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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5 20:59:59
Name   존보글
Subject   양출제입적 사고의 문제와 참담한 결과.
현재 국가 예산의 기본 원칙은 양입제출입니다. '세금이 걷힌 만큼' 써야 합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양출제입이었죠. 전형적인 1960년대 논리인데,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을 위해 양출제입으로 원칙을 정한 뒤 이걸 지금까지 끌고 온 것입니다. IMF 이후 채무 관련 논란이 생기자 국가채무 관리를 위해 여러 원칙을 이야기했었는데, 2007년에만 하더라도 지난 5년간 가계소득보다 세금증가율이 더 느는 등 전혀 효과는 없었죠. 이래저래 해서 국가 예산 원칙을 양입제출로 공식적으로 바꾼 것은 2015년입니다. 그런데 다시 전혀 안 지켜지는 듯합니다.

양출제입은 먼저 사용할 총액을 정하고, 거기에 예산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것까지는 크게 뭐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채무건전성 이야기가 많은데, 한국은 채무비율 자체도 낮고, 국가채무 자체가 사람들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의미만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레이 달리오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투자자, 경제학자들이 부채에 관해서 집중 연구한 결과죠.
그런데 예산을 맞추는 방식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방식은 그야말로 최악을 달립니다. 오로지 세수를 늘릴 생각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수의 원칙따위는 없고 오로지 세금을 뽑아내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죠. 기본적으로 양출제입을 하려면 적자재정으로 가야 합니다. 국가가 먼저 책임을 져야지요. 그런데 한국은 수십년 동안 국가가 병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 2차 3차 역대 최대 추경을 했으니 책임진 거 아니냐구요? 저는 '그게 책임진 거냐?'고 되묻습니다.

예전에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다보스포럼에서 외국 경제학자들이 한국에 '니들은 경기부양하려면 한 GDP 대비 부채비율 끌어올려봐야 20%인데 왜 한 5년 300조(2015년 당시 이러면 40%에서 60%가 됩니다)정도 따로 집행 안 하냐?'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평시'에도 대충 1년 60조 정도는 중기로 5년간 벌이는 걸 경기부양적 추경이라고 하는 겁니다. 지금 코로나로 겨우 집행한 게 그저 조금 이상이죠. 그런데 법인세가 작년 대비 60조 이상 덜 걷힐 예정이라죠? 그럼 이게 추경인지 언제나 있었던 예산팽창인지는 안 봐도 뻔합니다. 게다가 이제 세금이 붙을 것이 없으니 부동산, 주식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합니다.

그럴수록 기존에 부동산을 갖고 있던 사람,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만이 배를 불립니다. 이걸 갖고 소득이 발생하는데 왜 세금을 안 내려드냐, 그게 무슨 신분상승의 도구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아예 본질을 외면하는 사람들입니다. 의도적으로 그러는건지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그 세금을 올리는 의도 자체가 대단히 틀렸기 때문입니다. 진짜 부의 이동은 가장 위에서 아래로 내려야 하는 것인데, 요즘 나오는 정책들은 철저하게 중간만 조져서 밑과 나눠먹고 위층은 성층권 밖으로 날려버리는 의도도 뻔하며 결과도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때도 경험했던 건데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던 사람들이 3년 전에도 참 많았었죠. 지금도 똑같이 제가 3년 전에 이야기했던 그대로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변명을 늘어놓더군요.

지인 중에 1년 전 광명 모 아파트 3억에 산 사람, 아버지 친구중에 서울 외곽 모 아파트를 산 사람, 역시 다른 외곽에 아파트를 산 사람. 아버지가 3주 연속으로 동창 모임에서 점심 대접을 받으시더군요. 아파트 가격 떡상했다고 기분이라고 그 분들이 쏴서 그렇습니다. 저희 어머니 친구분은 실제로 강남 모처에서 부동산을 하시는데, 정작 강남은 아예 이슈거리도 못 됩니다. 해당되는게 법인으로 진짜 가끔 겁도 없이 갭투자하는 극히 일부밖에 없거든요. 강남에서 갭 투자 비중이 올라갔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기사 들고 부동산 가면 뭐 모른다고 욕먹어요. 그 갭투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갭 투자가 아니라, 현금도 있고 여유도 있는 사람들이 사고 전세놓는 겁니다. 강남에 진짜 깡으로 갭 투자? 적어도 그 동네에선 법인이 아닌 이상 한 건도 못 봤습니다. 퍼센트의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1억짜리 6천만원 빌리는것과 10억짜리 6억 빌리는건 레버리지 퍼센트로는 같지만 액수와 갚아야할 이자, 위험성은 차원이 다릅니다.

이런 건 시장이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철저한 관치경제지. 한국은 완벽한 계급 사회가 될 겁니다. 그걸 의도하시고 지금의 정책에 찬성하신다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의도는 오로지 결과가 말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속이야 어쨌든 그렇게 판단을 하지만요.

솔직히 이렇게 정책이 흘러가니까 공시 추가 준비가 아니라 이민준비를 해야 하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진지하게요. 화폐의 가치는 점점 쓰레기가 되고 있는데(이미 되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실질적 인플레이션을 간신히 쫓아갈 방법조차 점점 막히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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