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2/21 00:10:27
Name   아침
Subject   상처엔 마데카솔

1. 오늘 보신 분들은 보셨겠지만 낮에 탐라에 트라우마에 대한 글을 하나 썼습니다.

2. 파란 아게하님, Credit님, 난커피아더좋아님, 안개꽃님, 사나운나비님, 선율님, 은머리님, 줄리엣님, strelka님, 와우님, Liebe님, HD Lee님, 사이버 포뮬러님, 니쿄님, Moira님, 지겐님, O Happy Dagger님, 소라게님, 나방맨님, 타넨바움님, 이건마치님, 도화님, 곰곰이님, 와이님, Voyage님, blessjds님. 그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셨지만 아마도 함께 마음 써주셨을 다른 분들께도 연필로 꾹꾹 눌러쓰듯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 글을 계기로 오늘 하루 마음 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세세하게 전하고도 싶지만 풀어쓰면 오히려 제대로 전하지 못할까 싶어서 '고맙습니다' 한 마디만 힘 주어 눌러쓰는 그런 고마움이요.

3. 특히 파란 아게하님!
아마도 저를 염두에 두셨을 탐읽남 수정.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찰지게 욕 잘하는 내 안의 '센 언니'는
'아니, 전두환 욕만 들어도 상처받아 버리는 저 코스모스같은 소녀는 누규??'라고 생각하며
파란 아게하님의 과잉배려에 감사한 마음으로 유쾌하게 웃지만
겁 먹고 혼란스러웠던 내 안의 '계집아이'는  아게하님의 행동에서 '니가 아플까봐 걱정이 돼. 너를 절대 상처주지 않겠어'라는 다정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아마 나이로 치면 제가 훨씬 연상이지만 제 안의 '계집아이'가 아게하님의 '소년'다운 배려에  안도해버려서 기분이 묘하고도 따뜻합니다.
여튼 파란 아게하님의 마음 나이쓰 캐치! 했습니다.
다만 전두환 욕은 가열차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4. 오늘은 내 안의 약한 아이를 드러냈지만 저에게는 물론 현실은 현실대로 처리하는 어른의 모습이 있습니다.
트라우마 사건 때에도 내 안의 계집아이는 상대편 속의 남자아이가 붕괴되는 모습을 보며 어쩔 줄 모르고 괴로워했지만
현실의 어른인 저는 속으로 겁을 먹으면서도 기싸움과 수싸움에서 이겨서 상대편이 스스로 물러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내 안의 어린아이가 어른인 나와 통합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타인의 선함을 믿고 상대의 내면에 대한 천진한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마음, 서툴지만 진지하게 관계에 반응하는 자세,
자신감과 활력을 가지고 도전하는 마음, 세계와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 이런 것들이 자리를 잃고 위축된 거죠.
한동안 빡세게 힘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른인 나와 어린 내가 다시 손을 잡고 그럭저럭 사이 좋게 이 무섭고도 유쾌한 정글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정 붙이게 된 곳 중 하나가 홍차넷이고요.
왜 하필 홍차넷인가 생각해보았는데 우리 속의 어른들이 우리 속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남을 배려하고 자신도 지킬 수 있을만큼 충분히 성숙한 우리 각자의 어른들이 딱 버티고
우리 속의 생생한 활력과 천진한 기쁨이 마음껏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우리 속의 어른은 이 공간의 귀함을 알고 우리 속의 아이는 이 놀이터를 즐길 줄 알지요.

5. 마무리는 어찌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내 속의 어른은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라고 정중히 굿나잇 인사를 전하고 내 속의 아이는 팔랑팔랑 손을 흔듭니다.
우리 내일도 재미나게 놀아요.






14
  • 치유된 마음은 좋아요 1
  • 같이 걸을까? 같이 걷자. 앞으로도 쭉. 내일도 웃으면서 만나요. :D
  • 글 참 잘 쓰세요.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852 기타삼성전자는 어떻게 될까요 마이너스라 답답합니다 22 셀레네 22/05/24 3811 0
9385 일상/생각삼청동의 술래잡기(2/5) 1 Wilson 19/07/02 5248 5
11081 영화삼청영화 三廳電影 7 celestine 20/10/22 4174 12
10363 도서/문학삼체(스포) 3 알료사 20/03/09 5399 6
9587 일상/생각삼촌을 증오/멸시/연민/이해/용서 하게 된 이야기 23 Jace.WoM 19/08/26 5625 49
9265 게임삼탈워 몇가지 아쉬운 점.. 2 Leeka 19/06/01 4947 3
8128 사회삽자루 vs 최진기&설민석 - 댓글 주작사건 논란?? 10 Groot 18/08/28 9414 1
1467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3 danielbard 24/05/13 1367 27
5657 IT/컴퓨터삽질로 잠긴 애플계정 복구까지의 기나긴 일대기 2 Leeka 17/05/17 17427 0
9674 일상/생각상견례 준비 중입니다. 20 모여라 맛동산 19/09/16 3878 24
4795 일상/생각상담하시는 코치님을 만났습니다. 3 Toby 17/02/07 4454 8
11481 문화/예술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2010년대 추천 애니메이션 28편+1편 (추가) 17 이그나티우스 21/03/11 8025 11
8264 창작상도동 秘史-하이웨이 민치까스 5 quip 18/09/22 5739 7
14015 영화상반기 극장관람 영화 한줄 감상평 3 소다맛체리 23/07/03 2231 2
3286 스포츠상반기 크보 시청률 정리 15 Leeka 16/07/18 3445 0
2183 요리/음식상상초월 먹방 10 눈부심 16/02/06 5797 0
14728 경제상속세율이 실제로는 꽤 높은 한국, 해외는 왜 내려갔나.. 32 Leeka 24/06/05 2768 0
1071 일상/생각상식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요? 29 damianhwang 15/09/23 10617 0
9967 도서/문학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3 알료사 19/11/10 4882 7
611 정치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사망자 1명 추가 발생 11 솔지은 15/07/18 7176 0
4947 일상/생각상처엔 마데카솔 4 아침 17/02/21 3987 14
1608 음악상큼발랄한 음악 소개 8 *alchemist* 15/11/21 7789 1
6609 여행상해(상하이) 여행기 1 pinetree 17/11/17 4572 3
11957 사회상호교차성 전쟁 23 소요 21/08/03 4322 9
4019 일상/생각새 데스크탑을 샀습니다 24 nickyo 16/10/27 3871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