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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9/28 19:28:23
Name   Vinnydaddy
Subject   SKT와 ROX를 보며 97, 98년의 NBA를 떠올리다 (응원글)
LOL과 NBA


LOL과 NBA의 비슷한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플레이오프의 가치’입니다. NBA의 정규 시즌은 82경기이고, 플레이오프는 7전 4승제가 4라운드입니다. 최대 28경기이죠. 메이저리그가 8개 구단만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때문에 정규 시즌 순위를 대단히 높게 친다면, NBA는 30개 구단 중 16개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때문에, 정규 시즌 1위팀은 별 가치가 없습니다. 우승을 해야 진정한 승자로 대접받게 되죠. 좋은 예가 바로 2015-16 시즌, 역대 1위 승률인 73승 9패를 했음에도 결승전에서 3승 4패로 패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입니다.
LOL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롤드컵이 매 년 열리기 때문에, 이 롤드컵의 가치가 매우 큽니다. 롤챔스 우승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롤드컵에 진출하는 것을 더 크게 생각하고, 롤드컵을 우승한 팀이 그 해의 진정한 세계 최강 팀이라고 모두 인정합니다.

페이커와 마이클 조던


LOL에서 지금껏 가장 유명한 선수, 가장 뛰어난 선수를 꼽으라면 다수의 사람들이 페이커를 꼽을 것입니다. 롤챔스 5회, 롤드컵 2회 등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성적을 올린 페이커를 두고 여러 찬탄이 쏟아진 바 있는데, 김동준 해설은 리오넬 메시에 빗대어 말한 바 있고, 라이엇에서는 마이클 조던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NBA 역대 최고의 선수 마이클 조던, 그의 위대함은 기록으로도 증명되며, 온갖 수많은 명장면으로도 나타납니다. 그가 지금껏 최고의 선수로 남아있는 데는 제 개인적으로

○ 진출한 모든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끝까지 승리자로 남았다
○ 팀을 캐리했다
○ 어려움을 ‘꼼수’가 아닌 자신의 힘을 키워(그리고 팀원들을 갈궈) 돌파했다

는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페이커를 ‘LOL계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 페이커도 저 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페이커는 지금껏 진출한 모든 결승전에서 우승했습니다. 조던 역시 그러했죠.
페이커는 데뷔 시즌 자신을 가로막은 삼성 오존을 다음 시즌 준결승전에서 꺾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조던 역시 자신을 세 차례나 좌절시켰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배드 보이스를 4:0으로 스윕하며 NBA 파이널에 진출했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우승했죠.
조던은 아버지의 죽음에 상심하여 은퇴한 후 야구로 외도를 했다가, 돌아왔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아직 예전만큼의 지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샤크와 페니의 올랜도 매직에 2:4로 패퇴했습니다. 페이커 역시 2014 시즌, 여러 사정으로 약화되는 팀에서 고군분투했으나, 조급함에 서두른 나머지 허원석 선수에게 굴욕의 4연솔킬을 당하는가 하면, 나진 쉴드에게 1:3으로 패하며 롤드컵 막차를 타는데 실패하고 한국에서 벌어진 롤드컵을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이어 조던은 와신상담하여 더 빡센 트레이닝을 거쳤고, 악동 데니스 로드맨을 영입하여 72승 10패라는 역대 2위의 성적을 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페이커 역시 와신상담하여, 1구단 1팀 체제가 정립되어 T1 S의 마린, 뱅, 울프와 연합하여 롤챔스를 2회 연속 우승하였습니다.
조던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불스 멤버들을 끌고 갔습니다. 그는 NBA 파이널에 6회 진출해 6회 우승했고 6회 모두 MVP를 수상했습니다. 페이커가 조던만큼의 활약을 했느냐, 하면 그건 의견이 엇갈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페이커가 모든 우승 당시 미드라인에서 보여준 활약이 없었다면 T1이 지금같은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겠죠.

