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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5/11 19:40:18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진지하루3끼] 추천 사극2




1. 왕과 비

이 드라마의 경우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드라마이다.
전임 드라마였던 용의 눈물이 설사 역사의 승자일지언정 맹목적인 미화는 없었다. 주인공이었던 이성계와 이방원은 주인공다운 모습과 함께 그들이 갖고 있던 잔인한 면모나 정치적인 술수 역시 여과없이 보여주었던 반면 이 드라마의 세조는 실록에 나온 그대로만 따라가다보니 지나치게 미화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김종서를 포함한 세조의 정적들은 대부분이 평가절하되는 모습으로 나왔으며 세조의 형이었던 문종 역시 그저 나약하기만 한 임금으로 나오고 말았다. (사실 역대 어떤 사극도 문종을 제대로 그린 드라마가 없긴 했다.)

거기다 폭군으로써 명백하게 백성들의 고혈을 짠 (광해군처럼 일정부분 재평가의 여지조차 없는) 연산군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로 통해 적당히 얼버부리려는 마지막 역시 다소 아쉽다 할 수 있다.

드라마적인 요소에서 갖는 비판점은 이 드라마가 초반이 너무 지루하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인수대비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의 초반 주역은 자연스럽게 수양대군(세조)가 될수밖에 없는 데 (왜냐하면 인수대비가 활약하려면 그가 어쩃든 대왕대비가 되는 모습까진 나와야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양대군이 중심이 되는 시기동안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은 역시나 계유정난일 것이다. 허나 이 드라마는 계유정난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길고 지루하기 그지 없다. 수양대군이 왕위에 올라 세조로써 보여줄 모습 역시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양대군 시절이 너무 길었던 것 이는 결국 용의 눈물 버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고전하는 한 원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세조의 집권초 사육신 사건 이후 단숨에 시간을 워프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갖는 강점은 (수양대군의 미화는 적당히 접어두면) 문종 말 ~ 연산군까지의 굉장히 긴 일대기를 그리다보니 하나의 드라마에서 굉장히 많은 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루하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바꿔말하면 그걸 충분히 재밌게 꾸려나갈수만 있다면 많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재밌께 볼 수 있다는 측면 또한 존재한다. 실제로 세조 집권 후반 이시애의 난을 기점으로 서서히 재미적인 측면을 되찾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세조가 죽은 이후 예종, 구성군 이준, 남이, 유자광이 얽히면서 생기는 권력투쟁의 재미(?)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산군이 집권하면서 이 부분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연산군이 숨을 죽이다 한순간에 이빨을 들이미는 상황을 연출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클라이스막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사극이지만 미화 및 왜곡된 부분이 있기때문에 정통사극이라기보단 정치물로 본다면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이다.


2. 무인시대

사극 추천글에서 용의 눈물 정도전과 함께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드라마가 무인시대이다.
특정 주인공이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나가는 기존의 드라마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주연이 교체되는 군상극 형태의 사극이다.
보현원의 참살을 시작으로 이의방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의 시대까지를 드라마로 보여주며 이것이 무신집권 100년중 딱 절반에 해당되는 기간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단 하나의 정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를 각 인물마다 너무나 절묘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젊은 시절의 대의와 동지간의 의리가  권력에 의해 타락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의방
작중내내 노회한 모습만을 보였으나 실은 그 역시 젊은 시절 나라를 생각하는 장수였다는 회상이 나오고 그런 그 조차 권력으로 인한 흑화는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정중부
제 아무리 본인의 가슴속에 큰 뜻을 품고 이상적이라고 해도 주변인물을 관리하지못하고 현실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수박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경대승
(실제가 아닌 작중설정이지만) 단순한 하급무관에서 두두을에게 황룡의 대의를 전수받고 황룡의 부흥을 생각했지만 정작 최고권력자가 되자 그 누구보다 빠르게 타락하며 대의를 저버린 이의민
이의민을 척살하고 최충헌이란 이름 석자를 외치며 뜨겁게 환호하는 백성들에게 감격하지만 친동생을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참살하고 황제를 폐위시키며 그 어느누구도 자신에게 반항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된 최충헌까지 모두 제각각 가슴속에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는 대의는 갖고 있었으나 그 대의가 권력과 합쳐지자 대의는 사라지고 권력만이 남는 모습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몇몇 소수의 인물들을 제외하면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권력이란 것에 대해 굉장히 냉소적인 정의를 내린다. 인물들이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아니라 권력이란 게 누가 어떻게 얻든 결국 타락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위의 인물들은 그 인물들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이자 무신정권의 집권자들이다.

동시에 작가는 절대로 그들의 최후를 곱게 보내주지 않는다. 심지어 저들중에 가장 나았다는 경대승마저..
이의방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벽상공신이라 외치며 권력을 놓지 않으려했고
정중부는 끝없이 권력을 탐한 끝에 마지막에 가서는 자결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명종에 의해 굴욕적인 처사를 당하며 죽어갔고
경대승은 정중부에게 알량한 명분과 이상떄문에 스스로 난신적자가 되었다는 조롱을 받으며 죽어갔고
(물론 경대승의 경우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또 다른 환상에서 백성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다만 여기서 경대승은 자신의 대의 그리고 고려의 대의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백성들이었다는 걸 너무나 늦게 꺠달게 된다. 그렇게 꿈속에서 꺠어난  경대승은 후회속에 오열하며 죽는다)
이의민은 자신의 대의를 생각하며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후회한다한들 소용없었다. 무엇보다 자기가 자초한 행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대의를 이루지 못해서 후회하기만 할뿐 자신의 악행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은 채 그저 최충헌에게 자신을 죽여야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을 외칠 뿐이었다.
최충헌은 더 극적인데 죽는 그 순간까지 꿈속에서조차 구석을 끌어안은채 권력을 탐했으나 젋은 시절의 본인(최충헌)에게 난신적자라 비난받으며 죽어갔다.

결국 작중 나온 집권자들은 어떤식으로든  좋은 꼴을 보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했으니 작가가 이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려면 이들의 최후를 보면 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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