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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5/18 08:56:31
Name   풍운재기
Subject   축농증 앓았던 이야기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작이 비염이었는지 뭐였는지,
아무튼 어느순간 축농증이 꽤 심하게 걸려있었습니다. 아마 전문용어로 만성부비동염인가 그랬던것 같네요.
이게 뭐냐면

코안에 물혹이 자라나는겁니다. 그래서 코도 엄청나오고, 물혹 자체의 부피등으로 인해 코가 엄청나게 막힙니다. 당시 별 생각이 없던터라 그냥 동네병원만 다니다가, 전혀 차도가 없고 심해지길래 수술을 결심했습니다.

동네병원에서요..

동네병원에서 축농증 수술방식은 이랬습니다. 양코를 동시에 하면 숨이 막히니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쪽씩만 합니다.
먼저 마취제가 묻힌 솜을 코안에 넣어 1차 마취를 하고, 그게 어느정도 되면 코안에 주사기로 2차 마취를 하고, 그 상태로 진행을 합니다.
수술은 그냥 자라난 물혹을 가위로 잘라내는거지요. 부분마취라 아프진 않았지만, 그 가위로 잘라내는(.....) 느낌이 고스란히 납니다.

그래서 잘라내고 나면 엄청난 거즈가 코에 투입되서 지혈을 하고, 병원 방문할떄마다 그 거즈를 하나씩 꺼냅니다(두개꺼내면 매우 아픕니다).

...

수술이 제대로 안되었던건지..아니면 원래 축농증이 재발율이 무지하게 높아서 그런건지, 해봤자 또 자라나고..
동네병원에서만 수술을 최소4, 많으면6회를 한것 같습니다(하도 어릴떄라 기억이 불확실해요).
그러다가 결국 치료를 포기하게 되죠.

그 이유가...

마지막 수술때, 수술 도중에 마취가 풀렸습니다. 근데 그냥 계속 하더라구요.
너무......너무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치료포기...상태로 10년 이상을 지체하게 되었어요.

당연히 재발
물혹은 계속 자라나고 코는 엄청 막히고,

잴 고통스러웠던게 역시 코로 숨을 잘 못쉰다는거랑 코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거.
제가 남한테 폐를 끼치는 걸 되게 싫어하는 성격이라 훌쩍 거리는것도 미안해서, 특히 대학떄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면
아무리 오래 텀을 둬도 30분에 한번씩은 나가서 코를 풀고 와야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때인가부터? 목이 간질간질하는 겁니다. 병원가서 진단받았더니 기관지염이랍니다. 약먹었더니 급속도로 낫습니다.
근데 이 기관지염이 아주아주아주 자주 찾아오기 시작하고, 낫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졌습니다.
나중에는 코 뿐만 아니고 기침도 달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때 쯤 찾아보니 그런 얘기들이 있더라구요.

아토피, 기관지염(발전하면 천식), 축농증

이 3종세트가 같이 올수 있다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그전에 다른 동네병원에 몇번 갔었는데, 갈떄마다 혼났습니다. 이지경이 될때까지 뭘 한거냐 부터 시작해서 코가 안에서 떡이 됐다 등등등).

수소문을 해보니 제가 할인을 받을 수 있었던 저희 대학병원에 이쪽으로 아주 유능하신 분이 계시다는걸 듣게되었고, 그분꼐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충남대학교병원 나기상 교수). 이후 얘기지만, 언젠가 의사들끼리 투표를 했는데(질환이 생긴다면 누구에게 치료를 받겠는가 류의), 이비인후과쪽으로 이분이 9위엔가 랭크되었더라구요. 그래서 잘 선택했었구나 싶었습니다.

대학병원은 아무래도 비쌉니다. 수술전 각종 검사비...역시 제 상태가 장난이 아니었던지라 축농증 수술 주제에 전신마취 수술로 결정이 났고, 무려 입원도 하게 되었습니다. 전신마취를 이때 처음 받아봤는데,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서 팔을 고정시키던게 제 마지막 기억이고, 꺠어났을때는 되게 몸살 심하게 걸린 상태에서 자다가 깼을떄의 느낌. 그리고 코뒤로 피가 콸콸콸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기억만 있네요. 그리고 깨어난 날 저녁 5시인가? 까지 물을 못먹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전날 밤 12시 이후부턴가 아예 물을 못먹었고, 수술 이후로도 피가 많이 나와서 정말 물물물 만 생각이 났습니다.
원래 축농증 수술 자체가 그렇게 오래 안걸린다던데, 제 기억으로 저는 수술 시간만 2시간 30분이 넘었던걸로 기억해요. 그 떡진걸 다 처리하려니....수술 전 기억에 참관객(아마 의대생이나 수련의들이었던것 같습니다)들도 엄청 많았던것 같습니다. 심한 사례라 그런가..

축농증 수술은 수술도 수술이지만 수술 이후의 관리가 되게 중요합니다. 약도 약이지만 가장 강조했던게 식염수 세척입니다.
코안에 피딱지가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큰 목적이 있었구요.
약국에서 파는 생리식염수로 대형주사기를 이용해 하루에 4번(아침 점심 저녁 밤) 세척을 합니다. 세면대에 머리를 집어넣고
식염수를 주사기로 코에 넣고 몇분인가 버티다가 안에 있는 식염수를 쏟아내고 이런식..
사실 귀찮습니다만, 그전에 앓던 기억이 너무 끔찍해서 거의 1년가까이를 했습니다.

수술전과 후 가장 큰 차이라면,
내 코로 숨을 쉴수있다.

세상이 달라보입니다. 공부하다가도 더 이상 나갈 필요가 없고, 감기가 심하게 올떄가 아니면 막히지도 않았습니다. 막혀도 한쪽만 막혀서 숨쉬는데는 지장이 없더라구요. 그리고...좋은 의사분께 수술받아서 그런가 지금 수술한지 10년이 지났는데(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했어요)
재발이 없습니다. 완치된것 같아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수술 이후에는 10년동안 기관지염을 앓은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비염이나 축농증 앓는 분들 좀 불편하거나 귀찮거나 해도 치료를 어느정도만 하고 마는 분들이 많은데, 믿을만한 병원에서 혹시 수술 얘기를 한다면, 아마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전 전문가가 아니라 무조건은 말 못하겠습니다..). 진짜 호흡으로 겪던 모든 불편함이
다 사라졌거든요. 제 인생 가장 잘한결정 중 하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것 같네요. 그분꼐 치료받기로 결심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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