간 지각 확정이 안 되서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까 큰 마젤란에 홍대용)계만 기억하면 되요. 여기에도 인류가 살고 있어요"

"우어. 둘이 우리 은하 반대쪽에 있는데요? 어떻게 간거에요?"

난감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던 선생님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몰라요. 언제, 무얼 타고, 얼마나 걸려서 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것도 시간이 흘러 통신이 와서 서로 알게 된 거에요. 오늘 선생님이 꼭 가르쳐주고 싶은건 인류는 언제나 도전 한다는 거예요. 이해할 수 없지만요."

선생님은 아이들을 환기시키려고 몸을 360도로 회전시키고는 계속 이야기 했다.

"우리 지난 시간에 지구에서 발견한 최초의 성간 이동 천체 배웠죠? 이름이 뭔지 말 해 볼 사람?"

역시 아이들은 눈은 똘망똘망했지만 손은 들지 않았다. 까먹었지만 괜찮다는 눈빛.

"오무아무아. 우무아무아 기억하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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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아무아는 하와이 언어에요. 저번에 사진도 보여줬잖아요. 바닷가 멋있는 섬. 가보고 싶은 섬. 하와이."

선생님은 다시 머리 옆에 하와이의 멋진 풍경을 커다랗게 띄웠다. 하와이의 풍경 옆으로 작게 수업 시간 졸고 있는 아이들의 화상도 지나갔다.

"여기 하와이섬의 언어로 오무아무아는 '먼 곳에 온 전달자'라는 뜻이라고 선생님이 얘기했잖아요. 그리고, 하와이 남쪽으로 쭈욱 내려가면 이스터섬이 있어요. 이 섬도 우리 배웠잖아요. 모아이 석상이 있고 다른 섬이나 대륙과 엄청 멀어서 외로운 섬이라고.. 기억나죠?"

아이들의 눈썹 한쪽이 살짝 씰룩거리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표정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이스터섬과 주변 섬들은 고구마를 길렀어요. 그런데 고구마는 이스터섬에서 3,000km도 넘게 떨어진 남아메리카에서 온거에요. 이스터섬 서쪽에는 고구마를 기르지 않았어요. 고구마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이스터섬의 고구마는 목적지도 기약도 없이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떠난 누군가가 3,000km를 넘게 목숨을 걸고 항해해서 가서 출발지로 가지고 되돌아와서 기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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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도 없고, 방향도 모르고 3,000km를 갔다구요? 그게 가능할까요? 좋은 배도 없었을 때인데요."

"네, 좋은 배가 없었죠. 하지만 우리 지난 시간에 배웠잖아요. 폴리네시아인들은 항해술이 뛰어나서 태평양의 모든 섬을 다 찾아냈다구요. 그렇게 남아메리카에 도착한 누군가가 새로운 식량을 가족들에게 먹이려고 거꾸로 되돌아 온거에요. 갈 때 보다 올 때가 힘들었겠죠? 갈 때는 대륙으로 갔지만 올때는 섬으로 되돌아 왔어요. 먼 곳에 새로운 식량을 가지고 온 전달자. 하와이 언어로 먼 곳에서온 전달자가 뭐라고 그랬죠?"

"오무아무아요"

아이들의 목소리는 좀 낮아졌지만 또렸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오무아무아! 선생님은 멀리 떠난 가족이자 오무아무아를 매일 기다리는 이스터섬 사람들이 애달픈 마음으로 모아이 석상을 만든것 같아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고 있을 때도 대신 바라보고 있으라고요. 그만큼 가슴 아프고 걱정이 되었겠죠? 그리고, 떠난 사람들은 그 마음에 답하듯이 목숨을 걸고 가서 다시 목숨을 걸고 되돌아 온거예요. 인간은 도전과 개척정신은 정말이지..."

선생님은 납득할 수 없다는 제스쳐로 팔을 들며 잠시 말을 끊었다.

"선생님은 이해하기 어렵네요. 누군가는 왜 그렇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곳을 향해서 떠났는지 말이에요. 고구마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을텐데.."

그때 짧고 경쾌한 딩동소리와 함께 선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30분 후, 선내 마지막 비가 내릴 예정입니다. 먼지를 가라 앉히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겠습니다."

잠시 말을 멈췄던 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시간이 별로 없네요. 언젠가 이스터섬을 떠난 누군가처럼 남들이 가보지 않은 성간 너머 은하계 너머로 떠나 도전한 인류가 있었어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왜 갔는지도 몰라요. 그냥 떠났어요. 한 무리는 은하계 위로, 또 한 무리는 은하계 아래로요. 다 배웠죠? 인류는 은하계를 넘어서 두 방향으로 퍼져 나갔다고.. "

"응? 그럼 이야기가.. 대충 이스터섬을 출발해서, 대륙에 가서, 고구마를 가져온 오무아무아처럼 플로헤타계와 홍..흠흠.. 뭐지? 아무튼 홍..무슨계가 있는 곳에서 떠난 사람들이 있고, 음. 그러니까 되돌아온 사람이, 오무아무아가 있다 뭐 그런 이야기에요?

갑자기 한 아이가 말을 끊고는 빠르게 말 했다.

"네. 있었어요. 플로헤타계와 홍.. 흠흠이 아니라 홍대용계로 떠난 인류가 있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을 너무나 평온한 눈으로 둘러보고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플로헤타계에서 지구로 돌아가는거예요. 여러분이 바로 오랜 시간 여행해서 지구로 돌아가는 오무아무아에요. 가져온 많은 정보를 나눠야하고, 많은걸 배워서야 해요. 우리가 플로헤타로 돌아갈때 또 오무아무아가 되겠죠?"

이야기가 흘러 흘러 자신의 정체성으로 왔는데도 아이들의 반응은  여전히 아이들다웠다.

"아니, 내가 고구마였다니.."

"아니라고 오무아무아라고 고구마가 아니라.. 고구마는 아까 먹은거고"

반쯤 졸거나 눈이 감겨있던 아이들이 시끌하게 떠들어댔다. 선생님은 다시 360도 회전하고 허리춤 옷깃을 다듬었다.

"오늘까지 선생님의 수업을 잘 따라와줘서 고마워요. 잊지 마세요. 인류의 도전을..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고 이제 저는 오랜 점검을 받게 될거 같네요. 지구에서 환영 인파들이 나와 있을거에요. 항상 배운대로 예의 바르게 행동하세요. 그럼 저는 여기까지.."

아이들이 갑자기 선생님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선생님, 우리요. 지구에 도착해도 선생님이 필요해요."

아이들은 눈이 살짝 충혈되어 있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미지의 지구에 대한 걱정. 아이들의 미소와 슬픔이 겹쳐졌다.

선생님의 머리 옆과 선내 대형 스크린에는  환영 나온 지구인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위를 향해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화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선생님! 저 사람들 오무아무아를 기다리는 모아이 석상처럼 고개를 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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