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1/29 12:21:46
Name   ar15Lover
Subject   조던 피터슨과 한국의 보수우파, 박정희.


얼마전에 조던 피터슨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서 '12 rules for life: Antidote to chaos'가 한국에서도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조던 피터슨은 이 책의 국내 판매량이 100,000부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국 독자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원본영상: https://youtu.be/5zqh_6D1noc
한국어 자막 영상: https://youtu.be/LN42MMi_vrA

기회가 된다면 한국 역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군요.

저 역시 작년부터 조던 피터슨의 영상을 주의깊게 봤고, 그의 저서도 번역되기 전에 읽었고, 직접 그의 영상을 한국어로 번역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밌는 것은,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마치 조던 피터슨이 위기에 처한 한국 보수를 구해줄 구원자 처럼 보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미디어워치, 펜앤마이크 등의 인터넷 언론들이요.

미디어워치 http://mediawatch.kr/news/article.html?no=253100

심지어 조던 피터슨이야말로 캐나다판 정규재, 변희재라는 찬양(?)을 늘어놓더군요.

제가 번역한 조던 피터슨 영상에도 박사모 내지는 박정희를 추종하는 듯한 성향의 사람들이 한국에도 조던 피터슨이 필요하다는 댓글을 다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던 피터슨의 한국 독자에 대한 감사 메시지에서, 어느 분이 '조던 피터슨이 박정희 대통령님을 아시나보네요'라는 댓글을 달았고, 누군가가 '박정희의 공과 과와는 별개로 피터슨이 그동안 히틀러나 스탈린 마오쩌둥같은 독재자들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으로 언급한걸로 미뤄보면 박정희를 좋아 할래야 할수가 없겠지.'라고 대댓글을 달면서 논쟁이 발생했는데, 이 논쟁을 보며 한국의 보수우파의 입장이 참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한국의 보수우파가 자유주의를 구호로 내세우면서 일견 자유주의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국가보안법의 유지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그 외에도 사회, 문화적 규제를 옹호하는 모순적 행태를 오래전부터 보여왔지만, 이들이 어째서 이런 모순적 행태를 보이는지에 대해서 궁금하고, 조던 피터슨이 만약 한국에 방문한다면 이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군요.

조던 피터슨은 트랜스젠더의 인칭대명사에 관한 내용을 담은 캐나다의 Bill C-16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하면서 유명세를 얻었고, 그간 강연에서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절대 하지 마라고 여러차례 말한적이 있죠.

허나 한국의 보수우파가 추종하는 박정희는 재임기간 내내 사회전반에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약했고, 인민혁명당 사건과 같은 사법살인을 자행했으며, 간첩조작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했죠. 조던 피터슨과 완전히 정반대되는 행태를 보인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수우파는 박정희와 조던 피터슨 둘을 동시에 긍정하는, 일견 모순되는 행태를 보이죠.

이에 대해 해당 영상의 댓글에서 어떤 분이 대답하셨습니다.

박정희는 비록 독재자였기는 했지만

1.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과 같이 이념에 따른 대량학살을 자행하지 않았으며
2. 어떤 국가적 목표를 만들어놓고 개인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가한 부속품처럼 취급하지는 않았으며
3. 새마을운동이나 국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한 것은 맞지만 그에 동참하지 않으면 국민을 죽이는 전체주의자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으며
4.  국가의 목표도 어떤 이념이나 병리적인 목표가 아니고 단순히 국민의 삶 증진을 위한 국가의 발전, 자유주의 보호라는 지극히 건강한 목표였으며,
5. 북한이라는 절대악이 실질적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역설적으로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에 어느정도 제한(국가의 병영국가화, 국가보안법의 존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등)을 가하는 것은 합리화할 수 있다.

라는 논리로 박정희를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같은 인물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으며, 오히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인물과 비교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위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1. 전체주의에 반드시 대규모학살이 병행될 필요는 없고(조던 피터슨도 포스트모던 좌파들의 사상이 대규모학살을 자행한적이 없지만, 전체주의적이기에 반대한다고 말함. 일본 제국의 경우 인종적 우월주의나 사회주의 이념에 따른 대량학살을 자행한 적 없으나, 일본 제국이 국가, 민족이라는 가치를 내세운 전체주의 국가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2. 박정희는 국가, 민족이라는 가치 하에 개인을 그에 종속된 부속품 취급하였으며(박정희 시절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한 가혹한 구타, 형사처벌. 인민혁명당 사건 같은 사법살인이나, 용공조작 사건, 고문 등)

3. 자신의 병영국가 건설 계획에 동참하지 않는 이들을 가혹하게 탄압하였으며

4. 단순히 국민의 삶 증진을 위한 국가의 발전이 지극히 건강한 목표라면, 전근대국가 러시아를 근대적 산업화 국가이자 초강대국 반열에 올려놓고 독소전쟁을 승리로 이끈 스탈린 역시 정당화 할 수 있으며,

5. 북한이라는 절대악과 맞서기 위해 어느정도의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은 니체가 경고한, 괴물을 상대하다가 스스로가 괴물이 되자는 발상이다.

