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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9/29 22:21:34
Name   Fate(Profit)
Subject   검찰 개혁은 무조건적 선인가

현재 조국을 둘러싼 대중들의 의견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1.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을 뿐, 조국에게 도덕적 하자가 없다고 보는 유형
2. 조국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것은 맞지만,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가 조국 개인의 흠결보다 더 중요하다는 유형
3. 조국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으며,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이 그걸 덮을 수 없다는 유형.

여기에서 1과 3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정보들로 법원 판결 이전 자신의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결정적인 분기점이 생기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추가증거가 나오더라도 크게 변심하거나 이탈할 것 같진 않다고 봅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2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들로 보아 조국 관련 의혹들이 조국과 완전히 무관하기란 힘들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그럼에도 검찰 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지요.

그렇다면 저는 이 검찰 개혁이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왜 지금인가"(사안의 적시성)와 "어떻게 할 것인가"(방법의 효과성)이라는 두 가지 물음을 통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1) 검찰 개혁을 왜 지금 해야만 하는가.

검찰이라는 조직이 그동안 기소권을 독점하며 권력의 충실한 시녀로 기능해왔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따라서 검찰을 개혁해야만 한다는 목소리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강력한 명분을 갖고 진행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절차적 정당성, 즉 선출된 권력의 정당한 법무부장관 임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검찰이 쥐고 있던 권력을 축소한다고 그것이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공백은 없고, 필연적으로 그 권력은 공수처나 경찰 등 어느 쪽으로든 흐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곧 검찰 권력의 축소뿐만 아니라 공수처 설치나 경찰의 수사권 소유 등 기존 권력구조의 재편성을 의미하고, 적게는 야당부터 멀게는 경찰 수사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까지 많은 집단들을 설득하는 과정의 정당성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검찰이 기소권을 쥔 채 결정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위를 할 때 검찰개혁을 추진한다면, 국민은 검찰에게 등을 돌리고, 검찰의 개혁 반대 목소리는 그대로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개혁을 방해하는 구태로 간주될 것입니다. 검찰 개혁의 정당성과 동력에는 그런 국민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그렇게까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접대사건 수사 무마에서 검찰이 정권영합적 행태를 보인 것만으로 국민들이 검찰의 기소독점 행위가 문제가 있다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즉, 김학의 사건이 검찰 출신을 비호하며 생긴 문제는 맞지만, 이는 검찰이 정권으로부터 독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지, 기소독점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검찰이 기소독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의 특수강간 혐의 기소 의견을 뭉갰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정권에 대한 독립성이 확보되었다면 기소권을 활용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학의 같은 경우 6일 만에 사퇴했고, 이후 큰 게이트의 일부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개혁을 촉구할 만한 반향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검찰개혁의 반대의 얼굴마담인 검찰총장이 과거 정권영합적 행태에 반기를 들었던 전력이 있는 윤석열이기 때문에 검찰개혁의 명분이 퇴색되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또한 여론 역시 현 윤석열 검찰과 조국 법무부의 대치구도에서 윤석열 쪽에 있습니다. 예컨대 MBC 여론조사 결과 등을 봤을 때 윤석열 검찰의 현재 수사가 원칙에 따른 공정한 조사라는 의견(66.3%)이 부적절한 정치 개입이라는 의견(30%)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조국의 개인적 흠결이 검찰에게 오히려 유리한 명분을 주는 셈이지요.

참고 : http://imnews.imbc.com/news/2019/politic/article/5497684_24691.html
이외에도 타 조사기관별 여론조사는 https://namu.wiki/w/%EC%A1%B0%EA%B5%AD(%EC%9D%B8%EB%AC%BC)/%EC%97%AC%EB%A1%A0%EC%A1%B0%EC%82%AC 참고 

현 정권이 검찰개혁이라는 아젠다 자체를 들고 나온 것은 개인적으로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배경에 깔려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전 참여정부와 검찰간의 지속적인 마찰도 그렇고, 강금원 뇌물 관련 수사에서 한나라당과 언론과 검찰이 합세하여 무리한 수사 끝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이 검찰개혁의 목소리에 강한 힘을 실을 수 있는 타이밍인가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특히 검찰과 언론을 통하여 속속들이 발표되는 증거들이 조국 일가를 좁혀오는 상황에서요.


2)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이 검찰개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두 번째는 과연 검찰개혁의 방향이 어떤가입니다. 공수처를 먼저 보면, 정권은 공수처를 설치하여 검찰과 견제와 균형을 이루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보이는 반면, 검찰이 공수처를 견제할 수단은 보이지 않습니다. 공수처는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이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검찰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일방적인 상황에서 공수처는 검찰의 상위기관이나 대통령이 인적 구성을 마음대로 하는 더 예리한 칼처럼 보입니다.

유일하게 공수처가 검찰과 서로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는 방향은 서로가 수사하는 표적을 다르게 하는 방법 뿐입니다. 공수처를 야당의 칼로 내주고, 검찰을 정권의 칼로 남길 때 둘은 서로를 향한 난도질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왼손에 든 칼로 오른손을 내리치는 권력은 없고, 패스트트랙으로 넘어간 백혜련 의원과 권은희 의원의 두 개의 공수처안은 이름만 비슷할 뿐 국회 동의 필수나 후보자 추천과 같은 디테일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참고 : http://mn.kbs.co.kr/news/view.do?ncd=4162012





두번째가 검경 수사권 조정인데, 이 역시 무조건적 선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경찰과 지역 권력과의 유착은 신안 염전노예 사건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조명되어 왔고, 버닝썬 게이트는 중앙 경찰도 권력유착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과연 경찰이 수사권을 가진다는 것이 장기적으로 개선일지 개악일지는 따져 봐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저도 법무부의 요직을 검찰 출신들이 독점하는 것이나, VIP의 의중에 맞추는 무리한 표적수사는 검찰이 해결해 나가야 할 장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 검찰 개혁의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별론으로 '왜 조국인가', '왜 지금 시점인가'는 다양한 추론이 가능합니다.

저는 초반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보았지만, 논란에도 임명을 강행한 데는 몇 가지 추가적인 가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 조국 실세설, 2) 조기 레임덕 우려설, 3)대마불사설... 등 다양한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굳이 전임 박상기 때 안하고 왜 지금인가, 는 4) 조국 후계자설이 유력하다고 봅니다.

차기 야권 대권후보가 줄줄이 무너지는 와중에 조국을 민정수석-법무부장관 테크트리로 보내고, 법무부장관 재임 시기에 검찰개혁이라는 업적을 추가하면서 그를 차세대 대권후보로 밀려고 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 사건의 승패가 공수처안이나 검경 수사권조정의 적절성보다는 조국 개인의 도덕적/법적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씁쓸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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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만두를 국회로.
  • 이런게 홍차넷이다!
  • 이런 글이 필요 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 시국에 필요한 정리라 생각됩니다.
  • 좋은 글은 춫언.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는 글이면 더더욱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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