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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21 23:18:26수정됨
Name   코리몬테아스
File #1   우주의미래.PNG (2.96 MB), Download : 10
Subject   스텔라리스. 존귀탱 엔터, 혼돈은 사다리다.


혼돈은 사다리다.


티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글을 읽고, 세이브된 스텔라리스를 켰는데 띠용 ㅋㅋ 게임 속 제국에도 시의적절하게 재밌는 일이 일어났어요. 

 

제가 플레이하는 제국의 이름은 존귀탱 엔터. 광적으로 외계인들을 좋아하는 종교적인 달팽이 지성체들의 거대기업이에요. 수도성 미끌미끌과 11개의 식민지를 가지고 있고, 우주 반대편의 노예 제국에도 지사를 펼 정도로 왕성하게 무역활동을 하고 있어요. 7개의 지사를 세웠고, 얼마전 은하공동체에서 결의한 은하시장 스테이션의 입찰권을 따내고 승승장구 중. 최근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이웃한 듀르빅 성계의 크리크키키-티 행성의 지성체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우주진출을 도와줬어요. 외계종 선호 제국은 원래 원시문명을 돕는 걸 좋아하는데다가, 무역상대는 많으면 좋으니까요. 최근엔 남쪽의 학살자 제국의 국경이 넓어지면서 위기감이 강해졌고, 이웃한 범죄기업제국과 식인식물들의 거대기업이 무역연맹을 경성하는 탓에 좀 쫄렸지만...공동의 위험에 맞서,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기계지능인 데크론 크리드와 은하연합인 '우주의 윤활유(기계와 달팽이의 만남이니까여ㅋㅋ)'를 결성했어요. 협력국도 많이 만들었고 이들이 연방에 가입하면 안보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음. 행복회로 풀가동. 


(우주는 홀로 서기에 너무 위험한 곳이지만, 합리적인 기계제국과 함께할 수 있다면, 장사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비극은 호황에 찾아오는 법이죠. 스텔라리스에는 위험기술이 몇 개 있는데, 그 기술들은 빨간색으로 강조돼요. 인공지능을 높은 수준까지 연구하면 기계 반란이 일어나고, 워프기술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다른 차원에서 침략자가 찾아오는 식. 전 싸고 강한 지상군을 만들기 위해 이종변이기술을 연구했는데 띠용. 수도성에서 제노모프가 튀어나오는 끔찍한 결말을 맞았어요.

(멸망해버린 수도성)

그리고 수도성의 모든 인구가 '쓸모없음' 상태가 되어서 정화되는 중이에요. 전 12개의 성계를 가지고 있지만, 수도성 하나의 인구가 다른 성계의 인구를 다 합친것보다 더 많아요. 수도성 이외에는 행정수도(행성이 중간단계까지 발달하면 올릴 수 있는 건물)하나 올린 곳이 없어요 ㅠㅠ

(수도성의 모든 인구가 쓸모없음이 되어 정화되는 중, 아마 제노모프에 오염된듯)

다행히도 에너지,광물,식량의 생산은 수도성 이외의 다른 행성들로 일임하여 특화하는 도중이었고, 수도성은 무역,과학기술,합금의 2차,3차 산업만 담당했기 때문에 당장 국민들이 굶어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겜을 계속할 수는 있었어요. 평소에는 특화행성을 지정하는 것 보다는 모든 행성에서 균형발전을 하는 편인데 ㅋㅋ.. 이번엔 안그래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무역이나 기술, 합금은 당장 생산안되어도 상관없지만, 행정능력이 날라가버린 건 큰 문제였어요. 관료가 없으니까 비대해진 제국이 컨트롤이 안됨 ㅋㅋ 가뜩이나 정부체제가 '거대기업'이라서 행정패널티도 크게 받아서 더 곤란하고요. 사실 행정능력도 따로 행정수도성을 따로 만들어서 위임하려 했는데 아직 그 작업은 안끝난 상태라 수도공백이 감당이 안됨 ㅋㅋ..

그래서 일단 전국의 행성으로부터 인구를 재정착시켜 행정공백만이라도 해결하려 했는데..

스텔라리스의 직업시스템이 발목을 잡았어요. 스텔라리스에는 세 가지 직업 계급이 존재해요. 통치자-전문가-노동자.