존 스탁턴과 칼 말론의 유타 재즈


그 마이클 조던의 2차 3연패 시기에 조던과 불스에게 가장 강력하게 도전한 팀이 있었으니 바로 유타 재즈입니다. 통산 어시스트 1위 존 스탁턴, 통산 득점 2위 칼 말론의 환상적인 듀오와, 자기 몫을 꾸준히 해 준 제프 호너섹,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성장한 재빠르고 수비력이 좋은 가드들이 강점인 이들은 점점 실력을 쌓아나갔습니다.
이들이 최초로 격돌한 것은 1996-97 NBA 파이널이었습니다. 이 해 불스는 69승 13패로 전년도보다 3승이 떨어진 성적을 올렸지만, 이 역시 역대 3위의 기록일 정도로 그 힘은 여전히 강력했습니다. 반면 신흥 강호 유타는 반지를 얻기 위해 휴스턴으로 이적했던 찰스 바클리와 드렉슬러-올라주원의 트리오를 4:2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6차전에서 스탁턴이 바클리를 앞에 두고 3점 버저비터를 꽂아넣으며 승리한 터라 분위기도 최상이었습니다.

97년 NBA 파이널
두 팀의 경기력이 모두 절호조였던지라 결승전은 혈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덕분에 명장면도 많이 나왔습니다.


1차전에서 82-82 동점상황에서 자유투를 얻은 칼 말론에게 피펜이 다가가 “우편배달부는 일요일에 배달 안하는데(The mailman doesn’t deliver on Sundays)”라는 어이없는 드립을 날렸습니다. 칼 말론의 별명이 꼬박꼬박 득점을 배달한다 해서 우편배달부였고, 그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그 드립이 통했는지 칼 말론은 자유투를 두 개 연속으로 실패합니다(...). 이어 불스는 마지막 공격찬스에서 마이클 조던이 브라이언 러셀을 앞에 두고 버저비터 점프슛을 성공시켜 84-82로 1경기를 가져갑니다. 참고로 NBA 파이널에서 버저비터가 나온 건 이 때 이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후 2승 2패로 양 팀이 균형을 맞춘 상황에서 벌어진 5차전.


조던은 심한 몸살인지 식중독인지 모를 “감기 같은 증상(flu-like symptom)”을 보이며, 경기 전부터 식은땀을 막 흘리는가 하면, 타임아웃만 되면 벤치에 주저앉아 정신을 못 차리는 등 분명 제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조던은 38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3스틸 1블록에, 경기 막바지 동점상황에서 피펜의 어시스트를 받아 결승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경기를 슈퍼캐리했습니다. 인간의 정신력의 위대함을 보여준 이 경기는 ‘플루 게임(The flu game)’ 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경기로 불스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시점에서 불스 홈에서 펼쳐진 6차전. 역시 경기 마지막에 동점 상황이 왔고, 조던은 당시 팀 동료였던, 지금은 골든스테이트의 감독인 스티브 커에게 “(너를 막고 있는 스탁턴이) 나에게 더블팀을 들어오면, 준비해라”라고 말합니다.


