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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03 17:00:08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문재인과 안희정의 책을 일독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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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부터 업무를 달리고 나니 좀 짬이 나서 한 줄 올립니다. 지난 설연휴때 안희정의 '함께혁명'과 '콜라보네이션'을 읽었고, 문재인의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읽었습니다. 저는 문재인은 호불호 없음(예전에는 불호에 가까웠으나 하도 여기 저기서 까대서 불호가 사라짐.....응?)이고 안희정은 극호입니다. 안희정빠지요. ㅋㅋ

어쨌든 유력 대권 후보 두 사람에 대해 궁금하니 쓸데없는 마바라 정치평론가 얘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담은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밑줄 쳐가면서 공부하듯 읽은 게 아니라, 연휴기간 '서재가 있는 펜션'에서 다른 공부를 하면서 머리 아플때마다 심심풀이로 넘겨본 책이다 보니, 엄밀한 분석을 하고 정확하게 인용하고 이러긴 어려울 거 같고요,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책 보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단상들, 이미지, 다소 왜곡되거나 틀릴 수 있는 기억에 의존해 글을 씁니다. 그렇다고 뭐 엄청나게 왜곡하거나 이럴 가능성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1. 두 사람에 대한 총평

안희정의 책은 두 권인데, 하나는 자서전 느낌의 '함께 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콜라보네이션'인데요, 안희정이라는 인간이 궁금하면 '함께 혁명'이 낫고, 안희정의 생각이 궁금하면 '콜라보네이션'이 낫습니다. 근데 둘의 내용은 상당히 겹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둘 중 하나만 보셔도 아무상관 없습니다. 문재인의 인터뷰집은 촛불정국에서 상황이 급변하는 와중에 조금씩 진행된 인터뷰를 문형렬 작가가 잘 정리한 것인데, 인터뷰이다보니 자서전과 정책서의 짬뽕 느낌입니다. 딱히 어색하진 않아요.

1)문재인
-전반적으로 대권 준비를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타협없는 원칙'을 강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의 시대정신이 '적폐청산'과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겠지요. 정책 디테일도 공약집이 아니다 보니 뭐 아주 세세하진 않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건 분야별 평가에서)
'타협의 원칙'은 있지만 '원칙의 타협'은 없다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정형화돼 잘 준비된 모범답안같은 원칙을 써놓고, 앞으로 디테일한 내용을 (지금 공약발표 하는 방식으로) 밝혀나갈 것 같은데, 현재 디테일한 공약이 실제로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생각은 확실히 듭니다.

책 자체로는 디테일이 약하지만, 이미 계속되는 발표로 인해 채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강한 원칙과 드라이브가 가능해보이고 디테일도 좋다는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미래, 즉 미래지향성과 방향성 문제에 있어서는 큰 그림과 철학이 잘 안보입니다. 일단 시대정신이 그런 큰 얘기보다는 당장의 문제 해결 혹은 '설거지' 혹은 문재인 어법으로 '청소'나 '개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긴 한데요, 그 역할 자체는 잘하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성을 정말 고민해서 잘 짚고 비전을 제시하는가의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2)안희정

-고민의 깊이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제 철학과 일치합니다.(괜히 안빠가 된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미래에 대한 방향성 제시가 좋습니다. 크고 어려운 얘기를 쉽게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엄청 잘 준비된 느낌은 아닌데, 사람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부족한 디테일은 소통력과 유연성으로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확실히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약합니다. 아직 똘똘한 정치경제사회외교 참모진이 다수 포진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점점 늘고는 있겠지만요.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큰 방향에서 잘 그리고 비전을 잘 제시하는 느낌이지만, 당장 내일 나라를 맡겼을때 준비된 프로세스에 따라 좌아악~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솔직한 평가입니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정책과 디테일은 충남도지사의 경험과 비유에 의존을 많이하는데, 이건 좀 약해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3)결론
철학과 비전은 안희정 승. 디테일과 준비정도는 문재인 승.

