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11/22 18:30:16
Name   The xian
Subject   그리핀 사태에 대한 개인적인 잡설입니다. (2)
아침부터 밤까지. 무슨 기사로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중간에 말을 보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잠깐 갈무리하면서 또 여러 가지 잡설들을 늘어놓아 봅니다.


- 어제의 글은 소드-래더-타잔-변형섭 코치의 인터뷰 기사까지만 보고 썼는데 그 날 저녁에 있었던 김대호 감독의 개인방송을 보고 저도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타잔의 말바꾸기와, 래더와 소드의 헛소리 등에 대해 어이없었다는 이야기지요.

그 인터뷰에 대한 감상은 이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4 Griffins Can't Win.]

특히 타잔에게 굉장히 많이 실망했습니다. 카톡 공개 한 방에 뒤집어질 만한 이야기를 언론에 풀어놓는 것은 쓰로잉도 이만한 쓰로잉이 없지요. 망한 라인 봐주다가 자기도 같이 망하는 꼴을 현실에서도 보다니 참......


-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김대호 감독과 대립각을 세운 선수들이 이미 선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행동만 놓고 봐도 동료(?)인 소드가 욕먹고 있는 것의 부당함을 감싸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선지 오래고, 자기를 가르쳐 주고 친밀하게 진심을 쏟았던 사람을 모함했기 때문이지요.

김대호 감독이 느낀 배신감이야 김대호 감독에게 지금이라도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면 개인적으로 풀어줄지 모르겠지만, 그 발언들이 공적으로 김대호 감독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리게 만든 원인이 된 이상 선수들도 그에 맞는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라는 것의 무게가 고작 게임만 잘 해서 성립되는 게 아님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돌이켜 보면 어설프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아래 사실상 그리핀과 스틸에잇의 손을 들어준, 라이엇의 부당하고 편향된 징계는 그리핀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에 해결은 커녕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고, 전문 e스포츠 언론들은 e스포츠의 이슈들을 발빠르게 풀어주기는 커녕 라이엇과 KeSPA의 편향된 입장을 대변하는 어용 소식통으로 전락했습니다.

반면, 소수의 인상깊은 기사는 있었을지 모르나 그 동안 e스포츠 팬들에게 다른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존재감은 없었던 국민일보가 e스포츠 정론지라는 칭송을 듣고 있는 형국입니다. 참담한 일이지요.


- 이런 일련의 사태는 예전 e스포츠의 사건사고 때와 그 본질이 참으로 유사합니다. 제가 괜히 이전의 글에서 [과거에 KeSPA와, KeSPA와 한통속이 되었던 e스포츠 언론들이 했던 전횡이 떠오르고 지금도 기사를 내는 것을 보면 예전 e스포츠 언론이 하던 짓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와 스타크래프트 저작권 분쟁을 언급한 것이 아닙니다.

이번의 한심한 징계와 선수들을 고기방패로 내건 행동들을 보면 그 때와 본질이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면면만 봐도 행동하는 주체의 겉포장만 바뀌었다 뿐이지 그 때 그 사람들이나 그 때 그 사람들의 후예가 아직도 존재하고, 그들이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민일보 같은 데에서만 이번 사태를 그 가치에 맞게 다루고 반대로 왜 기존 e스포츠 언론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기사가 안 나오는지는 상식적으로 충분히 추론하고도 남습니다.

기존 e스포츠 언론들이 이번 사태에 침묵하거나 심지어 라이엇 및 KeSPA 편에 서서 편향된 기사를 쓰는 것은 라이엇 및 KeSPA, 구단 관계자들과 언론, 기자 간에 서로 공생해 온 운명 공동체 관계 혹은 그에 준하는 사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 동안 좋게 보여야 할 부분들은 적절히 미화시켜 가면서 우리가 눈에 보이는 e스포츠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거나, 반대로 뭔가 문제가 있을 만한 부분은 적당히 덮어 두기도 했을지도 모르지요.

물론 이것 자체는, 제가 보기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 근거한 공생관계라고 봅니다.


- 아무리 페이커가 돈을 많이 받는다 뭐다 하면서 이슈가 된다 한들, e스포츠는 다른 메이저 스포츠에 비해서는 그 자체로 그렇게 경제규모가 큰 판은 아닙니다. 그리고 반농담으로 PC방 유스 어쩌구 하지만 선수풀이나 인력, 인재풀은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e스포츠 선수였던 사람들이 코치 하고 해설자 하고 기자도 하고, 구단 관계자였던 사람이 협회나 게임단 관계자도 될 정도로 그 때 그 사람들이 그 판에 남는 법이지요.