같은 작전이 4차전에 실패한 바 있었지만 조던은 망설임 없이 커에게 넘겼고, 커는 버저비터 점퍼를 꽂아넣습니다. 이어 마지막 유타의 공격에서 어설픈 패스를 피펜이 스틸하며 그 해 우승은 시카고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98년 NBA 파이널까지의 여정
이후 불스는 내홍에 시달리게 됩니다. 피펜은 박봉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 있었고, 필 잭슨 감독과 프런트의 제리 크라우스 GM과의 대립은 극도로 심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제리 크라우스는 필 잭슨 감독의 면전에다 대고 “설령 82승 0패를 해도 상관없다. 당신은 올 시즌을 끝으로 끝이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NBA가 직장폐쇄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며, 선수단 전체에 ‘이번 시즌이 우리의 마지막이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필 잭슨이 시즌 시작 전에 선수단에 나눠준 다이어리에는 ‘마지막 춤(The Last Dance)’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고 하죠.
이 해 정규시즌 내내 불스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피펜이 부상으로 오랜 기간 결장하기도 했고, 선수들은 상당히 노쇠했습니다.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전년도보다는 분명히 삐걱대고 있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래리 버드 감독과 레지 밀러가 이끈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맞아, 7차전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올라온 터라 이틀밖에 쉬지 못한 채로 유타로 이동해 결승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반면 유타 재즈는 작년도의 전력을 유지하며, 선수들이 모두 경험까지 쌓아 쌩쌩했고, 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 4:1. 파이널에서 4:0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올라온 터라 푹 쉬어 체력적인 우위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 팀의 정규시즌 승률이 같았지만, 재즈가 정규시즌에 벌어진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불스에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홈 어드밴티지마저 유타에게 있었습니다. 유타의 홈구장인 델타 센터는 관중들의 응원이 비행기 이륙시의 소음에 필적할 정도로 열광적이고 압도적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귀마개를 준비하는 선수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자연스럽게 많은 전문가들이 재즈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대표적으로 NBC의 캐스터 밥 코스타스는 “불스의 지난 여섯 번의 결승을 통틀어, 올해의 재즈가 그들을 끌어내리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했습니다. 아니, 누가 봐도 유타 재즈가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SKT와 ROX의 2015년
SKT는 스프링 시즌, 식스맨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정규 시즌을 3위로 마무리했지만, 명승부 끝에 CJ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여 GE, 이후 KOO를 거쳐 ROX가 되는 그들을 처음으로 결승에서 만납니다. 페이커와 벵기는 벤치에 있었지만, SKT는 처음 결승에 진출하는 GE를 3:0으로 손쉽게 압도하며 스프링 시즌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MSI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한 페이커와 SKT는 더욱 와신상담하여, 17승 1패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서머 시즌 결승에 직행하며 롤드컵 한 자리를 확보했습니다. KOO는 스프링 시즌보다는 다소 떨어진 기록을 세웠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지만, 마지막 블라인드 매치였던 KT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SKT의 연습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SKT가 3:0으로 KT를 꺾고 서머 시즌도 우승한 데 힘입어 2번 시드로 롤드컵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2015 롤드컵에서 SKT는 MSI에서 그들을 패퇴시킨 숙적 EDG에 2승을 거두는 등, 조별에선과 8강, 4강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그리고 2차타워도 단 한 경기에서만 내주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승에 진출합니다. KOO는 조별리그에서 FW에게 일격을 맞으며 2위로 진출하긴 했지만, 8강에서 라이벌 KT를 물리치고, 4강에서는 유럽의 기대주 프나틱을 3:0으로 압살하며 경기장을 도서관처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결승에서 두 번째로 만난 SKT와 KOO. 마린의 럼블의 신묘한 불길에 휘말리며 1, 2경기를 모두 내 준 KOO는, 3경기에 초반 교전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우세하게 끌고 나갑니다. 만 골드가 넘는 차이를 벌렸지만, SKT는 강했습니다. 그 정도의 차이에서도 온 힘을 다해 한타를 몇 번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해설하던 클템으로부터 “내가 몇 년 째 LOL을 하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을 봤다. 말도 안 되는 팀이다”는 격찬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러나 무럭무럭 성장하던 스멥의 피오라가 1:2로 마린과 벵기를 모두 데려가며, 결국 SKT의 전승우승에 제동을 겁니다.


그리고 분노각성한 페이커가 분명 상대 조합상 불리했는데도 라이즈를 꺼내들더니, 마나가 10% 밖에 없는데도 갱 온 렉사이를 잡아내지를 않나, 궁은 없지만 점멸도 들고 있던 룰루를 텔을 타서 잡아내지를 않나, 상대의 텔포 설계를 무시하듯 일기토를 걸어온 카사딘을 순삭시키고 곧 이어 자신이 텔을 타서 상대 원딜 애쉬를 잡아내지를 않나... SKT가 13킬을 올리는동안 페이커가 9킬 0데스 4어시 킬관여율 100%라는 기록을 보여주며 이견이 없는 하드캐리를 선보이며, SKT가 2015 롤드컵 소환사의 컵 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KOO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유쾌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로부터 “KOO- Tigers-!”라는 챈트까지 이끌어내었을 정도로 선전했습니다.

그들의 2016년
SKT는 롤드컵 MVP이자 팀의 중심이었던 마린과, 든든한 식스맨 이지훈을 떠나보냅니다. 하지만 우승이 절실해 스스로 입단을 자청한 든든한 탑솔러 듀크를 영입하고, 중국에서 돌아온 당시 촉망받던 아마추어 정글러 블랭크를 입단시킵니다.
KOO는 ROX가 되었고, 은퇴를 선언한 정글러 호진과 해외리그 진출을 선언한 서브 정글러 위즈덤의 빈 자리를 나진 출신의 재기발랄한 정글러 피넛으로 채웁니다.
정규 시즌, ROX는 17승 2패로 최강의 팀의 자리에 오릅니다. 특히 숙적 SKT에 2승을 거둔 것이 호재였습니다. 반면 SKT는 새로 영입한 듀크와 블랭크와의 호흡에 문제를 보이며 한때 정규시즌 7위까지 내려갔지만, IEM에서 무난히 전승우승을 차지한 이후 정신을 차리고 성적을 쌓아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진에어를 3:1, KT를 3:0으로 이기며 결승전까지 올라온 SKT는 다시 한 번 ROX와 결승전을 가집니다.


