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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8/18 09:19:14
Name   reika
Subject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가방 찾은 이야기.
일은 엊그제 일어났습니다. 제주도에서 올라와서 공항과 가까운 편인 언니네에서 1박. 다음날은 오전에 병원 예약, 영화관람, 이른 저녁 약속이 있었죠. 너무 늦게 귀가하면 등짝을 맞을 것 같아서 저녁 6시반쯤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때 핸드폰과 지갑을 넣은 작은 핸드백과 어깨에 걸치는 짐가방이 있었습니다. 트렁크는 주말에 오는 언니네에게 들고 오라고 부탁했고, 꼭 필요한 것(화장품.렌즈.안경.약 등)만 짐가방에 넣어 들고 왔죠. 사람들이 있어 짐가방은 선반에 올려두었습니다. 집 근처역에 내린건 7시15분쯤. 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나오다가 짐가방이 생각났습니다. 역무원실로 가서 확인을 부탁했죠. 종점이 2정거장 뒤라 확인이 될 것 같았거든요.

가방의 특징과 제가 탔던 칸을 설명했습니다. 확인에 10분정도 걸릴거라 했고 역무원실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그쪽 역에서 온 연락이 없다는 거예요. 느낌이 쌔했습니다. 연락처 적고 가시면 발견하면 연락을 준다는데, 10분 사이에 가방이 사라진다니. 제가 서성대고 있으니 혹시 직원이 가방을 착각했을 수도 있으니 직접 종점역에 가보시겠냐고 해서 종점역으로 향했습니다.

종점역에 습득물 중에 제 가방이 없더라구요. cctv를 보고 싶다고하니 요즘엔 개인정보 때문에 경찰이 와야 한다더군요.  그럼 그시간대에 비슷한 가방을 들고간 사람이 있는지 대신 봐달라고했습니다. 7시 21분에 도착한 열차에 비슷한 가방을 들고 나가는 남자가 찍혀있다 더군요. 어깨에 매는 흰색바탕에 무늬가 있는. 112에 신고했고 파출소에서 경찰2분이 왔습니다. 같이 cctv를 확인했고 화질이 흐리긴 했지만 틀림없이 제 짐가방이었습니다. 간이진술서에 잃어버리게 된 상황, 들어있는 물품, 제 연락처 등을 썼습니다. 수사관이 배정되어 연락이 갈거라 더군요. 1시간 후쯤 생활범죄 담당형사님께 연락이 왔고. 다시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주에 출국한다고 말씀드렸죠. 되도록 빨리 찾고싶다고.형사님께서는 그쪽역의 주차장쪽으로 남자가 내려갔는데, 주차장cctv는 마트에서 관리한다고 번호판이 찍혔음 다행인데 각도상 아닐 수도 있다고. 못찾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연락 주시겠다더니 연락이 없으셔서 오후5시쯤 경찰서로 연락을드렸더니 외근 중이시라더군요. 그리고 30분 후쯤 담당형사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가방이 아직 수중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 남자가 갖고 있다더라. 7시쯤 일을 마치니 8시쯤 경찰서에서 만나서 조사를 할것이다 9시쯤 저와 또 조사를 해야한다더군요. 알겠다고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9시 10분까지 근처 치안센터로 오라고 하셔서 가방을 받았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잃어버린건 없었고, 파우치들의 지퍼가 망가진 정도. 연락처를 찾는다고 마구 뒤졌다고 들었어요. 들고간 분은 69세의 남성. 왜가져 갔냐고 하니 역무원실에 맡겨도 못찾아 주길래 자기가 찾아주려고 했었다라고. 그런데 제가 본 cctv에서는 망설임 없이 마치 자기 가방처럼 갖고 나가던데. 흠.  형사님 말씀은 돈이 없어서 해결이 빨랐다고 견물생심이라고 돈이 있었으면 또 얘기가 다를 거라시더군요.

어떻게 찾았냐. 교통 카드 기록 추적하셨냐 하니. 그러면 그거 추적허가 떨어지는데 일주일 이상 걸린다시더군요. 그역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지하철로 중심가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대요. 그사람이 주차장 쪽으로 가고 나간 차가 2대. 번호판은 제대로 찍히지 않음. 그래서 비슷한 시간대에 차가 주차되어 있지 않을까하고 오후에 가보니 2대 다 있어서 차적조회를 하시니, 뜨는 운전면허증상 얼굴이 1대가 cctv와 비슷하여 차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전화했다더라구요. 형사의 감!

전화해서 가방 가져가셨냐고 하니 가방 가져갔다고 말했다고. 여기서도 인정해서 일이 빨랐다고. 남자를 만나기로 한시간에 형사님이 가니 분실물이고 고의가 아니다라고 계속 말하셔서 형사님이 거기 물건 갖고간 순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금 상황에서 사과랑 반성하셔야된다고 다시는 그러지 마시라고. 저한테 그 남자분이 사과 전화를 하고싶다는데 전 필요없다고 했어요. 아 조사는 따로 받았습니다.

제가 신고를 했고, 이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된다 더군요. 제 실수도 있고, 없어진 것도 없으니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서에는 썼지만. 확실히 기소유예가 될 가능성을 높이려면 합의서 또는 탄원서를 쓰면 좋다시더라구요. 그건 쓰고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나쁜의도가 있었다고 생각되었고.없어진게 없어서 처벌해달라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벌금형이라도 받음 좋겠다고 생각했구요.돈이나 값나가는게 있었다면 반드시 가져갔을것 같았거든요.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경우 5만원짜리 벌금이라도 받으면, 소위 말하는 빨간줄이 그이는 전과가 생긴다더라구요. 기소유예면 전과는 안생기고. 판단은 검찰의 몫. 진술서에 지장을 찍고 모든일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형사님께는 감사인사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않는 박카스 한병을 드렸습니다. 이사람 저사람 손탄 물건들은 세탁할수있는건 세탁, 나머진 물티슈로 꼼꼼히 닦았습니다.

마지막으로.요즘 cctv가 잘 되어 있으니 반드시 경찰이 찾아옵니다. 착한 홍차넷 여러분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두고간 물건 손대지 마세요. 전과 생깁니다. 그리고 물건 잃어버리시면 무작정 기다리지 마시고 경찰 입회하에 cctv보세요. 저도 그냥 기다렸음 못찾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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