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6/13 17:53:52
Name   호타루
Subject   다이어트 너란 놈 진짜...
저는 꽤나 살이 찐 편입니다. 체지방만 30kg. 짤없는 과체중이죠. 곧 있으면 헬스 두 달 채우는데 애초에 이걸로 벌충이 될 리도 없고...

일단 저는 움직이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꽝이다 보니 축구할 때는 늘 맨 마지막에 뽑히는 신세였고, 학창 시절부터 체육과 미술은 늘 제 평균을 깎아먹는 존재였죠. 이러니 제가 체육에 정을 붙일래야 붙일 수가 없었죠. 죽어라 뛰어도 남들 반도 못 따라가는데 시간 아깝게 그걸 왜 붙잡습니까.

그런 주제에 식탐은 오지게 세서 어렸을 때부터 과식하는 게 일이었으니 뭐 살이 안 찌고 배깁니까... 스무 살 때는 마르긴 했는데 아마 그 때가 한창 자랄 때라 그랬는지도 모르죠.

본격적으로 돌아다니는 고깃덩어리 누더기골렘 어보미네이션이 된 건 포항에서 대학원 공부할 때인데 제가 학교를 꽤나 외롭게 다녔습니다. 지금이야 웃고 넘기지만 당시에는 대학 친구들과 크게 싸운 직후에 입학한 거라 사실상 혼자 다녀야 했고 개인적으로도 정신 못 차리고 놀고 있었을 때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10kg이 쪘습니다. 그때는 진짜 삶의 낙은 오로지 먹는 거 외에는 없었습니다. 먹으면서 야구든 뭐든 스포츠를 보는 거...

그 때 찐 걸 지금까지 빼지 못하고 있는데 별 짓 다 해 봤어요. 그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저녁을 거르는 거였...습니다만 이게 부작용도 있고 약발이 다하면 답이 없더군요.

안 먹어서 빠지는 건 근육이 빠지고 그럴 때 회식이든 뭐든 하여간 먹게 되면 지방이 찐다고 하는데, 이 말이 맞다는 전제 하에 결과적으로 체중이 원래대로 롤백되더라도 그 내용적인 면에서는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거죠. 같은 체중이더라도 지방의 비율이 늘었을 테니까요. 기껏 그런 식으로 뺀다 한들 마른비만일 테고...

이렇게 잡아먹을 근육 다 잡아먹으면 그때는 다시 예전처럼 식사를 걸러도 예전만큼 안 빠지는 거죠. 근육이 빠지는 양과 지방이 빠지는 양은 엄연히 다르니까. 저도 이 시점이 되고 나어야 운동을 끊은 거고 나중에서야 이런 포인트를 알게 된 거죠... 물론 전제가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요.

아무튼 다이어트 시작한답시고 첫 달은 저녁을 챙겨먹었는데 너무 잘 먹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근육도 어느 정도 올라가긴 했지만 지방이 크게 올라버렸죠. 그래서 아 이게 아닌가 하고 다시 저녁을 걸렀더니 이번에는 체중이 빠지긴 빠졌는데 근육과 지방이 같이 빠지더군요. 그러니까 운동 시작 전과 비교하면 체중은 엇비슷한데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난 겁니다. 그래서 아침 저녁을 조금씩, 계란 한두 개 정도 해서 먹으라고 처방을 받고 지금 막 노력 중입니다.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아까 말씀드린 포인트도 맞는 것 같아요.

솔직히 운동... 즐겁지 않아요. 힘들 때마다 이렇게 세 단계로 끝납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나? 먹은 게 죄구나. 먹은 게 죄라니 거 참 너무하네. 항상 이런 식이에요. 솔직히 요즘은 뭐 안 먹는 건 아니지만 먹을 때 이거 먹어도 되나 안될것같은데 등 먹는 거에 대한 공포가 먼저 앞섭니다. 음식을 보는 순간 살이 빠지지 않고 피둥피둥해져 있을 제 모습이 떠오르고, 저녁의 회식은 재앙입니다. 그야말로 먹는 게 죄가 되어버린... 정확히 말하면 살찌는 음식 한정이지만(회사밥 먹는다고 죄책감이 들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뭐 마음놓고 먹을 수도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고통스럽죠. 어쩌다가 먹게 되면 먹은 후 후회하니 고통이 두 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다이어트의 진정한 고통은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괜히 다이어트 실패하면 거식증 폭식증이 오는 게 아니죠.

