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1/21 16:29:46
Name   loremipsum
Subject   좋아하는 사람이 연인이 있대요
일기장에 가까운 글이니 자유로운 비평과 감상, 질문 환영합니다.

물론 기본조사도 안한 제가 바보지만...
재작년 가을에 일적으로 우연히 뵀다가 첫 눈에 반했지만 사정상 말을 걸지는 못했고...혹시 몰라 sns도 찾아봤는데 검색도 안 되고 도의적으로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그렇게 잊혀지나 싶었는데 몇 달전에 sns에 그 분이 추천 친구로 떴습니다. 혹시 몰라 친추했는데 생각보다 반갑게 답장이 오더니 일 얘기도 할겸 식사도 하게 됐어요. 왠 쾌재냐 싶어 열심히 팩도 하고 머리도 다듬고 처음 보는데 생각보다 쾌활하신 분이라 대화도 잘 맞았고 일적으로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어차피 인생 다 자기만족이긴 한데, 그래도 이왕 사는 거 젊을 때 조금 고생하고 가치있게, 또 즐길 건 즐기며...'새삼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캐치업 후 두 번째 보기로 한 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행 얘기가 나왔는데 스치듯 자기 남친도 스키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그래도 여기(외국입니다)가 한국보다 스키 타기 좋던데 누릴 건 누려야죠"라고 넘겼는데 아...무슨 말을 할 지 몰라 커피를 벌컥 마시고 가게를 나오니 살며시 내리던 진눈깨비가 어느새 차가운 빗줄기로 변해있었네요.
원래는 바로 운동 갔다 샐러드 먹고 공부하기로 했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어 일단 편의점 양주를 사들고 한참을 헤맸어요. 난방이 안 드는 휑한 자취방에 가면 미칠 거 같아서 차마 집에는 못 가겠더라고요. 그렇게 친한 후배 집에서 신세를 지고 겨우 월요일에 출근한 게 어제 얘기네요...
현실만 놓고 보면 20대 후반에 성격 털털하고 배려심 있고 자기관리도 잘하는 분이 남친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면 이상하겠죠. 타이밍이 어긋났거나 그마저도 아니면 그냥 이건 '아닌' 건데, 차라리 저한테 모든 원인이 있어서 더 열심히 자기관리도 하고 일하면 기회가 주어질까,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애초에 모든 불행도 행복도 내 몫이라 생각하는 편인데, 오랜 시간 고독하게 타지에서 지내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싶어 잘해보려다 이렇게 되니 새삼 공허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 분이 솔로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솔직히 몇 년은 기다릴 순 있는데, 저도 모르게 그분에게 혹시 모를 부담을 주는 짓은 못하겠더라고요, 남친이랑 오래 됐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봤자 이 또한 지나간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회사에서 치이고 막차 끊긴 후 겨우 퇴근하면 집엔 아무도 없고, 폰을 보면 가족 단톡방은 욕설이 오가고 예전 친구들과는 점점 시들어지는 거 같아 제가 마음 둘 곳이 없네요ㅎㅎ바꿔 말하면, 부모님이나 친구를 두고 먼저 갈 수는 없으니 저한테 살아야 할 이유는 있어도, 굳이 제가 살고 싶은 이유는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의무감에 연명하다간 언젠간 마모될까봐 두렵기도 하고, 당분간은 새로운 환경에서 고생해야 할 텐데 뭘 바라보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하네요. 저 너무 바보 같죠?



0
    이 게시판에 등록된 loremipsum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468 6
    14564 사회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12 카르스 24/03/26 942 6
    14563 음악[팝송] 맥스 새 앨범 "LOVE IN STEREO" 2 김치찌개 24/03/26 142 1
    14560 일상/생각2년차 사원입니다 9 공대왜간공대 24/03/25 936 10
    14559 음악[팝송] 피더 엘리아스 새 앨범 "Youth & Family" 김치찌개 24/03/24 102 0
    14558 오프모임이승탈출 넘버원 3회차 12 치킨마요 24/03/24 620 0
    14557 일상/생각인지행동치료와 느린 자살 7 골든햄스 24/03/24 949 8
    14556 요리/음식까눌레 만드는 이야기 10 나루 24/03/23 451 5
    14555 오프모임[아주급한벙]신촌 홍곱창or정통집 오늘 19:00 34 24/03/23 911 2
    14554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674 26
    14553 정치지금 판세가 어떨까요 를 가늠할수 있는 지표 32 매뉴물있뉴 24/03/22 1879 0
    14552 음악[팝송] 저스틴 팀버레이크 새 앨범 "Everything I Thought It Was" 김치찌개 24/03/22 145 1
    14551 스포츠태국 전 관람 후 집빈남 24/03/21 474 0
    14550 일상/생각와이프랑 덕담 중입니다. 3 큐리스 24/03/21 665 4
    14549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2 손금불산입 24/03/21 472 4
    14548 음악[팝송] 리암 갤러거,존 스콰이어 새 앨범 "Liam Gallagher & John Squire" 6 김치찌개 24/03/20 185 1
    14547 꿀팁/강좌그거 조금 해주는거 어렵나? 8 바이엘(바이엘) 24/03/20 1100 13
    14546 스포츠[MLB] 블레이크 스넬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M 계약 김치찌개 24/03/20 192 0
    14544 의료/건강불면증 개선에 도움되는 멜라토닌 효능 11 후랑키 24/03/19 810 1
    14542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9. 나가며 2 meson 24/03/17 223 3
    14541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8. 태산봉선(泰山封禪) meson 24/03/16 211 1
    14540 음악[팝송] 아리아나 그란데 새 앨범 "eternal sunshine" 2 김치찌개 24/03/16 237 1
    14539 일상/생각22살. 정신병 수급자 고졸. 9 경주촌박이 24/03/15 1168 1
    14538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7. 선택과 집중 1 meson 24/03/15 182 3
    14537 일상/생각건망증,그리고 와이프 1 큐리스 24/03/15 561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