2. 경제정책

가장 중요한 정책이지요. 뭐 옆에 책 놓고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쓰는 글이 아니라 기억나는 것 위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문재인: 소득주도 성장+사민주의적 색채 혹은 존 롤스적 배분정의

-일단 현 대한민국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은 딱히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에서, 국가중심주의는 확실히 느껴집니다. 현재 구체적 공약으로 발표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도 공공부문 일자리 위주인데요, 아무래도 국가가 나서서 가계소득을 높여주고 이를 통해 내수를 탄탄히 해 다시 성장과 분배의 기틀을 잡겠다는 생각입니다. 노무현 정부때 아무래도 신자유주의 성향이 강했던 것에 대한 나름의 반성도 느껴집니다.
-문재인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결국 '국가 주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어쩔 수없이 사민주의적 색채 혹은 미국 민주당내 좌파의 리버럴 색채가 강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재벌 오너 시스템에 대한 강한 개혁 혹은 해체 의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2)안희정: 시장중시+공정한 게임의 룰 확립.

-확실히 경제정책은 안희정이 좀 더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시장의 자유와 창의성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봅니다. 다만 그게 재벌 시스템에 의해 왜곡돼 왔다는 문제의식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룰을 다시 제대로 세팅해보겠다'라는 의지가 강합니다. 즉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뺏어가거나 벤처의 아이디어를 빼간 뒤에 나중에 소송으로 버티다가 결국 약자인 기업이 망하고 강자인 대기업 재벌이 시장에서 승리해버리는 불공정 게임을 수정하겠다는 것이고, 그래야만 아이디어와 창의력과 기술력을 가진 기업가들이 다시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의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국가는 이 과정에서 아주 강한 룰 세팅자이자 심판 역할을 하되, 맨 앞에 나서서 예산을 뿌리고 그 돈으로 벤처 육성하고 이런 방식은 쓰지 않겠다는 겁니다. 국가 중심주의가 훨씬 약합니다. 그 대신 기업간 협력, 시민과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발전적 경쟁과 상생을 할 수 있는 생태계와 플랫폼을 국가(정부)가 강력하게 제공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3)결론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지, 누가 더 낫다 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저는 안희정 생각에 더 동의하지만, 이건 제 개인 생각이니까요.

3. 정치개혁

이건 워낙 많이 나오는 얘기라서...

1)문재인
-늘 강조하는 국가 청소/개조/적폐청산의 원칙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반공주의와 독재미화를 보수로 포장해왔던 '가짜보수' 대신 '진짜 보수'와 함께 제대로된 경쟁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선 청소 후 새로운 구조 만들기라고 할까요.

2)안희정
-정당정치를 굉장히 중시합니다. 민주주의가 정당을 중심으로 계속 돌아가며 개혁하고 안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대에 맞는 국민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 본인의 충남도정의 경험에서 여러 소통방법 등을 제시합니다.
-문재인이 말하는 진짜 보수와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언제든 함께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입니다.
-선후관계보다는 누구든 합리적이고 말통하는 세력이 있다면 힘을 합쳐서 함께 청소하고 나라를 개조하고 적폐청산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요새 논란이 된 '대연정'얘기는 이런 안 지사의 철학에 기반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4. 사회/복지
문제인식은 두 사람 다 비슷한데, 역시나 처방은 좀 다릅니다.

1)문재인
-선별/보편 복지에서 보면 보편 복지에 가까운 주장이 많습니다. 세원 마련책은 늘 말하던 직접세 인상이 많아 보입니다.

2)안희정
-타이타닉 복지론으로 대변되는, 급한 사람들 먼저 안전망을 깔고 복지를 점차 늘려가야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쪼들리는 광역지자체 재정을 쪼개서 도정을 이끌었던 경험이 많이 녹아있습니다.

=>굳이 더 개념적으로 분류해보자면, 문재인은 '사회 안전망'과 '복지'를 혼용해 씁니다. 안희정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개념을 구분해 쓰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후자가 맞다고 보는 편입니다만....일단 타이타닉 복지론은 사회안전망 개념에 가까워 보입니다.

5. 외교안보
솔직히 이건 문재인이 '북한 먼저 가겠다'가 좀 왜곡돼서 그렇지 둘다 막 불안하고 그런건 아닙니다. 다만 역시나 보수적 색채는 안희정에서 좀 나오지만 둘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아닌거 같아요. 다만 문재인의 외교안보는 참여정부시대의 상황에 기반한 게 많아서 좀더 보완해야 될 걸로 보입니다. 안희정은 아예 좀 약해보이고요. 원래 지자체장에게 없는 기능이 외교안보다 보니....물론 최순실이 아그레망까지 개입하고 국가기밀 다 빼보는 정권보다야 누가 돼도 낫겠습니다만...

