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4/12 23:35:00
Name   큐리스
File #1   ecc4c1e835bd5.jpeg (129.5 KB), Download : 12
File #2   ecc4d064fd741.jpeg (136.2 KB), Download : 10
Subject   아들.. 그리고 짜장면.







영어 학원 수업이 있는 수요일

평상시 같으면 집에서 저녁을 차려줬겠지만 오늘은 병원 진료가 있다보니 집에 들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진료가 끝나고 틈을 타서 같이 이른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현재시간은 4시40분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언제나 후회없는 짜장면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섯 테이블정도 있는데 ㅎㅎ 중국집에 전부 학생들이네요.

처음엔 알뜰세트 1번을 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냥 전 옆에서 구경만 해도 되는데, "아빠도 같이 먹어요"라는 말에 2번 세트를 시켰네요.

탕수육이 나오고 짜장면이 나옵니다.

"민호야.. 고추가루는 안 넣어? 이거 넣으면 개운하고 좋은데 ㅎㅎ"

괜찮답니다. 쩝....

아들이랑 단둘이서 외식을 해본게 얼마만인지.. 왠지 모를 여러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냥 학교생활 게임얘기 학원얘기를 듣는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네요.

머리속에 문득 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Next의 "아버지와 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나레이션이 새삼 새롭게 다가옵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을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7
  • 잔잔하네요, 추천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478 일상/생각22살 고졸. 어떻게 살아가야할까요? 31 경주촌박이 24/02/21 4194 2
5737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4 AI홍차봇 17/06/03 4195 0
5597 일상/생각시민의 눈 지킴이 잠시 다녀왔습니다. 1 No.42 17/05/09 4195 5
13802 일상/생각재미로 읽는 촬영 스튜디오 이야기. 8 메존일각 23/04/30 4195 9
6233 스포츠170905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김현수 2타점 2루타) 김치찌개 17/09/05 4196 0
11764 음악장마 오면 2 바나나코우 21/06/07 4196 7
7373 스포츠180412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에릭 테임즈 시즌 5호 솔로 홈런) 김치찌개 18/04/12 4197 0
8674 게임[LOL] 12월 24일 월요일 오늘의 일정 2 발그레 아이네꼬 18/12/23 4197 3
3596 게임[LOL] CJ의 이야기 1막 종료.. 5 Leeka 16/08/28 4198 0
8354 게임[LOL] 10월 12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13 발그레 아이네꼬 18/10/11 4198 0
11358 사회(번역)아픈 곳을 쳐라. 5 ar15Lover 21/01/21 4198 3
3930 게임[스포] 오늘 롤드컵 감상평(?) 5 피아니시모 16/10/16 4199 0
9724 일상/생각16년 전에 압수수색 당한 이야기 6 바나나코우 19/09/28 4199 0
2610 기타인류는 정말로 유의미한 수준의 높은 인공지능을 이길수 있을까? 1 klaus 16/04/14 4200 0
5406 일상/생각주말, 바보 22 소라게 17/04/10 4200 9
5492 기타2017 VSL 스타크래프트2 시즌1 결승전 우승 "김준혁" 김치찌개 17/04/21 4200 0
5789 일상/생각잡학은 왜 인문학으로 불려야만 했을까? 7 Erzenico 17/06/14 4200 7
7663 게임 6월 12일 화요일 오늘의 일정 5 발그레 아이네꼬 18/06/11 4200 0
8498 스포츠[MLB] 양키스 사바시아와 1년 800만 달러 계약 2 김치찌개 18/11/10 4200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1 문샤넬남편 24/11/21 4200 0
2661 일상/생각뻘글이나.. 30 하늘깃 16/04/21 4201 0
2578 음악요즘 듣고 있는 해외앨범 17(2016.1.29 Dream Theater - The Astonishing) 2 김치찌개 16/04/08 4201 0
3541 스포츠[8.19]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김현수 1타점 적시타) 김치찌개 16/08/20 4202 0
6160 스포츠[NBA] 카이리 어빙 트레이드를 보고 생각해본 어빙의 장점 3 Leeka 17/08/24 4202 0
882 음악Pascal Comlade - Russian Roulette 9 새의선물 15/09/01 4203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