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4/21 20:20:14
Name   kaestro
Link #1   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4/04/19/%EC%9C%A0%EB%8B%88%EC%BD%98-%EC%98%A4%EB%B2%84%EB%A1%9C%EB%93%9C-%EB%A6%AC%EB%B7%B0-2.html
Subject   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목차

- 게임 정보
- rpg에서 성장의 매력, 그리고 한계
- 그러면 캐릭터를 많이 쓰면 되잖아?
- 그렇지만 조작할 것은 적게
- 그러면서 억까도 적게
- 마무리






게임 정보



  • 게임명: 유니콘 오버로드

  • 제작사: 바닐라웨어

  • 유통사: ATLUS

  • 장르: SRPG, JRPG, 오픈월드




rpg에서 성장의 매력, 그리고 한계


rpg의 매력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는 성장입니다. 우리는 캐릭터를 플레이 하면서 각종 스탯이 오르거나, 장비를 획득하고, 동료를 얻으면서 성장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대부분 경우 성장을 통해 힘이나 지능과 같은 전투에서 필요한 스탯이 올라서 구체적인 강함이 늘어나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동료 캐릭터와의 인연도나 새로운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도 성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나아진 캐릭터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rpg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rpg란 게임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게임은 끝이 있기 마련이고, 더 이상 목표를 제시해주기 힘든 시점에 도달하면 그동안 성장을 위해 해왔던 컨텐츠들이 더 이상 재미를 제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토끼공듀


전설의 무기가 있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우리가 캐릭터를 키메라로 만들지 않는 한 우리 캐릭터가 들 수 있는 검은 최대 두개 뿐입니다.(입으로 칼을 무는 조로는 예욉니다.) 캐릭터가 쓸 수 있는 모자는 하나 뿐입니다. 우리의 동료가 될 수 있는 친구의 수는 한계가 있습니다. 곧 끝날 것을 아는 데 새로 얻은 장비나 캐릭터를 추가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력적이라기보다 보상이 모자란 공수표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rpg에서 성장은 더이상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고 우리에게 숙제이자 부담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러면 캐릭터를 많이 쓰면 되잖아?


유닛 구성


위의 이미지는 제가 유니콘 오버로드의 엔딩을 본 시점에서 제가 사용하던 병종 구성입니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최대 10개 분대, 각 분대당 최대 5명의 유닛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 50명의 유닛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들 중에서 50명을 선택해서 10개의 분대를 꾸리는 조합의 경우의 수는 무려 4537555나 됩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어지간하면 본인의 마음에 드는 조합이 하나는 있을 것입니다.


네? 이걸 어떻게 키우냐구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다양한 필드 반복 컨텐츠를 통해 빠른 레벨업이 가능한 소위 '쩔'이 가능한 시스템과 경험치 책이 존재하며, 후반부에 얻을 수 있는 캐릭터일수록 높은 레벨로 시작하는 등의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거기다가 47종이나 되는 병종이 존재해서 새로운 적에 맞춘 새로운 아군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게임의 대부분의 캐릭터는 어느 시점에 들어오더라도 당장 사용할 곳이 있으며, 그러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 게임은 매력적인 아이템이 굉장히 많습니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단순히 스탯을 올려주는 장비를 구성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유틸성이 높은 스킬들을 제공하는 다양한 장비들을 통해 같은 병종이라도 전혀 다른 운용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체력이 낮을 수록 강해지는 캐릭터에게 단 한번 즉사를 면하고 체력 1이 남는 스킬이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자힐은 없지만, 힐을 받으면 광역 힐을 주는 캐릭터에게 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아이템을 준다면요? 명중률이 떨어지는 대신 확정적으로 치명타가 발생하는 스킬과 명중 보정이 확정인 스킬을 번갈아 사용해서 딜러에게 치명타시에 강력한 딜러에게 버프를 준다면요? 이 역시 유니콘 오버로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캐릭터를 사용하는 전투 방식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이걸 누구 주는데?'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작할 것은 적게


그치만 그 많은걸 복잡하게 어떻게 조작할건데? 그러기 머리 아파서 난 srpg가 싫어.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아무것도 조작하지 마세요. 유니콘 오버로드는 매 턴 어느 스킬을 누구에게 사용해야할지 고민하고 그 결과에 대해 예상해야 했던 기존의 srpg와는 전혀 다른 전투 방식을 채택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동전투입니다.


