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5/13 16:25:26수정됨
Name   Jace.WoM
Subject   예쁘다 라는 말, 쓸데없는 소모적 감정풀이 좀 그만.
'예쁘다' 라는 말은 폭력적이고 불편할 수 있는가?

최근에 이 토픽에 대해 다루는 기사를 봤는데, 제게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 입니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당연히 그렇다' 입니다.

다만 그 이유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주장하는것처럼 '예쁘다' 라는 말이 특별히 나빠서 그런게 아니고, 애초에 모든 커뮤니케이션 표현이 다 폭력적이고 불편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게, 대화라는게 원래 무례와 기분잡침이라는 리스크를 지고, 정보공유와 교감이라는 열매를 서로 따서 나눠 먹으려는게 본질이고, 아무리 조심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서로 말로서 맘을 나눈다는건 본래부터 굉장히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예쁘다' 대신 '멋지다' '듬직하다' 같은 표현 쓰면 안 위험해질것 같나요? 전혀요. 애초에 외모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둘은 근본적인 차이가 없거든요. 그럼 외모에 대한 평가 대신 '목소리가 좋다' '성격이 쾌활하다' 같은 표현을 쓰면 안전해질까요? 저런 얘기도 누군가에겐 컴플렉스일 수 있는데 그럴리가 없죠.

아예 평가를 내려놓고, 아침 드셨나요? 별 일 없으시죠? 건강하시죠? 같은 흔하디 흔하고 콘텐츠 없는 아이스 브레이커로만 사적인 대화를 채운다면? 그래도 마찬가지에요. 별 일이 있는 사람, 안 건강한 사람에게 저런 인삿말이 기분 좋게 들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애써도 나는 쟤가 아니라서, 쟤는 내가 아니라서 삐걱댈 여지가 남을 수 밖에 없는게 대화의 본질이니까.

그래서 대화에서는 단순한 대화 내용 외적으로 주고 받는 상호 신뢰가 중요한거에요. 저 사람이 나한테 대화중에 살짝 따갑게 박히는 말을 해도, 그게 내가 기분 나쁘라고 하는건 아니겠구나, 하는 듣는 이의 신뢰, 그리고 상대가 그 신뢰를 갖게 만들기 위해 TPO를 맞추고, 눈웃음을 짓고 최대한 편안한 인삿말부터 먼저 건네는 말하는 이의 배려, 이런 요소들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것이 소통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초면에 다짜고짜 사람 아래위로 쓱 흝고 "오~ 예쁘시네요" 라고 말하는 사람의 문제는 상호 신뢰를 주기 위한 대화의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지 '예쁘다'라는 말 자체가 대단한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한 표현이라서가 아니에요. 이런 경험을 몇번 한다고 표현을 저울에 올려놓고 쟤서 소수점 아래 넷째자리 단위에서 리턴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크다는걸 발견했으니 쓰지 말자? 사람 찔러 죽이니까 식칼에 도검소지허가제 적용하자는거랑 똑같은 의미없는 주장입니다.

누가봐도 하면 안 될 수위, TPO에 안 맞는 말을 골라 말로 사람을 패고 다니는 입이 너무 많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이해할 생각이 없는 귀가 너무 많고, 애초에 커뮤니케이션이 뭔지도 모르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너무 많은게 이 무례와 불편의 악순환의 진짜 원인이죠.



대화 좋아하는 사람들, 아니 대화 몇번 해본 사람들이면 모두 다 알아요. 기분 좋은 대화는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만큼 많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걸. 왜 그런줄 아시나요? 그 일면에 수많은 성공적인 상호간의 신뢰와 배려가 오고 가고, 주고 받는 과정에서 그걸 겪고 느끼니까 그런거에요.

표현 하나씩 저울에 달아서 리스크 리턴 무게 달 시간에 신뢰, 배려의 중요성과 그 방법론에 대해서나 더 널리 설파해주기 바랍니다.


* 사회에서 사람 상대할때, 상대가 아무리 띠꺼운 태도를 취해도 두번까지는 반드시 기분 좋게 대꾸하고 받아주는편인데, 살면서 수천명과 대화해본 경험에 입각했을때 개인적인 이유건 원래 성격이 그래서건 첫 마디를 툴툴대며 툭 던져대는 사람도, 그걸 두번까지 웃으며 받아줬는데 세번째까지 막나가는 케이스는 굉장히 드물었어요.