6.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단상
-이건 안희정과 문재인의 개인 경험이 아니라, 제가 이런저런 인연으로 정치권에 아는 사람이 많고 실제로 몇몇 캠프 사람들은 얼굴도 보고 조언아닌 조언도 하는 상황이다 보니...몇 줄 남길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쓰는 파트입니다. 특히 최근 몇 분과 이런 저런 대화한 내용까지 포함해서 정리한 내용도 있어서 붙입니다.

1)문재인
-아무래도 오랜 시간 1~2위를 다투는 대권주자로 있었고 정치적 자산이 늘어나다보니 확실히 주변에 사람이 많고 그래서 챙겨줘야할 사람도 많은 듯 합니다. 그 자체는 곧 자산이자 부채인 셈이지요.
-제가 긴 시간 대화를 나눴던 몇 몇 분들은 '사위론'을 통해서 설명하는데 문재인은 '부담스러운 사위'라고 합니다. 뭔가 깨끗하고 반듯하고 똑똑한 거 알겠는데, 자꾸 눈 부라리면서 나한테도 잘못한다고 그러니 서운한 느낌이라는 거죠. 옆집이랑 싸움나면 와서 내편 안들어주고 꼭 잘잘못을 가려낼 사람 같다나...문재인 호불호의 기저에는 그런게 있을 것 같다는 군요.

"문 서방...자네 똑똑한 건 아는데, 자네 말 맞는 거 맞는데..에이 그래도 나한테 너무 그러는 거 아님?"

2)안희정
-확실히 차분합니다. 안희정 캠프에 한 발 걸치고 있는 분이 저랑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고 저도 조언아닌 조언을 좀 했습니다만, 처음에는 문재인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못잡아서 좀 힘들어했던 걸로 보입니다. 저는 외교안보 부문에서 좀 더 안정감을 주면서 정책적 차별화를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했죠. 박원순 시장캠에도 그런 얘기 했지만....
"이번 판은 당신들이 말하는 기존 '정치 공학'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거 하다 망한다"가 제 메시지였고, 물론 제 말을 듣고 누가 뭘 할리는 없고 안희정은 애초에 그건 자기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참모중 좀 옛날 마인드 가진 몇분이 '문재인을 까서 인지도를 올리자'라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던거 같던데, 박과 이가 나가떨어지는 걸 보니 저건 아니다 싶었을 거고, 안 지사 철학하고도 맞지 않았겠지요.
-'사위론'을 통해 보면, 안지사는 '자랑하고 싶은 사위'랍니다. 집에와서 엄청 깎듯이 어른을 모시는 데 잘생기고 똑똑해서 어디가서 좀 자랑하고 싶은 사람에 가깝다는 군요. 그리고 이게 결정적 차이인데, 옆집하고 싸움나면 와서 일단 내편 들어줄거 같다는 겁니다.

"안 서방...사실 내가 좀 잘못했지만, 내 편 들어줘서 고맙네. 내가 옆집하고는 잘 풀게...." 이렇게 된다는 군요.

=>이 '사위론'은 나름 제가 통찰력 있다고 생각하는 몇 분과 길게 식사하고 얘기하다가 이런 저런 '민심'과 '정서'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정리된 내용인데요, 솔직히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두 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적/감정적'평가를 이해할 수 있던 부분이고 재미있어서 올려봤습니다.

6. 개인적인 결론
-저는 아주아주 솔직하게 빠심 제거하고 말하면 일단 문재인이 먼저 돼서 원칙대로 좀 나라 정리, 제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설거지랑 똥치우기를 좀 하되 개헌을 통해 자기 임기를 줄이고 그 다음에 안희정이 좀 더 준비해서 가능하면 중임을 하고 보수정권에게 넘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제 생각과 느낌은 그랬다고요. 물론 빠심은 안희정 지금 당장...이지만요.

뭐 이상 간단한 독후감 겸 평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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