필드 구성


유니콘 오버로드의 전투는 srpg라기보다는 rts의 것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전투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재화인 '브레이브 포인트'를 소모해서 분대를 소환하거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소환한 유닛을 스타크래프트에서 어택땅하듯이 이동해서 서로 유닛이 겹치게 되면 서로의 전투 결과가 시뮬레이트 되며 승패가 결정됩니다. 이 때 승리한 유닛은 추가 행동의 권리가 주어지고 브레이브 포인트를 일정 수치 획득하게 되며, 패배한 유닛은 행동 불가 상태가 되고 그 상태에서 연전을 하게 될 경우 불리한 전투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런 두가지 반대되는 복잡함과 간단함을 동시에 추구하고 밸런스를 맞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유니콘 오버로드의 전투는 적당히 도전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입니다. 유니콘 오버로드의 전투는 이 조화를 통해 많은 캐릭터를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를 더 많이 사용하고 싶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면서 억까도 적게


감나빗


감나빗으로 대표되는 srpg의 소위 억까는 유저들이 해당 장르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는 본인이 잘못한 것이 없이 올바른 전략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랜덤한 요소로 인해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불쾌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니콘 오버로드에서는 이런 불쾌한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모든 변수를 유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유저는 모든 전투가 일어나기 전에 그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여기에 개입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투 예시


유저는 전투 결과를 수행하지 않고 전투 결과를 확인한 상태에서 전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소모품을 사용하거나 배치를 변경할 수 있고, 발동하는 스킬의 종류와 순서 및 대상을 변경할 수 있는데다가 급기야는 여러 상성에 대응할 수 있는 분대를 묶어서 전투에 투입해서 자신이 원하는 병종간의 전투만 이루어지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억까가 존재하지 않고, 설사 불리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유저 스스로 잃을 것 없이 얻을 것만 있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마무리


rpg의 성장과 srpg의 묘수는 게임의 핵심적인 매력이지만 동시에 그 게임의 한계를 결정짓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바닐라웨어는 유니콘 오버로드에서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택틱스 오우거식 전투를 도입해 매력적인 srpg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게임 전반적으로 유저가 불쾌할만한 요소들을 가능한 줄이고, 유저에게 유리하면서도 적당히 도전적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한 고민을 전반적으로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유니콘 오버로드는 srpg의 팬이라면 꼭 해봐야하면서 동시에 srpg를 평소에 즐기지 않던 분도 굉장히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이니 꼭 한번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314 게임[PC] 격찌가 검증한 스파6 진짜 뉴비 친화적인가 6 kaestro 23/12/06 1768 2
    14425 일상/생각코드와 글의 경계에서(나는 왜 글을 계속 쓰려하는가) 2 kaestro 24/01/31 1347 3
    14442 IT/컴퓨터천원돌파 의존성 역전 17 kaestro 24/02/08 3501 1
    14445 도서/문학최근에 읽은 책 정리(만화편)(1) 6 kaestro 24/02/09 1484 1
    14446 도서/문학최근에 읽은 책 정리(만화편)(2) 2 kaestro 24/02/09 1432 1
    14447 도서/문학최근에 읽은 책 정리(프로그래밍 편) kaestro 24/02/10 1465 1
    14461 게임스트리트파이터 6 최초의 정상결전 - capcom cup x 2 kaestro 24/02/15 1414 2
    14464 도서/문학최근에 읽은 책 정리(라이트노벨, 비문학 편) 5 kaestro 24/02/17 1325 0
    14566 문화/예술1분기 애니메이션 후기 - 아쉽지만 분발했다 12 kaestro 24/03/30 1353 2
    14574 일상/생각재충전이란 무엇인가 5 kaestro 24/04/03 1318 6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1089 3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987 5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1289 2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1522 6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1005 0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1047 1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2016 17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6 kaestro 24/04/26 1273 3
    14629 일상/생각방문을 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9 kaestro 24/04/29 1330 10
    14688 게임게임은 어떻게 두려움을 통해 유저를 영웅으로 만드는가 5 kaestro 24/05/18 1208 4
    14640 일상/생각합격보다 소통을 목표로 하는 면접을 위하여(2) - 불명확한 환경에서 자신을 알아내기 위해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이를 꾸며서 표현하는 방법 kaestro 24/05/02 951 2
    14649 기타최근 내 삶을 바꾼 제품들 총 6선 - 전구, AI에서 태블릿 pc까지 11 kaestro 24/05/04 1515 6
    14655 일상/생각정리를 통해 잠만 자는 공간에서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6 kaestro 24/05/07 1199 2
    14670 IT/컴퓨터인체공학을 염두에 둔 내 pc용 책상 세팅(1) 23 kaestro 24/05/12 1234 2
    14672 일상/생각인체공학을 염두에 둔 내 pc용 책상 세팅(2) 4 kaestro 24/05/12 114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