참고로 조던 피터슨은 사회 현상을 혼돈과 질서의 대결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회가 지나치게 혼돈에 빠져도 파멸하며, 반대로 지나치게
질서를 추구해도 파멸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을 한국에 적용해보자면, 한국의 경우, 북한의 위협이라는 혼돈과 맞서기 위해
지나치게 질서를 추구한 나머지 사회병리적 현상들(가혹한 징병제로 인한 한국남성들의 트라우마와 이로 인한 뒤틀린 보상심리, 병영문화)이 한국 사회 전반에 침투했고, 그게 현재에도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만에 하나 조던 피터슨이 한국에서 강연을 한다면, 조던 피터슨 교수에게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과 국가보안법 등의 이슈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그가 경우에 따라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제한해도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다면 참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가 한국에 온다면 한국의 박사모 내지는 보수우파 진영과는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홍차넷 여러분들은 이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723 일상/생각드디어 배스킨라빈스 3 化神 19/01/03 3867 8
    8719 일상/생각대추와 위스키 15 Iowa 19/01/02 5054 9
    8709 일상/생각부모님 횟집을 돌아보면서 -1 12 활활태워라 18/12/30 4484 9
    8704 일상/생각짧은 세상 구경 6 烏鳳 18/12/30 5326 21
    8699 일상/생각공부 잘하는 이들의 비밀은 뭘까? (下) 4 Iwanna 18/12/28 4647 9
    8697 일상/생각또 다른 사업 이야기(루프 탑) 10 HKboY 18/12/28 4911 1
    8696 일상/생각2018년의 사회진화론 19 구밀복검 18/12/28 5757 31
    8695 일상/생각초보운전자들을 위한 안전운전 팁 23 기쁨평안 18/12/28 4905 31
    8694 일상/생각공부 잘하는 이들의 비밀은 뭘까? (上) 22 Iwanna 18/12/28 5512 8
    8689 일상/생각전여자친구의 현남친의 지인이 된 이야기 1 Xayide 18/12/27 3994 0
    8685 일상/생각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1 Nuwara Eliya 18/12/26 4498 0
    8681 일상/생각통영 여행에서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 7 메존일각 18/12/25 3715 17
    8676 일상/생각(4mb 짤) ebs 다큐 '자본주의' 5부작 요약글 19 벤쟈민 18/12/24 7057 4
    8667 일상/생각한국의 주류 안의 남자가 된다는 것 30 멜로 18/12/21 6198 49
    8654 일상/생각블랙티 참 맛있어요.. 15 이든 18/12/19 3213 0
    8640 일상/생각어떤 일을 이루고자 할 때 닥치는 세 가지 벽 8 유리카 18/12/15 3587 1
    8636 일상/생각건설회사 스케줄러가 하는 일 - 공정율 산정 14 CONTAXS2 18/12/13 8623 15
    8633 일상/생각바람의 나라는 생각보다 에로한 게임이었습니다 5 WildFire 18/12/12 7437 1
    8632 일상/생각오징어 깎는 노인 32 기아트윈스 18/12/12 5269 63
    8627 일상/생각평범한 20대 남성이 생각하는 다른 이유 - 임금격차에 대하여 8 Hall päev 18/12/10 5077 11
    8595 일상/생각엑셀에 미쳤어요 21 Crimson 18/12/03 4632 25
    8590 일상/생각(4mb 짤) 과학박사 상욱이 생각하는 종교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이유 34 벤쟈민 18/12/01 5382 4
    8583 일상/생각감기 2 오지도지 18/11/30 4163 0
    8580 일상/생각아부지와의 대화 - 주제는 재테크 5 벤쟈민 18/11/30 4238 3
    8575 일상/생각조던 피터슨과 한국의 보수우파, 박정희. 46 ar15Lover 18/11/29 7323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