솔까 살찐 게 뭐 어때서 하고 살 수 있어요. 외모로 사람 판단하는 게 잘못된 거다 하고 살 수 있거든요. 근데 아시다시피 현실은 안 그래서, 그래서 자기관리를 하는 거거든요. 살쪄도 상관없다면 벌써 남돌의 1/3은 통통한 사람들이었겠죠... 그래서 괴롭다 괴롭다 하며 운동하는 거고... 연애에 생각이 있건 없건 결혼에 생각이 있건 없건 너 살쪘다, 돼지 소리 들으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욕이 두 배로 나오는 건 함정.

더 이야기하기에는 입맛이 너무 쓰니 여기서 줄이며 오늘도 고통받을 영혼들에게 화이팅을...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63 일상/생각운동권의 정반합(正反合) 3 Wilson 19/06/29 4973 10
    9360 일상/생각페미니스트로서 트렌스젠더 이해하기? 18 와하하하 19/06/28 5390 4
    9352 일상/생각20년전 운동권의 추억 31 제로스 19/06/27 4982 17
    9343 일상/생각매일매일 타인의 공포 - 안면인식장애 25 리오니크 19/06/25 4649 20
    9342 일상/생각시대가 많이 흘렀다고 느끼는 때가 언제신가요? 20 왼쪽을빌려줘 19/06/24 5141 0
    9340 일상/생각큰 이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13 Jace.WoM 19/06/23 6238 38
    9334 일상/생각그래도, 싸우러 갑니다. 4 The xian 19/06/21 3991 12
    9332 일상/생각여러분이 생각하는 '상식'은 무엇인가요? 25 Merrlen 19/06/21 5593 1
    9325 일상/생각전격 비자발급 대작전Z 20 기아트윈스 19/06/19 5593 47
    9311 일상/생각다이어트 너란 놈 진짜... 4 호타루 19/06/13 4308 2
    9305 일상/생각엄마 전화 7 꿈꾸는늑대 19/06/12 5206 35
    9286 일상/생각릴레이 어택으로부터 당신의 자동차를 지키시려면 4 바나나코우 19/06/07 4279 3
    9277 일상/생각회사 다니며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 11 소원의항구 19/06/04 4997 17
    9271 일상/생각결혼식의 추억 18 메존일각 19/06/02 4702 22
    9270 일상/생각신점 보고 온 이야기 15 19/06/02 7402 14
    9268 일상/생각이방인 노숙자 7 멍청똑똑이 19/06/02 5229 31
    9267 일상/생각생각을 명징하게 직조하기 10 기아트윈스 19/06/01 5997 40
    9259 일상/생각챗바퀴 도는 일상... 4 트레이더킹 19/05/31 3928 6
    9251 일상/생각알콜 혐오 부모님 밑에서 과다 음주자로 사는 이야기 9 Xayide 19/05/29 4368 20
    9249 일상/생각게임 중독에 대한 5년간의 추적연구 34 멍청똑똑이 19/05/29 5720 5
    9244 일상/생각전기기사 공부 가이드 15 파이어 아벤트 19/05/29 5511 16
    9232 일상/생각영업사원의 삶이란? 24 배워보자 19/05/26 6157 30
    9231 일상/생각게임 토론 이후 게임계 유튜버들의 영상 보고 느낀 점들 2 파이어 아벤트 19/05/25 5039 6
    9226 일상/생각그 때가 좋았다 1 호타루 19/05/24 4296 4
    9224 일상/생각당뇨치료용 양말 이름을 ANDIBES로 정했습니다. 11 집에가고파요 19/05/23 4566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