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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5/13 22:29:16 |
Name | Erzenico |
Subject | 사무환경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무엇일까? |
일반적으로 의료계 종사자들 중 많은 비율이 블루 칼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고, 저 역시도 나름대로 그렇게 화이트 칼라는 아닌 분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펠로우라면 역시 블루 칼라건 화이트 칼라건 가리지 않고 수시로 바꿔입는 유연함을 보여야겠지요. 몇 일간의 밭갈이, 발표 준비, 그리고 깨알같은 판독 입력을 거치면서 저의 멘탈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큰 인심을 써서 검사실에 마련해 주신 좁은 책상도, 잠깐 동안 사용했던 접이식 의자도 아니었으며 초음파 탐촉자를 꼭 쥐고 누르느라 피로해진 손목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역시, [키보드와 마우스] 였지요. 아니 왜 그리 사소한 것에 집착하느냐, 그러니까 너가 연애를 못한다, 등등 반응이 대충 예상이 되는 예민함입니다만, 저의 성격을 이제와서 바꾸기엔 마음의 여유도 없고요 무엇보다 나름대로 괜찮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커세어 STRAFE SILENT RED, HARPOON) 사용하다가 정보전산팀에서 연구실에 마련해 준 LG 번들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하려니 미칠듯이 적응이 안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LG 번들 키보드 같은 경우 펜타그래프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얇게 만들었으면 키보드 높이 조절 받침이라도 좀 편안하게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할텐데 그것도 아니라서 세우면 세우는 대로, 눕히면 눕히는 대로 짜증나는 별난 키보드였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는 틈틈이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손목받침대 등을 열심히 검색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저소음 적축이고 뭐고 어차피 내가 여기 천년만년 있을 것도 아닌데 그냥 멤브레인 중에 좀 좋은 걸 사서 쓰자,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 그래도 퇴사할 때 갖고가면 되지 하는 생각에 또 찾아보다 보면 기계식은 기계식 대로 축을 뭐 고를지 고민하다가 접게되고 무접점 방식은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질 않고 그렇게 고민만 하기를 몇 일이 지난 상태입니다. 아마 결론적으로는 대충 어정쩡하게 갈축을 사고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마우스는 쓸데없이 집에 안 쓰고 뒹굴고 있는 게 두 개 있어서 검사실 하나 연구실 하나 갖다놓고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우스에 원하는 건 많은 건 필요없고 1. 제발 손을 편안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의 마우스면 좋겠고 2. 인터넷에서 앞, 뒤 페이지로 옮길 수 있는 사이드 버튼이 있어야 된다 인데 암튼 집에 굴러다니는 마우스도 그건 대충 만족하는 물건들이라서...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팜레스트를 사는 것인데요 제가 저소음 적축 키보드를 썼다고 해서 무슨 구름 타법을 익힌 것도 아니고 손목 붙이고 쓰는데 그 상태에서 불편한 거니까 손목 각도를 유지시켜 주는 장비만 마련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요. 다만 연구실에서는 팜레스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검사실의 책상은 팜레스트까지 놓으면 책상 위에 너무 자리가 좁아져서 번거롭다는 점이 문제가 되겠습니다. 아, 진짜 이런 곳에야 말로 64키짜리 전문가용 키보드가 필요한 것이 아닌걸까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텐키리스도 노트북 외에선 안 써봤는데 64키 키보드 쓰다가 아예 일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그냥 그 생각은 접었습니다. 주저리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티탐으로 오긴 왔는데 예전 쓴 글들을 보면서 '야, 이건 언제 다시 시작하지' 싶은 재즈 글이 자꾸만 눈에 밟히네요. 모쪼록 빠른 시일 내에 마음의 평화를 찾고 연재를 재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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