이렇게 돌고 도는 인력풀의 가장 극단적인 예시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한때 프로게이머였고, 한때 초창기 e스포츠 언론 파이터포럼의 기자였고, 그리고 결국 스타크래프트 2 승부조작 사건의 브로커로 영구제명당한 성준모씨이겠고, 아. 그러고 보니 저작권 분쟁 시절에 [스타1 애들 3개월만 시키면 명함이나 내밀 수 있느냐. 통일(?)되면 변절자 색출작업부터 하겠다]라고 했던 자도 이번 사태에 관여되어 있다는 풍문이 떠돌더군요.

뭐 지금은 승부조작이나 저작권 분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그것으로 각설하고, 어쨌든, 그렇게 좁은 판에서,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나 언론은, e스포츠를 다루는 것만으로는 돈이 될 리 만무합니다.


- 기자와 언론도 기삿거리를 생산하고, 그것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주체입니다. 기삿거리를 비롯한 언론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하고, 기사의 리소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뻔합니다.

방송, 연예쪽이라면야 SM JYP YG(응?)같이 큰 기획사들 몇개라도 있어서 돌아가며 어쩌구저쩌구할지 몰라도 e스포츠는 KeSPA, 메이저는 LOL 게임단밖에 없지요. 그러니 유의미한 기사를 쓰려면 더더욱 게임단이나 협회와의 공생관계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겠지요. 뭐 그리고, 사실 다른 스포츠에서도 언론과 구단 혹은 협회와의 유착이나 공생은 어느 정도 있는 법이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비하인드 스토리로 밝혀질 만한 문제 이슈들이 미화되거나 덮이는 경우도 있는 법입니다.

물론, 그들이 승부조작 같은 극단적인 잘못을 덮는 바보짓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저는 언론과 게임단 또는 협회 사이의 유착 혹은 공생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이번 건처럼 불공정 계약 같은 위법성이 높은 이슈를 외면하고 거기에 대한 비판을 틀어막거나 오히려 편향된 행동을 해서 한쪽의 말만 듣고 특정한 인물만을 공격하는 것은, 진실에 눈을 감는 일이고 언론의 본령을 위반하는 것이니까요.


-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저는 최소한 질레트 때부터라도 스타리그 보신 분들이 이제 와서 '기존 e스포츠 언론이 뭐 하고 있느냐'고 말씀하시는 것은 솔직히 좀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너무 순진한 바람을 나타내시는 것이거나, 아니면 기성 e스포츠 언론들이 KeSPA 및 그와 비슷한 부류와 모종의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을 막연하게라도 아시는 분들이 [다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것처럼 승부조작 때처럼 명확한 위법사실이 나타나 손절해도 되기 전까지는, 기존 e스포츠 언론은 라이엇과 KeSPA가 저지른 이번의 불공정 계약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공공재라고 부르던 KeSPA의 저작권을 깔아뭉개는 목소리에 동조하던 때처럼,
그리고 스타1에서 스타2로 전향한 이윤열 선수를 상금 사냥꾼으로 매도하던 때처럼.


- 제가 이전 글에서 [대한민국 e스포츠 말아먹고 싶으시면 라이엇과 KeSPA와 e스포츠 언론들은 지금처럼만 하면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는 짓을 보면, 진짜 지금처럼 하려는. 아니, 지금보다 더 막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입니까.


- 김대호 감독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다시 심사하고, 불공정 계약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 그리핀을 LCK에서 퇴출시키고 조규남씨 등등을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는 저나 다른 e스포츠 팬들의 주장이 그 분들의 눈에는 매우 같잖아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과거에는 몰라도 이제는 그 분들하고 얽힐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에 그 분들이 제 생각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시든지 말든지 잘 모르겠고, 제가 알 바도 아닙니다. 지금은 e스포츠하고 한 발조차도 안 걸쳐놓은 일개 직장인이니 제 말이 들어먹히리라는 기대도 안 합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라이엇과 KeSPA는 그리핀 정도를 도려내고 수습할 수 있었던 문제를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도 수습이 안 되는 문제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기존에 e스포츠를 다룬 언론과 기자님들은 그 동안의 온정과 열정을 빌미로 편향된 태도를 취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이 문제는 기성 언론과 현직 국회의원까지 개입된 상태입니다. 커지려면 더 커질 수 있지요.

카나비 선수 건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e스포츠의 전근대적인 처우, 불공정 계약서, 회유와 협박과 기망행위 등등의 잘못된 관행과 문제들을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그리고 이 문제가 계속 더 크게 불거지면 리그 하나 유명무실하게 되거나 망가지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각심을 가지기는 커녕, LOL e스포츠 판의 마재윤 원종서가 되시겠다면 뭐 알아서 하시고요.


- The xian -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12 6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14 + 홍당무 24/04/20 443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1 kaestro 24/04/20 345 5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53 0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4 kogang2001 24/04/19 270 7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264 9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 kaestro 24/04/19 45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59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145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36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53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67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92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77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92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488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62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34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07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33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61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601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6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6 8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423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