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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10 15:20:38
Name   난커피가더좋아
Link #1   https://namu.wiki/w/2015%20%EC%97%AC%EC%84%B1%EC%8B%9C%EB%8C%80%20%EB%8C%80%EB%9E%80
Link #2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07036
Subject   [나기홍석1탄: 여시사태]호명과 소명, call과 calling
[나기홍석: 나무위키는 기록하고 홍차넷은 분석과 해석을 한다라는 뜻입니다]

*본격 뻘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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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 달동안 인터넷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여성시대'라는 다음카페 커뮤니티였습니다.
오늘의 유머, SLR클럽, 디씨인사이드 무도갤(무한도전갤러리)이 주로 연관돼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https://namu.wiki/w/2015%20%EC%97%AC%EC%84%B1%EC%8B%9C%EB%8C%80%20%EB%8C%80%EB%9E%80

인터넷의 영원한 벌레집단인 일베를 순식간에 '듣베'(듣보잡 일베)로 전락시킨 대사건이긴 합니다.
자세한건 링크를 따라가서 보시면 되는데요, 사건의 전개는 엄청 복잡해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합니다.
20대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카페 여성시대는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깨어있는 20대 여성들'이라 스스로 자부하며 살았지만

1. 60만 회원의 화력을 모아 각종 연예인 관련 투표 조작, 여론몰이.(장동민 무한도전 하차와 레바툰사건이 대표적)
2. 예전에 다른 사건으로 오유에 대거 가입했던 적 있는 여성시대회원들이 국정원한테도 당한 적이 있어 여론조작을 매우 싫어하는 오유에서 '일베'코스프레 하며 여론조작하다 걸림.
3. 엄하게 아무 상관없던 SLR클럽의 경우, 베타 게시판을 여시 최고 등급회원들이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으며 각종 음란물을 불법으로 공유해왔고 이게 오유에 있는 여성시대 회원이지만 '전향'한 사람에 의해 폭로. 스르륵의 이른바 '아재들'이 대거 피난행렬. 오유, 디씨, 딴지, 새 사이트(홍차넷과 비슷한 형태)에 정착.
4. 스르륵 아재들의 현실세계 파워로 각종 고발 시전 중.

대략 이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현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장 놀라운 점은 '여시회원들'이 보여주는 '인지부조화'현상과 '극도의 커뮤니티와의 동일시 현상' 등입니다.
아무리 당신들은 뭐가 잘못됐다, 이게 문제다 라고 깨알같이 지적해줘도 들은척도 안하고 이해도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여못잃, 대못잃, 민못잃'이라는
말을 하며 서로 위안하고 "나 빼고 다 나빠. 니네 다 여성혐오자들이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형국이라는 겁니다.
저는 직업이 기록과 분석쪽이고 실제 박사과정 역시 사회과학쪽을 하고 있어, 현실세계의 거울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권력현상과 집단의 행태 등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한 달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한때에는 오유에도 가입해서 글도 쓰고 그랬습니다. 오유가 생각보다 아주 재밌는 곳이더군요. 다만 학업과 직업 병행중인 상황에서 공부에 너무 방해가 돼 일단 탈퇴했습니다만, 그때 써둔 대략의 분석글은 아래 링크와 같습니다.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07036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을 더 해보게됐는데요, 어차피 여시회원들이 벌이고 있는 각종 이상한 일과 행태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분석을 해주셨어요. 검색해보면 많이 나옵니다. 일종의 '일베현상'을 사회학자들이 분석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회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 얘기를 더 추가하고자 합니다.
이 글 제목 그대로 '호명'이 주는 효과입니다. call이 calling을 만들어내고, 호명이 소명을 만들어내는 재미난 현상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춘수 시인의 시에
빗대어 이를 '김춘수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쨌든 제가 주목한 지점은 '여시'라는 호칭과 '아재'라는 호칭이었습니다.

두 집단은 현재 명백히 다른(한쪽은 가해자, 한쪽은 피해자이자 복수혈전중)입장에 있지만, 호명에 의한 행태변화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여시'라는 호칭부터 볼게요.
그들은 카페 내부에서 서로를 '여시'라고 부릅니다. "여시야 힘내", "여시들 사랑한다" 등 등 입니다.
디씨에서는 서로를 ~~충, ~~갤럼 등으로 부르며 비하하고 그걸 즐깁니다. 오유는 보니까 서로 오징어라 부르고 자조적으로 선비라고 하기도 하더군요.
뭐 어쨌든 근데 저 '여시'라는 호명이 굉장히 저 커뮤니티에 사람들을 몰입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시: 여우의 방언이지만, 여우보다 훨씬 세련되고 지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입니다. "아오 이 여시같은게..."라고 할 때 간혹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지만 특유의 똘똘하고 세련된 이미지는 저 단어에 강하게 배어 있습니다.

서로 이렇게 부르며, 혹은 부름받으면서 그 호명의 마법에 빠진 느낌입니다.
현실은 별로여도 인터넷 공간에서만큼은 "나는 깨어있는 진보시민이고, 여성주의자이며,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는 정의의 실천자"라는 프레이밍과 맞물려 들어가게 된거 같아요.
여성시대라는 카페의 준말이어서 너무 딱딱 잘만 들어맞았던 거지요.

두 번째, 호명이 소명을 이끌어내는 효과는 '아재'라는 단어에서도 나타난 듯 합니다. 대부분이 '자게이'였던걸로 추정되는 많은 스르륵 회원들은 타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아재'라는 호칭을 부여받습니다. 아마 오유에서 처음 시작된 거 같은데 재밌는게, 오유회원중에도 어차피 그 아재급 나이든 분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평균연령 자체가 높아서, 특히 비싼 장비를 쓰는 취미를 가진 양반들이 많아서 확실히 현실파워가 좀 있는 양반들이다보니(평범한 대기업 사원도 중간관리자 급이 되면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잖아요. 저도 마흔 다 돼 가다보니 그 평범한 삶으로 축적해온 경험과 위치의 힘을 많이 느끼거든요) '아재'라는 호칭도 기막히게 맞아 들어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재'라는 호칭은 부르는 사람도 뭔가 든든하게 만들지만, 그렇게 불리는 사람도 내가 뭔가 '아재다운 일'을 해야겠구나 라는 소명의식을 심어주는 것 같아요.
뭐 당장 그런 호칭 듣는다고 "야. 내가 이래봬도 '아재'인데 뭔가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아니지요. 다만 암암리에 뭔가 역할을 하고 싶고, 해야겠다라는
맘이 들게 한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실천력이 더 높아지고 힘이 더 세지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네요.

뭐 어쨌든 많은 분석과 해석 와중에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나 얘기는 안 나온거 같아서 한 번 끄적여봤습니다.
앞으로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현상에 대한 뻘분석 글은 종종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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