이런 사람들은 배려해야 한다는걸 아예 모르는게 아닙니다. 까먹는거죠. 그게 중요하다고 누가 얘기도 안해주고, 방법도 제대로 못 배웠으니까요. 이 사람들 입에서 예쁘다는 말 못 뱉게 막아봐야 비슷한 다른 표현으로 불쾌의 독가스 뿌리고 다닐겁니다. 근데 꾸준히 배려해야 한다는걸 상기시켜주고, 그것이 중요하다는걸 일깨워주고 가르쳐주면 표현으로 입 안 틀어막아도 처음부터 기분 좋은 대화 상대로 만들 수 있어요. 장담합니다.



34
  • 이 떡밥은 안좋은 떡밥이다.. ㅋ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46 문화/예술드라마 <송곳> 방영 개시하였습니다. 19 J_Square 15/10/26 9283 0
1571 일상/생각두 번째 결혼 기념일에 쓰는 의식의 흐름 8 J_Square 15/11/16 5336 2
1792 일상/생각서울대 A+의 조건 44 J_Square 15/12/16 7463 0
12240 사회왜 근로자가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하는가? 12 J_Square 21/11/04 4898 7
12029 일상/생각d.p.를 보고 떠오른 추억들 9 J_Square 21/08/30 3675 3
9190 댓글잠금 일상/생각예쁘다 라는 말, 쓸데없는 소모적 감정풀이 좀 그만. 55 Jace.WoM 19/05/13 6995 34
9120 영화(스포일러) 가슴과 머리로 보는 엔드게임 9 Jace.WoM 19/04/25 3934 4
9234 게임재판에 휘말리는 체험을 할 수 있는 RPG 게임 7 Jace.WoM 19/05/26 5660 4
9254 음악YDG - 어깨 / 힘든이릉 위한 전문의약품 같은 노래 9 Jace.WoM 19/05/30 4925 2
9340 일상/생각큰 이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13 Jace.WoM 19/06/23 6240 38
9466 게임TFT (롤토체스) 300등 달성 기념 간단한 팁 몇가지 13 Jace.WoM 19/07/22 5293 5
9551 의료/건강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환자 10 Jace.WoM 19/08/15 4856 31
9569 일상/생각Routine과 Situation으로 보는 결혼생활과 이혼 36 Jace.WoM 19/08/22 7065 38
9587 일상/생각삼촌을 증오/멸시/연민/이해/용서 하게 된 이야기 23 Jace.WoM 19/08/26 5607 49
9642 일상/생각새로운 나를 원하는분들과 나누고 싶은 세 걸음 3 Jace.WoM 19/09/09 4851 22
9752 일상/생각축제가 필요해 2 Jace.WoM 19/10/02 4359 13
9725 일상/생각대체 왜 하면 안되는데 이 나쁜놈들아 22 Jace.WoM 19/09/28 5546 15
9836 일상/생각 사람이 죽음을 택하는 진짜 이유 / 미뤄주세요 6 Jace.WoM 19/10/14 4770 21
9874 일상/생각착한 여사친 이야기 9 Jace.WoM 19/10/23 5558 32
9902 게임[LOL] 소드 논쟁으로 보는 '롤 실력' 이야기. 19 Jace.WoM 19/10/27 12538 9
10042 일상/생각빼빼로 배달부 24 Jace.WoM 19/12/01 5235 10
10080 육아/가정만점 부모가 아니여도 괜찮아 5 Jace.WoM 19/12/14 6175 26
10198 기타[스토브리그] 강두기가 약물 선수일거 같습니다 + (임동규 컴백설) 14 Jace.WoM 20/01/19 6689 0
10207 게임그리핀 전력분석가로 일하게 됐습니다. 30 Jaceyoung 20/01/21 7346 60
11581 일상/생각1년간 펜을 놓은 이유, 지금 펜을 다시 잡은 이유. 9 Jaceyoung 21/04/14 3733 2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