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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08 23:22:29
Name   tannenbaum
Subject   강적을 만났다 - 후배랑 연 끊은 썰
대학시절 동아리 1년 후배가 있었습니다.

뭐 딱히 친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그냥 후배들 중 1이었죠.

어느날 꼭 할얘기가 있다면서 만나자 하더군요.

고기집에서 고기 좀 멕이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사고를 좀 친게 있으니 1천만원을 빌려달라 하더군요.

내가 무슨 재벌 2세도 아니고 90년대에 1천이 어디 있나요?

물론 있어도 안 빌려줬겠지만...

사정이 있는 건 안타까운데 그만한 돈이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대출을 받아서 자기 빌려 달라더군요.

헛웃음이 나왔지만 은행이 아무런 소득도 없는 학생한테 무슨 1천만원을 빌려주겠느냐 담보대출도 깐깐하게 구는 게 은행이다.

사정이 정말 급한가보다 싶어 잘 타일렀습니다.

그런데... 그러자 은행이 까다로우면 사채는 쉬우니 사채를 받아서 자기 주랍니다.

자기도 받아 봤는데 쉽게 빌려주더라고요.

어이가 가출을 했지만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싫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내가 살고 있는 집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그 보증금을 자기 달랍니다.

와.... 더이상 같이 있으면 성질 버릴거 같아 적당히 핑계대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돌아서는 저를 붙잡고 그럼 500만... 200만... 100만.... 그러다 10만까지 떨어지더군요.

그래.. 밥이나 먹고 다녀라는 심정으로 가진거 탈탈 털어 주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끝인 줄 알았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전화가 왔습니다.

보증을 서달랍니다.

그래서 그랬죠. 원래 보증은 소득세 납부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요.

그랬더니 자기도 알아봐서 잘 안답니다.

그니까 제가 아니라 당시 교장선생님이셨던 우리 아버지에게 믿을만한 후배놈이 있다고 잘 말씀 드려서 자기 빚 보증을 서달라고요.

교장선생이면 신용도가 좋아 확실하다고 하면서요....

거기서 이성의 끈이 떨어졌습니다.

야 이 미친놈아!!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아들 후배 보증을 서달라고 할수가 있냐?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도대체 어느 머리에서 나올수가 는거고 내가 그렇게 우습냐!! 연락와도 안받을거니까 앞으로 전화하지도 찾지도 마. 정신차려 임마!!  (순화 엄청 했음)


어차피 전 졸업반이기도 했고 그해 말 서울로 올라와서 쉽게 연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엔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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