명승부의 향연이 펼쳐진 끝에, 페이커가 카시오페아 4인궁을 적중시키며 결국 3:1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ROX는 또 한번 SKT라는 벽 앞에서 분루를 삼켜야만 했습니다. 반면 SKT는 LCK 대표로 MSI에 진출, 4연패라는 큰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다시 각성해 RNG와 CLG를 3:1, 3:0으로 물리치고 마지막으로 획득하지 못한 타이틀이었던 MSI마저 획득합니다.

서머 시즌, SKT는 ROX와의 맞대결 두 차례에서 모두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2라운드 중후반부터 정글 포지션에서 취약함을 드러냈으며, 정규시즌 끝으로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ROX는 탑라이너 스멥이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며 백투백 MVP를 차지했고, 피넛이 협곡을 미쳐 날뛰고, 쿠로가 안정적으로 미드를 지켜주며 다른 라인에 개입하고, 프레이와 고릴라가 여전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정규 시즌 1위에 안착했습니다.
이후 SKT가 플레이오프에서 KT에게 패패승승승을 당하고 떨어졌고, 단일팀 체제 이후 최초의 SKT 없는 결승에서 맞붙은 두 호적수 KT와 ROX의 대결은


하늘이 ROX의 손을 들어줬다고밖에 볼 수 없는 통한의 바론 hp 2 사건을 남기고 ROX가 그토록 갈망하던 LCK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SKT는 작년 ROX가 그러했듯 ROX의 우승으로 롤드컵에 직행할 수 있었습니다.

롤드컵을 앞두고
이제 ROX와 SKT 모두 출발선상에 서 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NBA가 그러하듯, LOL계 역시 이 마지막 롤드컵을 승리하는 자가 모든 영예를 가져가게 됩니다. 와신상담해 온 ROX는 그간의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그대로 가져가고자 할 것이며, 무엇보다 어느 한 명 약한 구석이 없는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록 SKT를 꺾어내지는 못했지만, 롤챔스를 우승하며 그토록 강했던 갈증도 어느 정도 충족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을 묶는 족쇄는 없다, 고, ROX와 팬들은 말합니다.
반면 SKT는 최초로 롤드컵에 진출하는데 성공한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굉장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조별리그 1위 진출도 어려울 것이라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공항 출국 인터뷰에서 [“문제점을 해결했다. 우리가 8강이 목표인 팀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있다”]라고 말한 페이커를 필두로, SKT 선수단은 당당히 작년보다 더 어려운 길을 나아가려고 합니다.

