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0/24 18:10:28
Name   마녀
Subject   미역국

저희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의 생신은 같은 달입니다.
친정아버지 생신 후 4일 후가 시아버지의 생신이이세요.

약간 시작하는 글과는 조금 벗어나는 주제지만,
전 요리를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닙니다.
사실 어머니가 안 계셔서 일찍부터 집안 살림을 해오다보니
일반적인 집에서 먹는 여러 반찬이나 국 찌개같은 건 모두 할 수 있는 편이긴 하지만 요리란 틀 전체를 두고 보면
저보다 남편이 적어도 3수는 위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요리가 취미수준을 살짝 벗어나 있다고 봐요.
시어머니 요리 솜씨가 어마어마하시기도 하고,
부모님 반대에 물러섰지만, 요리사를 하고 싶어해서 독학으로 공부도 꽤나 했다고 하더군요.
어느 식당에서 제가 "이거 맛있어요." 라고 하면 맛을 보고 난 후
꽤나 비슷하게 만들어 준 적도 많으니까요.

여하튼, 친정아버지 생신 때 온 가족이 모이게 됩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저는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고, 동생은 아이때문에 약간 정신없는 상태였어요.
하고 싶은 요리를 몇 가지 정해두고 시작했는데, 저는 준비작업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고,
동생은 역시 아이가 달라붙어 있으니 집중하기가 힘든상황이였어요.

그걸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남편이
"힘들면 내가 마무리 해줄까요?" 라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사실 별 생각도 없고 자주 음식을 도와주는 남편이라
"네!"
라는 대답이 바로 나왔었어요.

그리고나서 남편은, 전골을 준비하고 전골 육수를 혼자 내고
잡채도 만들고 미역국까지 혼자서 다 마무리를 지었어요.
전부 맛있게 잘 먹고, 화기애애하게 집으로 돌아왔지요.

돌아오는 도중에 남편이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아, 그러고보니 나 미역국... 우리 부모님께도 안 끓여드렸었는데..."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남편이 미역국을 끓인건 최초가 결혼하고 나서 첫 제 생일때였대요.
그 이후로 제 생일마다 미역국을 끓여주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더 생각이 없었어요.
자신의 친 부모님께도 못한걸 장인어른 미역국을 끓인게 조금 걸렸나 봅니다.
그런 남편에게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남편은 "또 다른 아버지니까 괜찮아요." 라고 했지만요.

그래서 이번 시아버지 생신 때 남편이 직접 미역국을 끓였어요.
시댁에서 끓이면 분명 제대로 못할 테니 저희집에서 끓여서 갔답니다. (저희 집은 시댁이랑 5분 거리에요)
시부모님들께서 무척 좋아하셨는데, 진작에 이렇게 할 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시아버지 생신 땐, 남편이
시어머니 생신 땐 제가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13
  • 애처가는 추천!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70 일상/생각컴패션, 이타심 26 Liebe 17/10/27 4829 15
6461 일상/생각24살 고졸인데 참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26 Tonybennett 17/10/24 12482 0
6460 일상/생각미역국 6 마녀 17/10/24 3817 13
6458 일상/생각제가 흥미롭게 본 나무위키 항목들 20 벤젠 C6H6 17/10/24 5321 2
6449 일상/생각아이 캔 스피크 11 LiiV 17/10/22 3907 3
6447 일상/생각삶이 막막하던 20대 시절 이야기 11 Beer Inside 17/10/22 6465 13
6444 일상/생각24살 삶이 너무나 막막합니다.... 22 Tonybennett 17/10/21 7280 0
6443 일상/생각울진 않을거 같습니다. 14 aqua 17/10/21 4798 51
6442 일상/생각성소수자에관한 인식변화 회상. 4 하트필드 17/10/21 4195 7
6438 일상/생각犬포비아는 편안하게 살 수 없습니다. EP 2 2 알겠슘돠 17/10/19 3502 4
6431 일상/생각[빡침주의] 팀플 하드캐리한 이야기 35 SCV 17/10/18 6861 5
6406 일상/생각일본의 수학교육은 대단하구나 했던 경험 8 코리몬테아스 17/10/11 9408 0
6404 일상/생각하드 투 세이 아임 쏘리.. 28 Homo_Skeptic 17/10/11 6361 19
6400 일상/생각백수기(白首記) 3 개마시는 술장수 17/10/10 4400 11
6396 일상/생각차를 샀습니다. 인생 첫 새차. 10 luvnpce 17/10/10 5515 12
6395 일상/생각운동권,부정청탁방지법,사회변화 21 二ッキョウ니쿄 17/10/10 4760 4
6387 일상/생각좀 많이 아팠습니다. 30 tannenbaum 17/10/08 5529 16
6386 일상/생각나라가 위기인데 연휴가 길어서 큰일이야 26 알료사 17/10/08 4728 24
6375 일상/생각해외 플랜트 건설회사 스케줄러입니다. 41 CONTAXS2 17/10/05 6773 11
6373 일상/생각명절때 느낀 사람의 이중성에 대한 단상(수정) 4 셀레네 17/10/05 4403 0
6366 일상/생각해외 근무의 피곤한 점... 9 CONTAXS2 17/10/03 4112 1
6359 일상/생각학력 밝히기와 티어 29 알료사 17/10/01 6634 35
6349 일상/생각삐딱했었구나... 싶습니다. 20 켈로그김 17/09/27 4323 7
6347 일상/생각평등2 11 삼공파일 17/09/27 4381 11
6345 일상/생각돈을 날리는 전형적인 방법 26 17/09/26 4966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