노동자 계급에서 일하는 시민은 전문가나 통치자에서 자리가 나면 바로 그 자리로 이동해요. 전문가 계급에서 일하는 사람도 통치자에 자리가 나면 바로 이동하고요. 반대로, 전문가 계급에서 일하던 시민이 실직하면 최소 10년동안은 전문가나 통치자로만 일할 수 있어요. 통치자 계급에서 일하는 사람은 무조건 통치자 일자리만 찾고요. 그래서 상위계급의 실직자들은 노동자 계급 일자리가 아무리 많아도 최소 10년동안은 계속 실직을 유지해요.

저 시스템 때문에 통치자 시민은 어지간하면 이동시키지 않아요. 통치자 자리는 원래부터가 적은데, 그 시민들을 다른데 이동시키면 십중팔구 통치자 실업자로 10년동안 놀고먹기때문 ㅋㅋ..

그런데 이번에 수도성의 시민들이 괴멸하면서 무려 15개의 통치자 자리가 나왔어요. 이 직업들을 모두 채운 후에야 행정을 담당하는 관료를 채울 수 있죠. 관료는 전문가고 6자리가 있어요. 그래서 수도성 외의 11개의 행성으로부터 21명의 시민을 이민시키는 작업을 시작.

첨에는 통치자자리는 원래 통치자로 일하던 시민들로 채우려했는데, 다른 식민지에서 통치자로 일하던 애들을 빼오니까 ㅋㅋ 통치자를 빼내온 식민지에 통치자 자리가 비면서 전문가나 노동자로 일하던 애들이 계급상승을 겪고 제가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직업이 분배되니 행성의 내정이 망가지는거임 ㅋㅋ..;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식민지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애들을 불러들였어요.


(기회의 땅을 찾아 수도로 이민가는 계류장의 인간들) 

  노동자들을 이주시키는데 뭔가 좀 감동적이었어요. 생물병기에 수도성이 초토화되고 사회가 대혼란을 겪고 있어요. 그런데, 폐허가 된 수도성의 부름에 응하여 광부,농부,발전소 직원,사무원,방문판매원으로 일했던 사람들이 모여든거에요! 어제까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던 사람들이 과학이사가 되고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되었음.(정부체제가 거대기업이라 통치계급의 대부분이 경제인임ㅋㅋ..)

또 제 제국은 광적인 외계종 선호 제국이고 많은 나라와 이주협약을 맺어서 외계종이 많지만 제국의 중심인 수도성에는 아직까지 주종족인 귀염달팽이 절대다수였죠. 특히 통치계급은 전부 귀염달팽인.. 심각한 종족차별적 구성ㅋㅋ.. 그리고 이 상황은 원래 게임이 끝날 때 까지 해결되지 않아야했죠.

그러나, 전 성계의 노동자계급을 불러모은 탓에 수도성은 그 어떤 행성보다도 다양한 종족구성을 가지게 되었고, 수도성의 통치자 계급은 1명을 빼고는 전부 외계종이에요. 전 제국적 규모로 봤을 때 통치자 계급의 종족 불균형 문제는 해소되었어요. 특히 수 만광년 떨어진 데네브 성계에서 정화자 제국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도망쳐온 인간난민 노동자들의 중앙정부 진출이 인상적이에요. 지금 수도성 지도자 계급 인구구성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함. 대학살을 피해 존귀탱 엔터로 도망쳐와 농부로 일하기 전까지, 이들은 모성계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새로운 고향이 이들을 필요로하는 지금 나설 떄가 온거에요! 
 

(현명한 귀염달팽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새 삶을 찾아온 강인한 의지를 가진 이주민들이야 말로 위기의 순간 제국을 경영하기에 알맞은 이들이라는 걸!) 



존귀탱 엔터는 제노모프에 의해 끔찍한 시련을 겪었어요. 그러나, 역사는 이 시기를 퇴보의 암흑기로만 기록하진 않을 것 같아요.  이 혼란은 사회의 방향을 바꿔놓았고 더 다양하고 포용적인 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될 것 같거든요. 뭐 최소한 생물병기 연구를 금지하거나 더 윤리적으로 하는 계기는 되겠죠. ㅋㅋ 




(이 차갑고 잔인한 우주에서 존귀탱 엔터는 자유와 다양성의 등대로 남아 불을 밝힐 수 있을까요? 다양한 유기체는 물론 기계까지도 포용하는 우주의 윤활유 연합에 많은 종족이 참여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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