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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12/26 21:21:47수정됨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바이크 타는 양아치로 살아가기
http://www.ctnews.co.kr/36135

하남시에서 시 전역을 '이동소음 규제지역'으로 정하고, 95데시벨이 넘는 바이크의 운행을 금지했습니다.
기사 말미를 보면 환경부가 최근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동소음원' 지정과는 별개 조치라고 하는군요.


http://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1513740&menuId=10525

앞서 이야기 나온 것처럼 올해 2~3월 경에는 환경부가 바이크 소음허용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행기준으로는 105데시벨을 넘지 않으면 위법하지 않은데, 앞으로는 95데시벨로 제한하겠다는 거죠.
앞으로 제작·수입되는 바이크는 95데시벨 기준을 적용 받게 됩니다.

문제는 기존에 이미 운행 중이던 바이크까지 일괄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바이크가 이동소음원으로 추가 지정되었으므로, 각 지자체가 특정한 데시벨 이상의 바이크는 운행 허용하지 않겠다고 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미 사용하고 있던 바이크를 그 지역에서는 탈 수 없게 된다는 거죠.

정부는 대책으로 전기바이크 2만대를 보급하면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중인데,
기존에 사용하던 바이크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보상대책은 없습니다.
그냥 생돈 주고 바이크를 바꾸든 배기장치를 손보든 하는데, 비용은 알아서 충당하라는 겁니다.

더 웃기는 건 이러한 제한이 지역별로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 인천은 100데시벨을 기준으로 잡겠다고 했는데, 하남은 위에서 본 것처럼 95데시벨입니다.
이런 기준들이 도로에 표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운전자가 알아서 지역별 제한을 외우고 다녀야 합니다.
잘못 외우거나 기준이 바뀌었는데 몰랐으면 경찰 단속 당해서 과태료 10만원씩 끊겨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죠.

환경부가 신문고 답변한 내용에서는 95데시벨이면 대부분의 배달용 스쿠터가 제한을 받지 않는 수준이어서 기준선을 95데시벨로 잡았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크 종류에 따라서는 신품을 박스 까자마자 95데시벨이 넘는 모델도 많습니다.

또한 저 기준을 적용 받게 되는 대상에는 배달용 스쿠터 뿐만 아닌 레저용, 통근용 바이크도 전부 포함됩니다.
2,000cc 이상 차량 운행을 전면 금지해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모는 차량에는 문제가 없으니, 대형세단이고 트럭이고 상관없이 그냥 일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소리와 다를 게 없죠.



https://youtu.be/U__As-HH8Ms?t=768

이런 푸대접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습니다.

올해 서울시에서는 장기적으로 서울시를 전기차 전용구역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버스, 트럭, 배달용바이크 등을 전부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인데, 보상책에 차이가 큽니다.
마을버스를 비롯한 버스들은 차량 변경 시 거의 차량가격에 준하는 비용을 보상해 주고,
트럭들은 폐차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바이크는? 전기바이크로 바꾸면 보험료 지원해주겠다는 게 다죠.



바이크를 한 5년 가량 타면서 느낀 건, 기본적으로 소수라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몰이해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바이크를 타는 인원들은 ① 순수 레저용, ② 통근·통학용, ③ 배달용으로 나뉘게 되고,
배달용으로 이용하는 집단의 경우에도 연령대가 높고 예전부터 퀵배달하시던 어르신들이냐,
아니면 시대상의 변화로 배달에 뛰어든 인원이냐에 따라 주행스타일이나 차량 관리 측면에서의 차이가 큽니다.

레저용으로 쓰는 사람들도 바이크의 장르(네이키드, 레플리카, 투어러, 멀티퍼포스)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뭐 그래봐야 안 타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이 '위험한 거 위험하고 시끄럽게 타는 놈들'이지만요.

대다수는 "택시들 운전하는 거 보니 사륜차 모는 놈들은 죄다 운전습관이 더러운 게 틀림없다" 내지는
"트럭한테 위협 운전 당하고 나니 사륜차 운전자들 수준이 보인다" 소리는 듣기 싫겠으나,
"배달 오토바이들이나 니네나 똑같지 않냐"는 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낄 겁니다.

하다못해 헌법재판소도 자동차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이용에 관한 헌법소원이 반복될 때마다,
'이륜차 운전자들의 의식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죠.

그 의식은 대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성숙할 수 있을까요?


90년대 초를 돌이켜보면, 음주운전과 안전벨트에 대한 태도는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하다못해 정지선 지키는 것 가지고 주말 예능프로그램이 제작될 정도였죠.

요새 와서는 대리운전을 부르는 것이 당연시되고, 안전벨트는 당연히 잘 메고들 다닙니다.
지금과 같이 상황이 바뀌게 된 가설은 두 가지 정도가 제시될 수 있겠네요.

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회상이 변화하면서 자연히 시민의식과 품격이 향상되어 음주운전과 안전벨트 미착용을 배격하게 되었다.
②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캠페인을 전개하고,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 탑재 등을 강제화해서 나아졌다.

바이크 운전자의 안전의식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바이크 타고 출퇴근하다 보면 헬멧을 쓰지 않은 '무뚝' 운전자, 인도주행하는 바이크, 신호위반 숱하게 봅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 모습을 함께 보고도 방관하는 경찰도 종종 보게 되죠.
대놓고 위법을 저질러도 잡질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대체 뭐하러 규칙을 지키려고 들까요.

한심한 소형 운전면허 시험 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경우 넘어진 바이크를 일으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륜차와 다를 것 없는 수준의 기능시험을 거칩니다.
실제 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전부 테스트하고, 비로소 면허를 내주고 있죠.


https://www.youtube.com/watch?v=RAer_gGNYvU

전 한국 소형 면허 시험이 요구하는 운전 기능이 대체 어떤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굴절코스를 잘 통과하면 자연스러운 칼치기가 가능하다는 이론적 토대가 있는 걸까요.


사실 이래저래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성과는 미비합니다.
애초에 대중들에게 먹히기는커녕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넘치는 사안이니까요.

한 5년 정도 타고 나니 ① 현기차가 갑자기 바이크 사업을 시작하든, ② 통일이 되어서 아시안하이웨이가 이어지든 해야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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