승부의 세계에 확률은 있을지언정 확신은 없겠죠. 당장 이들이 조별리그에서 패배를 경험할 수도, 또 다른 팀이 덜컥 이들 모두를 제압하고 우승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틱하게 진출한 삼성, 어느때보다 홈 팬들의 기대가 높을 TSM, 중국 LOL씬의 모든 기대를 짊어지고 올해는 다르다라고 말하는 EDG와 RNG... 어떠한 결과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적게 만든, 페이커와 마이클 조던, 그리고 불스와 재즈, SKT와 ROX의 라이벌리에 저는 걸어보고 싶습니다. 다시 이들이 결승전에서, 혹은 그 전에 맞붙을 수도 있겠죠. 혹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고요. 어떻게 됐든, 이들이 전력을 다해 맞부딪히는 거인의 싸움은 꿀잼 오브 꿀잼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마이클 조던과 페이커, 그리고 98년 파이널
98년 파이널이 시작되었고, 1차전은 유타 홈에서 유타가 연장전 끝에 가져갑니다. 시리즈가 유타 쪽으로 확 기우나 싶었지만, 시카고가 2차전을 가져가고, 3차전에서는 상대를 54점(당시까지 NBA 최저득점)으로 묶은 끝에 승리하며, 4차전 역시 4점차로 승리합니다. 3승 1패로 불스가 앞선 상황에서 5차전 역시 시카고에서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5차전에서 조던은 극도의 야투 난조에 빠졌고, 피펜 역시 야투 16개 중 2개만을 성공시키며 극심한 난조에 빠졌습니다. 그럼에도, 체력적으로 약점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조던은 45분(!)을 뛰며 죽어라 골밑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가 81:83으로 석패하며 불스는 큰 위기에 빠집니다. 이제 남은건 유타 재즈와 그들의 기세등등한 극성팬들 앞에서 펼칠 6, 7차전. 이미 체력은 바닥이고, 상대는 쌩쌩합니다.
운명의 6차전. 경기 초반 피펜이 덩크하다가 등을 삐끗하여 제 컨디션이 아니게 됩니다. 공격은 고사하고 수비도 제 몫을 못 해주는 상황. 유타의 손쉬운 승리로 끝나는가 싶었던 그때... 조던이 투혼을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다른 공격옵션이 없는 불스는 초창기 ‘조던에게 공을 주고 다 꺼져’ 전술로 돌아간 듯, 트라이앵글의 안쪽에 선 조던에게 공을 계속 집어넣었고, 조던은 신들린 것처럼 야투를 성공시킵니다. 재즈 역시도 이에 질세라 말론이 펄펄 날며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됩니다.
마지막 1분. 83:83 상황에서, 론 하퍼가 스탁턴을 놓친 것을 본 칼 말론이 반대편 45도에 서있던 스탁턴에게 장거리 패스를 배달하고, 손꼽히는 강심장인 스탁턴은 3점슛을 그대로 꽂아넣습니다. 86:83. 역전을 위해서는 공격 두 번을 성공시키고, 수비 한 번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팀의 에이스인 조던은 체력이 거의 바닥나 4쿼터 야투 성공률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캐스터가 “조던이 숨을 돌리기 위해 타임아웃을 부른 것 같네요.” 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조던은 그가 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가를 보여주는, 잊히지 않는 1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하프라인에서 패스를 받은 후 순식간에 상대를 제치고 4초만에 득점을 성공시켰습니다. 85:86. 재즈의 공격. 재즈는 역시 로우 포스트에 선 1옵션 칼 말론에게 공을 투입합니다. 이때 등 뒤로 다가선 마이클 조던이 기습적으로 그의 손에서 공을 쳐내어 스틸에 성공합니다.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고, 그대로 공격에 나선 조던. 재즈에서 그를 전담마크했던 브라이언 러셀이 그를 막아섭니다. 캐스터가 말합니다.


“17초 남았습니다. 7차전이냐, 여섯 번째 우승이냐. 조던, 열렸습니다, 시카고가 역전합니다! (17 seconds, from game 7, or championship No. 6. Jordan, open, CHICAGO WITH THE LEAD!”

(이 경기를 해설하던 게스트 해설자 아이재이아 토마스는 “조던이 러셀을 살짝 밀었고, 심판이 보지 못했다. 조던을 막기 힘든 것은 그가 이런 잔 기술에도 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브라이언 러셀은 "심판이 불지 않았고,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나는 NBA 역사에 남을 플레이의 일부가 된 것이 기쁘다"라고 나중에 말하기는 했습니다.)

이후 공격에서 스탁턴의 3점슛은 림을 외면하고, 허둥지둥 재차 던진 슛도 빗나가며 결국 조던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팀을 캐리하여 여섯 번째, 그리고 마지막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의 마지막 슛은 ‘The Last Shot’으로 불립니다. 농구 황제는, 그렇게, 스스로의 퇴임식을 스스로의 손으로, 캐스터 밥 코스타스가 표현했듯 그 누구보다 웅장하게(magnificent) 마무리했습니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마이클 조던은, 말년의 워싱턴에서의 도전을 제외하면,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과 팀을 가로막는 것들을 모두 무찌르며 승리자가 되었고, 스스로의 손으로 끝까지 승리자인 채로 황좌를 내려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카오스때 코치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했다가 그를 따라 SKT T1의 팬이 되었다가 페이커의 팬이 되어 지금껏 페이커를 응원하는 저로서는 그가 LOL계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불리는 그대로, 모든 역경을 지금껏 그래왔듯 그의 손으로 쳐부수며 화려하게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를 기원합니다.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을 압도적인 커리어를 스스로 쌓아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물론, 그간 NBA에서 파이널 리매치가 일어났을 때 복수에 실패한 건 저 때가 유일하며, 올해도 73승의 골든스테이트에게 도전한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명승부 끝에 작년의 복수에 성공하며 우승을 차지했다는 걸 생각하면, SKT가 올해 우승을 못 차지할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공항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그들을 보며, 그들이 그간 자신감을 드러냈을 때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며 또 한번 그들을 응원해봅니다.

SKT와, 그리고 ROX와 삼성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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