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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2/27 13:49:17
Name   Groot
Link #1   https://www.facebook.com/innamsik/posts/2917916664919793
Subject   [펌글] 좋은게 좋은거라는 분위기가 세상을 망쳐왔다
가끔 우리 또래 동료들과 대화하다보면 푸념섞인 이야기를 듣곤 한다. 대개 조직의 임원이나 간부들이다.

"요새 젊은 직원들...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당돌하다고나 할까?"

"무슨 일인데?"

"뭘 하나 지시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는건 물론이고, 때론 말도 안되는 톡백을 하기도 해"

"톡 백 (말대답) 이라니?"

"긴급한 기안 지시나, 야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든가 생기면 왜 상급자가 규모있게 시간을 다스리지 못해 실무 직원들이 쓸 데 없이 고생하게 하느냐는 투야. 우리 때는 상상도 못했는데... 의리도 없어. 사회 생활 그렇게 하는 것 아닌데...."

하면서 들려준 몇가지 사례에 처음에는 나도 함께 흥분했다. 아무리 그래도 직장에서 불가항력적인 주말근무나 야근은 당연한건데 그걸 불편하게 여기고 왜 정확히 디렉션을 주지 않았느냐고 항변하는건 너무 버릇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희한하게도 우리 결론은 예상과 다르게 맺어졌다. 대화하다보니 '아니다. 이건 후배들 문제가 아니라 선배들 즉 우리들 문제다'에 이르렀던 것이다. 의외였다.

젊은 친구들, 특히 90년대 이후 출생한 직원들의 논리는 간명하다.

좋은게 좋은거라는 분위기가 세상을 망쳐왔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직장의 문화가 얼마나 왜곡되었는가에 관한 문제제기다. 90년대생은 어릴 적부터 작은 모순과 부조리에도 기 죽지 말고 문제제기 할 것을 배워왔다. 그게 옳은 일이었다. 아무리 별것 아닌것처럼 보여도 작은 부당함이나 규정울 어긋난 지시에는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배워왔던 것이다. 선배 세대에게는 의리있게 함께 야근하는게 지혜였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이를 항변하여 고치는 것이 정의였던 것이다.

한 친구가 항변했단다. 자기도 직장생활 편하게 하고 싶다고. 간부들 지시, 대강 받아서 순종하면 자기 맘도 편하고 아무도 거리끼지 않는것 잘 안다고. 이렇게 까칠하게 굴면 자기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잘 안다고. 그러나 할 말은 하겠노라는 이유가 있으니 그 작은 타협이 결국 전체 사회의 직장 문화를 불행하게 만든 것 아니냐고.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규정과 제도에 의해 정확히 따져가며 근무하는 것이 옳으니 자신은 옳다고 믿는바대로 직장생활하겠다는 항변이었던거다. 이 말을 듣는 우리 또래들은 사실 할 말이 없다.

상사의 지시나 권위에 죽는 시늉이라도 하고, 또 그래야만 회사가 돌아가는 것이라 믿고 직장생활해 온 선배 입장에서는 복장터질 노릇이겠지. 하지만 어쩌랴! 어쩌면 그런 문화가 현재의 부조리를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을 우리 스스로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허탈함과 함께 '바뀌이여 할 것은 결국 우리'라며 허탈한 웃음과 함께 소주잔을 부딪혔다.

===

십수년전만해도 외시나 행시 합격자 교육할 때 가끔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공무원의 servantship이었다. 국가의 동량이자 인재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소위 civil servant로서의 마음가짐임을 이야기하곤 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요즈음 교육생들의 감도는 확연히 다르다.

한번은 재외국민 영사조력을 위해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험한 일도 감당해야 하고, 때론 오해도 받고 질시도 받지만 어쩌면 그게 우리의 숙명일지도 모른다고 신입직원들과 사석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게 civil servant, foreign service officer들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그러면서 이라크 전당시 중동에서 있었던 몇가지 '위험했지만 감동적이고 헌신적인 재외국민 구출'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

수년전만해도 이 이야기를 영사 담당 신규 직원들에게 들려주었을 때, 다들 결연한 눈초리로 감동하며 듣곤 했다. 그런데 요새는 다르다.

"교수님. 저희도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고, 또 그것이 국민에 대해 어떤 태도와 자세로 일하라는 것인지 공감합니다. 실제로 그럴 자세도 되어있고, 그렇게 살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헌신과 봉사도 규정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국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험지역에 들어간 재외국민에 대해서 국가의 영사조력 범위가 정해져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온다'는 데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고 신성한 의무이지만, 국민의 자기 책임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국가는 차가워야 하고 준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가의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면 때론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이상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일테니까요."

나는 들으면서 마땅히 이 말을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면, 이들의 말에 틀린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 안전 시스템을 극대화하고 늘 업데이트하되 동시에 때론 차갑게 규정을 가지고 움직이기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

요즘 부쩍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걱정한다. 내 아버지 세대는 내 세대를 질타하고, 내 세대는 다음 세대를 염려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음을 '불편하지만' 하나하나 깨달아가고 있다. 때론 꺼칠꺼칠해서 마음에 안들때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이 세상은 젊은 세대들이 더 잘 이해하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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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된 글인데, 참으로 와 닿습니다.

정시퇴근 하는게 일상인 자
회사내에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 하라,
그러한 것들이 없다면 우린 퇴근시간 이후의 노동은 절대 하지 않을것이다.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되도록이면 하지 않을것이다.
저녁에 보장된 개인의 삶을 원한다.

vs

남아서 좀 더 하는게 일상인 자
회사생활하면서 조직을 위해, 회사의 발전을위해 개인의 희생을 불가피 하다.
젊을때 이렇게 일해야 보람되고 개인역량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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